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만화와 그림으로 대화하기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나누었던 낙서 노트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속에 넣어 두었던 작고 어린 감정들에 대해 그림으로 그리고 싶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겁쟁이아냐, 조심대왕이야》, 《무중력 소년소녀 비행중》, 《순비기꽃 언덕에서》, 《별》 등이 있습니다.
“역시 컵볶이가 제일 인기야.” “방학 때 집에 있는데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 엄마가 해 주는 떡볶이는 이 맛이 안 난다니까.” “그런데 저렇게 종이컵을 많이 쓰면 안 될텐데.” 민주는 애리의 뜬금없는 말에 웃음이 났다. “하하, 너 뭐야? 떡볶이 얘기하다가 왜 갑자기 종이컵이야.” 하지만 애리의 표정은 진지했다. “진짜야. 종이컵 함부로 쓰면 안 된단 말이야.” 애리의 말투는 단호했다. 어딘가 결의에 찬 것도 같아서 민주에겐 꼭 컵볶이를 파는 아줌마를 비난하는 것처럼 들렸다.---p.12
“엥? 내가 변했다고?” 애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봤다. 민주와 소희는 애리를 흉봤던 게 미안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는 애리가 소희와 민주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흠, 너희 내가 잔소리해서 삐졌었구나?” “응? 아, 아니, 뭐.” “그런데 말야. 지금 이 순간, 눈 깜빡하는 사이에 지구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 엄청나게 많은 숲이 사라진다고. 그러니까 너네도 좀 알아줘.” “아이고, 또 시작이냐?” 민주와 소희가 합창을 하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p.29
“민주야, 네 방에 불 꺼야지?” 거실에 나와 텔레비전을 보는 민주를 보고 엄마가 말했다. “문석아, 저 불 좀 끄고 와.” “싫어, 누나가 해.” “에이, 몰라.” 민주는 귀찮아서 그냥 돌아앉아 버렸다. “뭐야, 벌써 불 끄기 포기한 거야?” “몰라, 전에 아빠가 전등은 전기 많이 안 든다고 했어. 그냥 둬도 괜찮을 거야.” “아이고!” 엄마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민주를 쳐다봤다.---p.40
“너희, 고래가 떼로 자살했다는 얘기 들어봤니?” “전에 해외 토픽에 나왔던 거 같아요.” “그거 미스터리한 일이라고 다들 궁금해 했던 거 아니에요?” 소희와 정아가 차례대로 말했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맞아. 그런데 그 일을 더 연구해 보니 그게 소음 공해 때문이었대.” “소음 공해가 고래를 죽게 했다고요? 대박!” 민주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p.58
“할머니, 그건 뭐예요?” “하하, 이건 할머니의 묘약이지. 이걸로 싱크대를 닦으면 아주 깨끗해지거든.” “묘약이요?” 민주는 눈을 크게 뜨고 할머니 손에 들린 것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가 마시고 남긴 술이란다. 그걸 잘 두었다가 싱크대 닦을 때 쓰면 아주 좋지.” 민주는 할머니의 방식이 참으로 신기했다. 뭐든 세제로 닦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는 세제 없이도 척척 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