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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나희덕 편저 | 삼인 | 2008년 07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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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78쪽 | 332g | 153*224*20mm
ISBN13 9788991097827
ISBN10 8991097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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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생물학자의 말을 빌리면, 꽃이란 다름 아닌 식물의 성기로서 그 속에 흐르는 꿀로 ‘날아다니는 음경’을 부른다. 그 자연스럽고도 은밀한 만남을 잔인하다고 쫓아버리는 생물은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직박구리여, 네가 없이는 이 꽃이 다른 꽃에게 갈 수 없으니, 부디 맛있게 먹고 멀리 날아가다오. 내 안의 동물성이 직박구리에게 인사한다. 내 안의 식물성이 살구나무에게 인사한다.
-고진하 시인의 〈직박구리〉를 읽으며

* 지우려 할수록 더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끊어내려 할수록 더 완강하게 들러붙는 ‘기억’이라는 짐승. 그러나 기억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아무리 불러내려고 해도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망각’이라는 짐승인지 모른다. 머리 깊숙이 처박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폐기된 진실. 그 얼굴을 대면하기 위해서는 기억에 대한 기억부터 되물어야 하리라, 기억보다 더 끈끈한 주걱을 들고.
- 한명희 시인의〈기억은 끈끈이 주걱〉을 읽으며

* 먼 강가에 혼자 하염없이 앉아 있으면 이런 마음자리가 보일까. 그러나 삶은 한나절의 적요(寂寥)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세상이 우리를 게처럼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 것인지, 우리 마음이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마음을 방생하러 강가에나 가야겠다. 마음을 비우겠다는 마음조차 없이.
- 황동규 시인의〈쨍한 사랑노래〉를 읽으며

* 도(道)를 말로 하면 늘 그러한 도가 아니라고 했던 노자의 말처럼, 물속에 노닐고 있는 물고기를 잡기에 언어라는 통발은 거칠기 짝이 없다. 물속에서 건져 올린 돌이 이내 신비한 빛을 잃듯이, 일렁이는 생각의 물결에서 말을 건져 올리는 순간 그것은 곧 시들어버리지 않던가. 그래서 어떤 날은 싱싱한 생각 한 자락 입에 물고 끝내 내놓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강인한 시인의 〈돌과 시〉를 읽으며

* 낮이면 매로 변하는 이사보와 밤이면 늑대로 변하는 니바르. 영화 〈레이디 호크〉에서 그들이 스치듯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낮과 밤이 교차하는 일출과 일몰 무렵뿐이다. 그 짧은 만남을 위해 매와 늑대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두 사람의 사랑은 비극적이기에 더욱 강렬하다. 지평선은 하늘이 땅이 맞닿은 곳이자 둘로 쪼개진 흔적이다. 하늘과 땅 사이,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 사이, 흰낮과 검은밤 사이로 번져 나오는 핏물이 내 상처에도 스며들기 시작한다.
-김혜순 시인의 〈지평선〉을 읽으며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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