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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만나러 떠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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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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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26g | 153*224*20mm
ISBN13 9788974255312
ISBN10 897425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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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유종인
1968년 인천에서 출생한 유종인은 1996년 계간 「문예중앙」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고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으로 『아껴 먹는 슬픔』 『교우록』 『수수밭 전별기』와 산문집으로 『염전』이 있다. 독특한 소재와 창작 방법으로 개성 있는 시 세계를 펼치고 있는 유종인 시인은 일상 풍경 속에서 삶의 의미를 포착해 내는 섬세함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2007년에 제2회 지리산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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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는 자신의 것을 나눌 줄 안다. 엄동 한설에 피는 난초는 자신의 초록을 주위와 나눈다. 난초가 꽃을 피우면 주인은 꽃이 핌에 사람을 청하여 술과 차를 나눈 자리를 만드니 난초는 나누는 자리의 식물성 매개자라 부를 만하다. --- p.30

특별히 큰 바람이나 눈비가 들이치지 않으면 나는 도서실 창문을 열어 두곤 한다. 묵은 공기를 바꿔 신선한 바깥 공기를 들이기 위해서다. 사람 못지않게 도서관의 책들에게도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나는 바깥에서 들리는 무수한 소리를 책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었다. 조용하기만 한 도서관에 바깥 공기와 소리를 들이는 일은 그 나름대로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도서관 창문을 열어젖힐 때 나는, 밤새 침묵 속에 갇혀 있던 서가의 책들이 일제히 책등 너머로 귀를 쫑긋거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 p.56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바라보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그것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너무 빨리 상대에게 뭔가를 얻으려는 조급함 때문에 관계의 수명은 짧아진다. 그것은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 하나로 수백 년을 살아서 여전히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을 날려주는 오래된 은행나무를 보면 안다. 너무 빨리 은행을 털려고 하기 때문인가. 가끔씩 초록에서 황금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서로의 모습을 담담히 바라볼 때가 더 은근하고 좋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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