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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지 앤 린지안 1

린지 앤 린지안 1

오윤 | 동아 | 2016년 07월 2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8 리뷰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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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560쪽 | 644g | 147*210*22mm
ISBN13 9791155116579
ISBN10 115511657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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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 애인이랑 연못 다리 위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린지안 군이 너무 예쁘게 생겨서 착각하고 말았네. 고의 아니게 무례를 저질러 버려서 미안. 용서해 주겠어?”
백작은 미안한 듯 웃음을 지으며 린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것을 멍하게 쳐다보던 린지는 이윽고 백작의 의도를 깨닫고는 서둘러 손을 들어 올렸다.
“시,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괜찮으니까요.”
린지가 손을 내뻗자마자 백작이 단숨에 그녀의 손을 가로채 잡았다. 그의 손끝에 힘이 들어가 린지의 손을 사로잡듯이 감싸 쥐었다.
악수라고 하기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받은 린지는 서둘러 손을 뗐다. 그의 손이 닿은 곳이 데인 것처럼 강렬하게 다가왔다.
“흐음.”
백작은 어쩔 줄 몰라 하는 린지를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용서해 주니 고마워. 어제 보니까 왠지 첫 키스였던 것 같아서 말이야.”
“…….”
그래, 첫 키스였지! 순간 분노가 솟아올랐지만 린지는 애써 감추었다. 하지만 그 노력과는 달리 백작은 그녀의 마음을 간파하고는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역시 처음이었던 거야?”
“…….”
“푸하하!”
백작은 아예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참으로 웃음이 헤픈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평가와는 별개로 린지는 순간 백작의 뒤통수를 한 대 쳐 버리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갑자기 백작을 만나게 돼서 당황하긴 했지만, 린지의 마음 안에는 어제 그 일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얼굴만 번드르르한 녀석이 내 첫 키스를 가져가 버렸단 말이지!’
그녀가 가지고 있던 모든 낭만을 깨부순 놈이지 않은가. 심지어 애인의 얼굴을 헷갈릴 정도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건지! 그런 바람둥이에게 첫 키스를 빼앗기다니, 차라리 키벨이 나을 뻔했다.
“아이고, 배야. 너무 웃었다. 린지안 군, 미안해. 그러니까 쥐어 패 버리고 싶다는 표정 좀 그만 거둬 줄 수 없을까?”
그 말을 듣고서야 린지는 아차 하는 느낌으로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이놈의 표정 관리는 여기 와서도 문제였다.
돌연 백작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너무 억울해하지 마, 린지안 군. 사실은 나도 첫 키스였거든.”
뭐? 린지가 헛소리를 들었다는 듯 입을 떡하니 벌리자 백작은 진지하게 강조했다.
“정말이라니까?”
“웃기…… 아니, 농담하지 마시죠.”
린지는 웃기지 마, 새꺄!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애써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랑 키스한 건 나도 처음이었어. 그러니까 나도 첫 키스.”
“…….”
그녀는 순간 한 대 때리고 싶어서 불쑥 올라오려는 주먹을 애써 다스려야 했다.
“와하핫!”
린지의 표정을 본 백작은 배를 부여잡고 미친 듯이 킬킬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이 이어질수록 린지의 썩어 가는 표정에 가속도가 붙었다. 서서히 이 백작의 정신 상태가 의심되기 시작했다.
“아아, 귀여워. 이렇게 귀여운 시종이 있었을 줄이야. 재밌어.”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듯한 태도에 순간 열이 확 뻗쳐올랐다. 결국 린지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던지고 말았다.
“마치 애완동물 취급하시는군요.”
그녀의 말에 백작은 웃는 낯 그대로 린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보라색 눈동자에 묘한 빛이 스쳐 지나간 것을 본 린지는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아이고, 저질렀다.’
귀족의 말에 시종이 말대꾸를 해 버리다니!
린지는 입술을 깨물며 자책했다. 보통 귀족이라면 당장에 매질을 명했을 것이다. 백작의 침묵이 길어지자 린지는 내심 그의 불호령을 각오하며 주먹을 쥐었다.
“애완동물이라. 생각해 보니 그것도 좋겠네.”
린지는 수상쩍은 기운을 느끼며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백작이 몹시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애완동물은 주인의 사랑을 먹고 살아간다지. 그럼 어디 한번 귀여워해 줘 볼까?”
순간 등 뒤로 소름이 쫙 돋아 올랐다. 단박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린지는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왜, 왜 이러십니까?”
“귀여워해 주려고 그러는데. 왜? 안 돼?”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인 백작의 손이 린지의 얼굴 위를 감쌌다.
“히익! 이, 이러지 마십시오! 소리 지를 겁니다!”
설마 이 작자, 남자 여자 안 따지는 스타일이란 말인가!
린지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두 손으로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런 종류의 위기감은 생전 처음이었던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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