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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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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0쪽 | 507g | 236*300*15mm
ISBN13 9788915101906
ISBN10 8915101901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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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엄마에게 일어난 이야기
우리 집 개 빅토리아와 아들 찰스를 데리고 공원에 산책하러 갈 시간이었어.
나는 공원에 도착해서 빅토리아의 끈을 풀어 주었지.
그러자 어떤 개가 나타나 빅토리아를 괴롭히는 거야.
내가 아무리 쫓아 버리려고 해도
그 끔찍한 개는 빅토리아를 졸졸 쫓아다녔어.
나는 저리 가라고 야단을 쳤지만 그 개는 들은 척도 안 했어.

스머지 아빠에게 일어난 이야기
바깥에 나갈 일이 생겨서
내 딸 스머지와 함께 개를 공원에 데려갔지.
개가 어찌나 좋아하며 날뛰던지,
개의 반만큼이라도
힘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찰스에게 일어난 이야기
나는 집에 혼자 있었어. 너무 심심했지.
그때 엄마가 산책하러 갈 시간이라고 했어.
우리 집 개, 빅토리아는 공원에서 만난 개와
아주아주 재미있게 놀았어. 그 개는 아주 다정해 보였어.
‘나도 친구가 있으면 좋겠는데.’하고 바랐지.

스머지에게 일어난 이야기
아빠는 하루 종일 기운이 없으셨어.
그래서 아빠가 알버트를 데리고 공원에 산책 가자고 했을 때
기분이 참 좋았어.
늘 그렇듯이 우리 개, 알버트는 끈을 풀어 주기가 무섭게 달려갔어.
알버트는 곧장 예쁘게 생긴 개한테 가더니
신 나게 달음질치는 거야. 우리 개는 늘 그래.
물론 그 개도 별로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았는데
개 주인은 화가 잔뜩 나서 붉으락푸르락 난리를 피웠어.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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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처럼 심심했다.” 이것은 소설가 김유정의 표현이다. 심심한 시간은 이상하게 느릿느릿해서 잘 흘러가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는 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저 보내야 하는 시간은 개에게도 견디기 힘든 시간인지 모른다. 개가 말을 못해서 그렇지 아무 일도 없이 하루 종일 지루한 시간, 고독이 끈적거리는 시간, 삶이 무겁게 느껴지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얼마나 곤혹스럽겠는가. 그래서 개들은 심심하면 버릇처럼 잠을 자는 것은 아닐까?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는 퍼즐처럼 네 개의 이야기를 짜 맞추어야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다. 이 분할의 형식은 단절의 테마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인 듯하다.

이 그림책에는 심심한 어른, 심심한 아이, 심심한 개가 등장한다. 그들은 집에서 공원으로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공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외로운 아이와 아이가 만나는 곳, 심심했던 개와 개가 만나는 곳, 그 만남의 공간이 바로 공원이다.

개들은 끈이 풀리자마자 좋아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아이들은 만나 금세 친해지고 나무에 올라가고 웃고 온갖 놀이기구에서 논다. 놀이가 구원과도 같은 그 시간에 어른들은 소외의 거리인양 벤치에 서로 떨어져 앉아 있거나 신문을 읽으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다른 개를 경계하고 다른 집 아이를 경계하고, 그래서 공원은 불신과 적의와 단절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림 속의 아이를 보라. 큰 모자를 쓴 어른의 그림자 속에 혼자 서 있는 아이를. 그리고 모자 모양의 가로등과 모자 모양의 나무와 모자 모양의 구름들을 보라. 모자 때문인지 왠지 으스스한 풍경 속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는 개 두 마리를 바라보는 아이의 독백은 이렇다. “나도 친구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 소망은 중얼거림이 아니라 외로움 속에서의 간절한 외침처럼 들린다.

최승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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