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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

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

시작시인선-0006이동
정병근 | 천년의시작 | 2002년 08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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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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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2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156g | 128*188*20mm
ISBN13 9788990235053
ISBN10 899023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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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정병근
1962년 경북 경주 출생.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였고, 계간 <불교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현대시학>에 「소시집」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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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 죄,
피를 돌리고 순환의 심장을 만든 죄

너의 자궁 속에서
進化의 은밀한 몸을 키운 죄
욕망의 손아귀를 가진 죄

너의 살을 찢고 나온 죄
너의 몸에 피의 문신을 새긴 죄

울고 웃고 보고 들은 죄
모른 척 한 죄 버린 죄

나를 사랑한 죄,

어머니를 파먹은 죄
아버지를 파묻은 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 죄
백 년만 살다가 죽어야 하는 죄
---p.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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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근의 시는 먹빛을 머금고 있다. 이슬에 젖어 촉촉한 쪽풀을 항아리에 담가 우려내면 처음엔 찌꺼기가 문드러진 채로 먹빛이지만 석회를 뿌려 가라앉히면 그 안에 녹(綠)이 얼핏얼핏 출렁인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이렇듯 일회(一回)의 존재 바깥이다. 한 번 물들면 옷감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빠지지 않는 청포(靑布) 같은 시들이다.
--- 정철훈(시인)
그의 시속의 사물은 인화 물질로 가득 차 있다. 누군가 당겨주기만 한다면 확 불길로 솟구칠 그런 세상과의 불화와 배설 직전의 원시적 생명으로써의 욕정이 미만해 있는 것이다.

가령 그의 시 '幼年'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고 있는 한가로운 낙원의 공간이 아닌, 생존을 위한 처절한 피의 전투장을 방불케 하는 힘의 이미지가, 바람 많이 든 풍선처럼 팽배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는 그의 시의 에너지이고 개성이라고 생각한다. 무서운, 늙은 신인의 때늦은 출현이 나를 소름끼치게 한다. 뚝뚝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으므로, 그의 시는 매우 남성적이다.
--- 이재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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