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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딜레마

거짓말의 딜레마

: 거짓말, 기만, 사기, 속임수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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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03쪽 | 505g | 153*224*30mm
ISBN13 9788990989321
ISBN10 8990989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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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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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조경수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자본주의 250년의 역사』, 『우리 시대의 아이』, 『어느 멋진 날』, 『왜 사랑인 줄 몰랐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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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아주 일찍부터 거짓말에 대한 모순적 태도에 직면한다. 개털을 다 면도해 놨거나 꽃병을 깨뜨린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할 때 부모는 아이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훈계한다. 그리고 불과 하루 뒤에 구취가 심한 손님이 입 맞추려고 할 때 아이가 역겨워서 고개를 돌리면 야단을 친다. 아이들은 숙모의 시시한 선물을 받고 희색이 만면해서 머리를 조아려야 하고, 삼촌과의 지루한 대화에 맞장구를 쳐줘야 하며, 할머니가 구워준 딱딱한 비스킷을 맛있는 척하며 삼키고, “잉에 아줌마가 갈수록 뚱뚱해진다고 엄마가 그랬어요”라든가 “저 봐, 저 아저씨 다리가 하나뿐이야!”라는 말은 입에도 올리지 말아야 한다. --- p. 74

반면에 서투른 거짓말쟁이는 남을 속일 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상대가 의심하지 않을까, 들통나지 않을까 겁이 나서 장황하게 설명하고 쓸데없이 반박한다. 속는 사람은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데 말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여자가 애인과 같이 있는데 남편에게서 핸드폰으로 전화가 온다. 벌써 여러 번 걸었지만 한 번도 받지 않더라는 남편의 말에 여자는 장황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벨소리를 새로 바꿨는데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데다 소리를 너무 작게 해놓아서 자꾸 못 듣는다고. 사실 남편은 아무 대답도 기대하지 않았고 기껏해야 “미안, 못 들었어”라는 대꾸를 예상했을 뿐이다. 그녀가 유난히 긴 변명을 늘어놓는 바람에 오히려 남편은 아내를 수상하게 여기게 된다. --- p. 148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가 비논리적이고 뒤죽박죽일 때, 시간상 순서가 맞지 않아 보일 때, 모순되고 불합리한 점들이 드러날 때, 무엇보다도 상대가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할 때 거짓을 간파한다. 겉보기에 부조리한 이야기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뛰어난 거짓말쟁이는 정직한 인상을 주기 위해 되도록 모순이 없고 논리적으로 들리는, 무엇보다도 평범한 이야기를 정확한 시간순으로 들려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다.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은 미리 준비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오히려 중간중간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이 있으며 심지어 이야기가 모순되고 시간적으로 순서가 안 맞을 수도 있다. 또 이야기가 특이할수록 사실일 확률도 높아진다. --- p. 156

언어는 설문조사에서도 문제가 되기 일쑤다. 질문을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대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은 평범한 일상생활의 경험을 통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어머니한테 “음악 들으면서 공부해도 돼요?”라고 묻는 소년은 “공부하면서 음악 들어도 돼요?”라고 물을 때와는 십중팔구 다른 반응을 기대할 것이다. 사실 속셈이 빤히 보이는데도 우리는 어휘 선택과 문장 구성에 따라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너무 빨리 끌려간다. 이런 수법을 전문 용어로 ‘유도 질문’이라고 한다. --- p. 200

섹스 파트너의 수를 물어봐도 놀라운 수치를 얻게 된다. 콘돔 제조업체 듀렉스가 2000년에 섹스 행태를 주제로 실시한 세계적 설문조사에서 여자들이 평생 동안 평균 4.6명의 섹스 파트너를 갖는 반면에 남자들의 경우에는 11.7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통계 전문가 크레머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옛날 격언에 비추어 볼 때 참 괴상한 결과다”라고 논평했다. 물론 이유는 명백하다. ‘단정한’ 여자들에게는 너무 많은 남자와 섹스를 하는 것이 여전히 합당하지 않은 일이고, 여성해방에도 불구하고 그런 여성은 ‘헤픈 여자’로 여겨진다. 반면에 남자는 여러 여자와 자면 매력이 넘치는 남성, 영웅으로 등극한다. 그런 까닭에 아마도 이런 질문에서는 남녀 모두 거짓말을 할 것이다. 여자들은 내리고 남자들은 올리니 진실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 p. 204

‘방어적 자기연출 모델’은 정치가들에게는 극히 성공적인 방어 기술임이 분명하다. 정치가들뿐만 아니라 아주 평범한 거짓말쟁이, 그러니까 우리 또한 이런 패턴에 따라 행동하기 일쑤다. 가령 깨진 꽃병 옆에서 붙잡힌 어린 소년이 그렇다.
- “제가 안 떨어뜨렸어요!”(부정)
- “거실에 들어오니까 바닥에 떨어져 있었어요!”(새로운 해석)
- “저 아니에요! 잔드라가 그랬어요!”(장본인임을 부인)
- “저게 멍청하게 저기 있으니 부딪힐 수밖에 없잖아요!”(변명)
- “양탄자에 걸려 넘어졌어요!”(통제능력 부인)
- “보통 때 제가 절대 뭘 내던지지 않잖아요! 전 항상 조심한다고요!”(연루를 최소화)
- “죄송해요!”(용서를 구함) --- p. 241

그녀는 중요한 회의에 새로 산, 눈에 확 띠는 빨간색 여름 원피스를 입고 참석했다. 원피스는 어깨끈이 없었고, 친구는 그 옷을 그날 처음 입었다. 그런 까닭에 앉아 있을 때 몸을 움직이거나 앞으로 숙이면 가슴 부분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사실을 그녀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회의 내내 그녀는 자칫 잘못하다가 스트립쇼를 하게 될까봐 팔짱을 낀 채 뻣뻣하게 긴장해서 꼼짝 않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중에 의장은 회의 참가자들의 제안을 평가할 때 그녀에게 솔직하지 않았다고, 그녀의 신체언어에서 다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전형적인 그릇된 해석이다. 의장은 내 친구가 불편해하는 것을 눈치챘지만 그 신호들 --- p. 팔짱과 긴장 등 --- p. 을 솔직, 정직함의 결여를 나타내는 단서라고 틀리게 해석했다. --- p. 254

실험에서 키넌은 여대생 34명에게 특히 매력적이고 성공한 것처럼 행동하는 남자들을 평가하게 했다. 가령 어떤 남자는 페라리 자동차가 있다고 주장했고 어떤 남자는 자기가 부유한 사업가라고 했다. 실험 결과, 싱글인 여대생들이 애인이 있는 여대생들보다 거짓말쟁이를 훨씬 더 잘 알아차렸다. 키넌은 실험 후에 여자들이 남성 사기꾼을 알아보는 섬세한 안테나를 가지고 있지만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키넌은 여자들이 애인이나 배우자가 있으면 거짓말 레이더를 켤 동기가 줄어든다고 추측한다. 이미 한 남자를 선택했는데 거짓말을 발각했다가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 p. 258

슈타틀러는 여전히 기계 위에 몸을 숙이고 테스트하고 조정하고 버튼을 돌리고 있다. 전극과 측정기들을 준비한다. 곧 내 몸에 선을 연결할 것이다. “자, 흥분됩니까?” 그가 히죽 웃으며 묻는다. “아니요.” 나는 대답한다. 속으로는 ‘그래요’라고 생각해 버려 나 자신에게 놀란다. “그 말은 못 믿겠네요.” 슈타틀러가 다시 웃으며 대꾸한다. 지금 그는 기계를 전혀 쓰지 않고도 벌써 나를 꿰뚫어보았다. (……) “원래는 정신을 딴 데 팔지 않도록 창문이 없는 방에서 흰 벽을 보고 앉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틀림없이 잘될 거예요.” 슈타틀러가 말한다. 나는 속으로 ‘두고 보라고!’ 하고 말한다.
--- p.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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