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에 세도를 창설한 뜻은, 임금은 숭엄하니 신하들에게 간곡한 사정과 민간에 고통이 있어도 능히 자세하게 아뢰지 못하여 아랫사람의 사정이 위에 통하기가 어렵고, 만약 임금이 일반 관원과 접근하면 또 임금의 권위가 낮아질 듯한 연고로 세도를 만들어서 간접이 되도록 했던 것이다. 이백 년 전에는 권신權臣이 있었으나 세도라는 명칭은 없었다. 영조 때의 홍익한洪翼漢·정후겸鄭厚謙 같은 무리도 세도라고 논할 수가 없었다. 정종正宗 때에 이르러, 정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홍국영洪國榮이 보호하여, 여러 번 위험함을 겪었다. 정종이 세손世孫으로서 영조의 위位를 계승하자, 국영을 은총으로 대우하여, 드디어 정권을 맡겼는데, 이것이 세도의 시초였다. --- p.24
대원군의 놀람도 또한 유예주劉豫州가 우렛소리를 듣고 젓가락을 떨어뜨리던 것과 같아서 서로서로 농락하였다. 일찍이 들으니 규재가 살았을 때에 지금 임금을 매우 사랑하여 매양 손을 잡고, 중얼거리며 선물을 줌이 많았다 하니 그 벌써 수경水鏡의 조감藻鑑 속에 들었음을 알 수 있다. --- p.33
영부사領府事 김좌근金左根과 영돈령領敦寧 김흥근金興根이 유독 난색을 보이며
「이 분에게는 생부가 있다. 우리나라에 자고로 살아 있는 대원군은 없었는데, 그 아버지를 장차 어떤 자리로써 정하겠는가? 또 흥선은 성품이 좋지 못한데 만약 태상太上의 존귀함을 믿고 조정 정사를 잡아서 어지럽게 하면 반드시 국가의 큰 우환으로 될 것이니, 어찌 깊이 생각해서 거행할 것이 아닌가?」
하였다. 병기와 병국 등은 모두 비통하여 호곡號哭하며 넋 잃은 사람 같았다. 초조하게 큰 계획을 정했으나 여러 척신은 모두 팔을 걷어 올리고 각자 사심을 품고 있었다. --- p.36
미리견 합중국美利堅合衆國에서 대통령을 선거하는 것은 만고에 지극히 공변된 법이다. 임금이 그 위를 사유私有로 하고 천하를 세업世業으로 자손에게 전함으로써 문득 헤아릴 수도 없는 폐단이 생긴다. 그러면서 스스로 명명하기를 천자라 하는데, 곧 상제上帝가 아들을 세상에 내려 보내서 만성萬姓과 만물萬物을 주관한다는 뜻이다. 드디어 살육을 함부로 행하며 속박하고 억압하면서 하늘의 명이라 한다. 그리하여 백성의 생명이 이미 제 소유가 아닌즉, 한 몸뚱이에서 재산財産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자유로 될 수 있으며 무엇이 제 권리로 되겠는가? --- p.40
인재는 본디 귀천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중등 정도의 재주도 오직 위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있다. 비유하면 칼과 송곳 같은 것은 공작하는 데에 쓰는 것이나 담벼락을 뚫는 도둑질에도 이용될 수 있고, 혹 목을 찌르기까지 한다. 운현궁에서 신임한 자를 보면 모두 민간의 기이한 재주꾼들이다. --- p.62
김좌근의 호號가 하옥荷屋인 연고로 사람들이 하옥대신이라 일컬었다. 하옥의 첩은 나주 기생인데 성은 양梁이다. 철종 때에 하옥이 김씨 문중의 장長으로서 권세가 조정을 압도했는데, 양도 하옥의 총애를 받는 까닭으로 또한 벼슬을 팔고 뇌물을 받아서 살림이 여러 만萬이었다. 이때에 하옥은 이미 늙었으나 양은 얼굴이 늙지 않고 영리하게 잘 받드니 하옥이 매우 반해서 양이 아니면 침식寢食이 편치 못하였다. 나라 사람이 양을 나합羅閤이라 호칭했는데 나주 합하羅州閤下라는 말로서 높인 것이었다. 양씨가 성질은 고와도 투기가 아주 심했다. 일찍이 노하여 하옥의 뺨을 치기까지 하여 사람들의 말이 떠들썩하였다. --- p.66
그 금지하는 까닭을 명백하게 보이는 것은 어찌해야 마땅할까? 서양 사람의 하는 일은 속이고 거짓이 아님이 없다. 스스로 그 교를 배반하면서 남에게 믿게 하고 있다. 대저 그 교는 탐심을 경계하여 약소한 나라를 병탄倂呑하고, 살생을 경계한다. 여러 번 병란을 일으키고, 다른 신은 섬기지 말도록 경계하였다. 마리아를 섬기고 우상을 만들지 말도록 경계하였다. 그런데 야소·마리아 및 천사를 모두 그 상像을 만들어서 절하고, 제7일에는 공작하지 말도록 경계하면서 항해하는 기선이 안식일 때문에 바다 복판에 닻을 내렸다는 것을 듣지 못하였다. 이웃 사랑하기를 제 몸같이 하도록 경계했는데 이웃 강토疆土를 병탄했을 뿐 아니라 이에 아편 같은 독약을 지나支那에다 밀수하여서 남은 해롭게, 제 몸은 이롭게 하였는바, 이따위 같은 것은 모두가 스스로 그 교를 배반한 것이다. 한 지아비에게 한 아낙네라는 훈계는 인륜을 끊어지게 하는 폐단을 제어하는 것인 듯하나, 두 딸이 함께 그 아비에게 범했고 일곱 형제가 함께 한 아내에게 장가들었으니 사람으로서 이런 짓을 행한 것은 금수와 다르다 할 수가 없다. 너의 부모를 공경하라는 경계는 효자의 도리를 보인 것 같으나 이에 사람은 그 부모를 떠나서 그 아내와 화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어떤 사람이 오직 아내의 말만 듣고 부모 봉양을 돌보지 않는다면 세상 사람은 반드시 이 사람을 불효하다고 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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