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체험을 생생히 담았습니다"
한국의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또는 자녀들을 지구촌 시민으로 키우기 위해 아이들을 조기 유학 보내거나 가족이 함께, 또는 기러기가족으로 영어권 나라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아이들은 학교와 생활환경에 생각보다 쉽게 적응하고 어릴수록 영어도 빨리 습득합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낯설고 새로운 환경과 문화 속에서 언어 소통마저 자유롭지 않아 어려움이 많습니다. 언어 소통 문제는 미국에서 오래 산 교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에서 2,30년 이상 생활한 교포들에게 미국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놀랍게도 50%이상이 영어라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분들이 백인 사회와 한인 사회 간의 문화적 경계를 넘어 미국인들의 생활과 문화 속으로 뛰어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경계를 넘어서는 데는 언어 외의 다른 장애가 많았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짧은 기간 생활했지만 이민1세대들이 언어 장벽,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인종차별, 문화적 차이,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이민 2세대들은 부모와의 갈등, 황색 피부의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인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자라나서 교육을 받고 초,중등학교 때 유학을 간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로 또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 세계화 시대의 초강대국이고 교육 프로그램이 우수해 미국을 향한 학생과 부모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공부를 해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저로서는 미국에서 1년만 살면 영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온 가족이 미국에서 1년 정도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한국 음식 없이는 못사는 남편의 의견을 받아들여 LA에서 한 시간 거리의 안전하고 공교육이 좋기로 이름난 얼바인(Irvine)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마치 용평 리조트를 확대해 놓은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깨끗하고 한적한 도시여서 주거환경은 좋았지만 도착하는 날부터 미국 생활에 대한 제 환상이 깨어졌습니다. 이웃이라고 말을 걸거나 왕래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대학이나 학원, 문화 센터 등에서 강의를 듣거나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 미국에 산다고 해서 영어를 할 기회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슈퍼나 백화점, 식당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언제나 같은 대화의 반복일 뿐이므로 진정한 언어와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제가 적극적으로 찾아 다녀야 했습니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고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그런 환경을 찾아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용감하게 그 문화 속으로 뛰어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래야 더 빨리 적응하고 미국 생활을 즐길 수 있고 영어도 편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어린 경우 부모들이 학교 생활에 활발하게 참여를 해야 아이들의 적응이 빠르고 학교 생활이 편해집니다.
이 책은 제가 아이들을 위해 미국에 단기간 거주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고 실제로 경험한 모든 것을 적은 미국 생활의 지침서입니다. 중2, 초등2학년의 두 딸을 가진 엄마로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테니스, 수영장, 아트센터에 데리고 다니고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길을 물어보고,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가끔씩 골프장에 나가 태평양과 골프 코스가 어우러진 풍경에 도취되어 보기도 하고, 문화센터에서 도자기 수업을 듣고, 영화관, 박물관, 음악당을 다니면서 약간의 문화생활을 하고, 가족끼리, 또는 가까운 다른 가족들과 함께 여행한 경험 등등을 적었습니다. 대부분의 회화가 실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거기에 더해 의식주 생활을 위한 구체적인 정보와 제가 했던 문화적 체험들에 대한 정보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 모든 경험은 생활을 하기 위해 영어를 익혀야 하는 부모의 눈높이에서, 가급적 새롭고 낯선 환경에 빨리 적응해야 하는 단기 체류자의 입장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새로이 미국에 정착하고자 하는 분들과 개인적으로 미국을 여행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첫 한 달은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마지막 한 달은 한국 나올 준비하느라 분주했으므로 실질적으로 미국 생활을 제대로 한 건 9개월밖에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고맙게도 아이들이 저희 부부보다도 더 잘 적응해 주었고 온 가족이 별다른 사고 없이 건강하게 지냈습니다. 중학생이었던 혜성이는 학교생활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미국 문화와 한국 문화를 비교 경험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그들에게서 배울 점을 알게 되었고 둘째 현성이는 일본, 이스라엘, 멕시코, 중국 등 여러 나라 출신의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즐겁게 어울려 놀았던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을 얻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선진국 국민다운 매너를 지닌 동시에 매우 개인적이면서 현실적인 미국인들과 그들의 문화를 가까이서 보게 되었고, 사람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그곳에 정착했거나 저희와 같은 사정으로 나와계시던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1년이 외롭지 않게,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얼바인, 코포 데 카자, 샌디에고, 플러튼, 팔로스버디스의 친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보고 싶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교통 체증을 뚫고 언제든 달려와 주신 LA의 고모부 가족, 고맙습니다. 저희가 미국 생활을 잘 하고 돌아오도록 기도하고 기다려 주신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건강하고 활발하게 잘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변함없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혜성, 현성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전합니다.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