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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히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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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형무소에서 팽목항까지

원희복 | 한울 | 2016년 08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0 리뷰 1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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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80g | 150*208*20mm
ISBN13 9788946061972
ISBN10 894606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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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원희복
경향신문 선임기자다. 경향신문 전국부장, 주간경향 편집장, 스포츠경향 종합뉴스부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민족일보 사장 조용수 평전》(1994), 《국가가 알려주지 않는 공무원 승진의 비밀》(2011), 《한국인 안전사전》(2013), 《보물선 돈스코이호 쫓는 권력 재벌 탐사가》(2015), 《한·중 항일혁명가 부부 김찬·도개손 평전: 사랑할 때와 죽을 때》(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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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우리의 현대사를 기자적 현장성과 맞물려 보는 시도였다. 과거의 역사를 현재를 통해 투영해보려는 것이다. 필자는 만 30년간 기자로 활동하면서, 기자는 사실(fact)을 바탕으로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true)을 규명하는 직업이라고 믿었다. 필자는 이 사실과 진실이 모이면 역사가 된다고 생각했다.…… 통시적으로 40개 사건을 엮다 보니 자연스레 사건의 인과관계가 엿보인다. 최선을 다해 사실 이면의 진실을 드러내는 ‘르포’를 모으자 여러 사건이 자신의 진정한 실체를 드러내며 ‘히스토리아’가 됐다. --- p.7

필자는 이 글의 마지막 현장인 진도 팽목항을 취재하면서 ‘우리 현대사의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린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해방 후 지금까지 죽자 살자 달려온 것이 바로 이 꼴을 보기 위해, 이 참담함을 만나기 위해서였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진도 팽목항 방파제 끝에 서 있는 빨간색 칠을 한 작은 등대에 누군가 노란색 스프레이로 ‘Remember 14.04.16’이라고 휘갈겨 써놨다. 그렇다. 바로 그것이다. 결국 ‘망각하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는 팽목항의 다짐이 이 책을 내는 진정한 의도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이 ‘리멤버 대한민국’으로 독자에게 읽히길 바란다. --- p.9

서대문형무소에서 꼭 봐야 하는 곳은 북서쪽 끝에 있는 사형장이다. 1923년에 지어진 목조건물 한 채는 높이 5미터의 붉은 벽돌 담장으로 격리돼 있다. 조그만 나무의자에 사형수를 앉히고 사형집행자가 뒤에서 레버를 당기면 의자와 함께 마루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교수형이 집행된다. 의사가 검시해 사망이 확인되면 시신을 지하 수습실에 눕혔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옮겼다고 한다. 지금도 지하 시신 수습실에 내려가 보면 어두운 콘크리트 벽에 차가운 냉기가 가득하다. 사형장 안팎에는 지을 때 같이 심은 미루나무가 있는데, 그중 사형장 안에 있는 미루나무는 100년 가까이 된 나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냘프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측은 “사형장으로 끌려간 애국지사들이 이 나무를 붙잡고 원통함을 통곡해 ‘통곡의 미루나무’로 불린다”라며, “안에 있는 미루나무는 억울한 한이 많이 서려 잘 자라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 p.20

개성공단이 운영되던 당시에 이 길을 통해 개성공단을 오가는 차량들은 매우 평온해 보였다. 당시 한반도 허리에는 미국과 소련이 임의로 그은 38선이나 휴전협정상 군사분계선이 형식적으로 존재할 뿐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통일부 장관으로서 개성공단을 만들었던 정동영 의원은 “개성공단은 10년 후 통일로 안내하는 길잡이다. 그걸 쭉 따라가면 된다”라면서,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 눈앞에 길이 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박근혜 정부가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한 이후 2016년 2월 11일에 결국 폐쇄됐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자금줄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개성공단을 통해 얻는 이득은 북한보다 남한이 더 컸다. 개성공단 폐쇄가 ‘자해행위’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공단 측에도 알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이곳에서 기업을 운영하던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이로써 남북의 유일한 교류 통로는 막히고 ‘38선’은 부활하고 말았다. --- p.31

역사적 판결이 자주 열렸던 3층 대법정 자리에는 크리스탈 갤러리와 프로젝트 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2015년 3월 10일 프로젝트 갤러리에서는 ‘떠도는 몸들’이라는 주제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디아스포라(이주) 한인들의 이야기인데 이곳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떠도는 영혼들’과 맥이 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20석도 채 안 되는 객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휑한 객석은 이곳의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 그대로였다. --- p.58

3·15민주묘지 권상근 관리사무소장(2015년)은 “연초에 관내 기관장의 참배를 시작으로 3월 3·15 유족 추모제, 5월 기념행사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라면서,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의 소풍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묘지 주변에는 ‘민주의 탑’과 ‘정의의 상’ 등 각종 조형물이 가득하다. 특히 3·15기념관은 12년 만에 내부를 전면 수리하고 최근 새롭게 개장했는데, 3·15의거를 시간과 상황 순서대로 정리했다. 특히 당시 발포했던 최루탄과 권총, 카빈총을 형상화한 예술작품이 돋보였다. --- p.65

과연 그때 그 골목과 전봇대만 그대로일까. 김창룡은 60년 전 사라졌지만 김창룡이 이식한 악질 DNA는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친일군인 문제 역시 친일청산 논란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정보군인, 정치군인은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도 이어졌다. 최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방위산업 비리는 정치군인과 부패군인 문제가 여전히 진행형임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정보기관을 동원한 정치공작 문제는 최근 국가정보원과 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비리에서도 재연됐다. 60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김창룡이라는 개인은 사라졌지만,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좁은 골목과 전봇대만은 아니다. --- p.73

5·16쿠데타 모의를 시작한 시기가 중요한 것은 그 시기가 ‘장면 정권의 무능과 무분별한 혁신세력의 통일론’이라는 5·16쿠데타의 명분이 합당한지 아닌지를 따지는 데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학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JP의 최근 증언처럼 쿠데타를 감행하기 불과 3개월 전에 5·16쿠데타를 결심했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학자는 별로 없다. JP 자신도 처음에는 1년 2개월 전이라고 말했다. 쿠데타 직후인 당시 기억이 훨씬 정확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현재의 JP는 좀 더 솔직할 필요가 있다. --- p.96

6·3사태는 ‘민족적 민주주의 장례식’에서 엿볼 수 있듯이 4·19학생혁명에서 요구한 민주주의에 민족주의(굴욕적인 대일·대미 외교)가 결합된 이데올로기를 밑바탕에 두고 일어났다. 마로니에 공원은 바로 이 이데올로기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6·3사태의 발원지라는 어떠한 표지도 찾을 수 없다. 단지 서울대학교 터라는 표지(유지기념비)와 당시 캠퍼스 모형만 있을 뿐이다. 서울대학교를 이전할 때 도심 학생시위의 온상을 관악산 골짜기에 몰아넣어 정권에 저항하는 젊은 지성을 잠재우려 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이곳 서울대학교 문리대 터는 이제 민족·민주보다는 예술을 상징하는 장소로 바뀌었다. 197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으로 이전하고, 1985년에 이 일대를 ‘대학로’라고 이름 붙이면서부터다. 모두 천재가 되라는 의미로 대학 교정에 심었던 마로니에 나무는 이제 ‘낭만’의 상징으로 변했다. 최근에는 자본력이 약한 공연장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곳 주변에는 공연장과 미술관이 즐비하다. 50여 년 전 6월, 젊은 지성의 함성을 지켜본 이 마로니에 나무는 현재도 일곱 개 잎을 푸르게 물들이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 p.115

학생들이 견학을 오고 현대사 마케팅이 유행하는 요즘이지만, 이곳에는 서울시의회 건물에서 벌어진 현대 정치사의 갖가지 사건과 의미를 설명하는 최소한의 안내 팸플릿도 갖춰지지 않았다. 화단에 있는 부민관 폭탄 의거 현장을 알리는 표석도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서울시의회 건물 안 정면에는 역대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기록해야 할 역사, 교훈을 얻어야 할 역사는 없고 엉뚱한 시의원들 이름만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이곳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현대사의 중요 사건이 벌어진 현장이라는 의미가 중요한가, 아니면 저기 서울시의원 명단이 중요한가”라고 질문하자 시의회 공보실 관계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역사의 현장을 바로 복원한다며 수천억 원짜리 건물까지 허물면서, 현존하는 역사의 현장은 최소한의 안내문도 없이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 p.131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 한편에 조그만 위령탑이 있다. 건설 순직자 위령탑이다. 3년여라는 짧은 기간 ‘전투’ 같은 공사를 감행한 탓에 77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매년 7월 7일 이곳에서 위령제를 연다고 한다. 이 위령탑은 그 순직자를 기리기 위한 탑으로 고속도로 준공과 함께 건립됐다. 의문스러운 것은 기념탑과 위령탑을 왜 각기 다른 장소에 건립했을까 하는 점이다. 찬양과 경축의 자리와 추모의 자리가 한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발상 때문이었을까? 기념탑이 추풍령 위에서 고속도로를 내려다보듯 서 있다면 위령탑은 계곡 아래에서 자신이 만든 고속도로를 훔쳐보는 형국이다. --- p.138

공원 앞 표석에는 ‘안가를 헐어내고 조성한 것’이라는 설명만 돼 있다. 안전가옥이 무엇이며 이 안가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공원에는 궁정동이라는 이름의 유래(이곳에 조선시대 궁궐에서 사용하던 우물이 있었다고 한다)를 표현하는 한자 우물 정(井) 자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이 조형물이 있는 곳이 안가 나동의 연회장이 있던 바로 그 역사적 현장으로 보인다. 우물 정 자 모양의 화강암을 두르고 안의 검은색 돌에는 태극문양을 새겨 넣은 것이 그런 추측을 더한다. 하지만 이 조형물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 p.166

이 시계탑에서는 매일 5시 18분 ?님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온다. 5·18광주민중항쟁과 ?님을 위한 행진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항쟁 마지막 날 도청에서 사망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1979년 사망)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여전히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길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추도식을 정부와 유족이 따로 했다. 2016년에는 유족의 거센 항의로 박승춘 보훈처장이 행사장에서 쫓겨났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보훈처는 집단발포를 자행했던 공수부대(11공수특전여단)의 광주 시가행진을 진행(6.25기념식)하려고 했다. 5·18광주민중항쟁을 보는 박근혜 정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p.199

2015년 6월 4일 연세대학교에는 통돌 모양의 기념비가 새로 세워졌다. 길이 약 4.5미터, 높이 약 1.4미터의 육중한 보령산 검은 돌에 ‘198769757922’라고 큼직하게 숫자를 썼다. 이 숫자는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은 1987년 6월 9일과 숨진 7월 5일, 7월 9일 장례식, 22세라는 의미다. 그 옆에 납작한 통돌에는 현재 연·월·일·시간을 표시하는 LED 디지털시계가 있다. 현대적 감각이 가미되고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교차하는 느낌을 준다. 2015년 여름, 연세대학교에서는 수십 년 된 백양나무를 베어내고 지하 할인매장과 쇼핑몰을 짓는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가 한창이었다. 거기다 세브란스병원을 찾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철저히 자본만 넘쳐나는 느낌이다. 이한열이 꿈꿨던 세상은 이런 곳이 아니었을 것이다. --- p.215

이 센터는 문민정부의 업적으로 ‘군사정권을 실질적으로 종식하고, 금융실명제 및 부동산실명제 실시,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도입, 지방자치제 전면 시행, 군사독재 시대의 역사적 청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군 평시작전통제권 회수,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추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경수로 지원’ 등을 나열하고 있다. 사실 나열된 것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그동안 YS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았고 어떤 점에서는 야박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부정적으로 평가받은 요인은 3당 합당을 추진하고 IMF 경제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점일 것이다. --- p.238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경제주권을 넘겨준 현장인 정부서울청사는 과거의 치욕을 ‘모른 척’하며 꿋꿋하게 서 있다. 이곳에 있던 총리실을 비롯해 과천청사의 경제부처도 2012년 세종시로 이전했다. 경제주권을 상실했던 현장인 정부서울청사 12층에서는 매주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열렸다. 국무회의실에는 역대 총리의 초상화가 고급스러운 액자에 끼워져 걸려 있다. 최소한 국무회의실 역대 총리 초상화 아래 “이곳이 우리 공무원들의 잘못으로 경제주권을 IMF에 넘겨준 치욕의 자리입니다.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 심경으로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봉사합시다”라는 경구 하나 정도는 남겨 놓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 아니었을까? --- p.246

개성공단이 북한 핵개발의 돈줄이라는 오해는 남측의 보수 정치인과 일부 극우단체의 일방적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하는 언론 때문에 생겨났을 것이다. 김진향 전 교수는 또 “우리가 개성공단에 1년에 투자하는 돈이 임금·세금 등 모두 합쳐 1억 달러가 채 안 된다”라면서, “공식적으로 5억 달러의 생산품을 가져오는데, 이것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도 가격으로, 실제로 환산하면 우리 기업이 15배에서 30배 이득을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으로 큰 이득을 보는 쪽은 북한보다는 오히려 우리 기업, 특히 해외투자를 할 수 없는 우리 영세기업이라는 이야기다. 바로 이 개성공단의 모습이 진짜 ‘통일대박’ 아닐까?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통일대박’은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고 흡수통일을 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는 남북 간 교류협력을 통한 점진적 평화통일이라는, 우리가 오랫동안 논의해서 합의한 한민족 통일방안에 비추어 보면 옳지 않다. --- p.258

2015년 10월 12일,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와 거세게 부는 바람 속에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 허름한 천막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찬바람을 막기 위해 천막 주변을 비닐로 둘러치고, 비닐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군데군데 모래주머니를 놓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이곳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42일째 단식을 계속하고 있었다(그는 2015년 10월 14일 45일간 이어진 단식을 중단했다). 의료진으로부터 간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그는 이날 탈진해 노조 사무실에 누워 있었다. 그는 필자의 사진촬영 요구에 힘든 몸을 이끌고 공장 정문 앞으로 나왔다. 그는 “단식 40일이 넘으면서 너무 지쳤다”라며, “최근 정부가 노동개혁이라고 내놓은 것을 보면 기대할 것이 없다”라고 허탈해했다. _284쪽

그렇다면 시민의 자발적인 소통으로 타올랐던 2008년 촛불시위는 실패한 것인가? 청계광장에서는 지금도 촛불이 켜지고 있다. 2015년 10월 초부터 청계광장 초입 파이낸스빌딩 앞에서는 매일 저녁 7시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켜졌다. 이번에는 ‘노동개악 저지 촛불집회’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항의집회다. 최근에는 여기에 하나의 이슈가 더해졌다. 바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촛불집회’가 그것이다. 촛불집회를 막기 위해 둘러싼 명박산성이 있던 광화문 광장에는 “아직은 세월호 속에 가족이 남아 있습니다”라는 플래카드와 함께 ‘0416 전시관’, ‘광화문 분향소’ 등이 들어서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곳을 아예 ‘세월호 광장’으로 이름을 바꿔 부른다. 이곳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자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미사가 오래 이어졌다. --- p.298

노무현이 세상을 떠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묘소에는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다. 주말에 60명 예약을 받았다는 인근 식당 주인은 “찾아온 그들은 ‘가슴이 허해서 왔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곳을 경비하는 한 전경은 “묘 앞에서 엉엉 우는 사람도 꽤 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무엇이 ‘허’하기에 이곳을 찾고, 무엇이 억울하기에 묘 앞에서 통곡을 하는가? 전라남도 고흥에서 묘소를 찾았다는 박채주 씨(77세)는 ‘평소 노무현을 좋아했느냐’는 질문에 “그렇죠.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우리에게 권위를 버린 진정한 민주주의 모습을 보여준 분이지요”라고 말했다. 박 씨는 자신이 4·19학생혁명에 가담했다고 소개했다. 박 씨는 묘역을 나서며 “여기에 안 오는 것이 나았다”라며, “안 왔으면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침통해했다. --- p.313

처참한 모습의 천안함을 둘러보던 한 노인이 “그런데 왜 잠수함을 못 본 거야? 고기잡이배도 물속에 있는 고기를 볼 수 있거든”이라고 해군 병사에게 질문했다. 옆에 있던 한 노인이 “이 사람은 어선협회장이라 배에 대해 잘 안다”라고 거들었다. 또 다른 사람이 “음파탐지기(소나)도 있잖아, 저 배 밑에 볼록 나온 것”이라고 손짓했다. 설명하던 해군 병사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음파탐지기가 성능이 나빠서요……”라고 얼버무렸다.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의 70대 노인도 이렇게 상식적이며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 p.322

분향소에는 촛불만 껌벅거릴 뿐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나이 지긋한 여성이 조용히 신발을 벗고 들어와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었다. 일어서는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맺히다 못해 주르륵 흘렀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벌써 없던 일처럼 된 것이 가슴 아프다. 우리나라 사람은 너무 빨리 잊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나이가 예순여덟이고 손주가 고등학생이라는 그는 전라남도 나주에서 등산을 왔다가 이곳에 들렀다고 한다. 그는 방명록에 “벌써 잊혀지고 있다니 서럽습니다”라고 적고 조용히 분향소를 나갔다. 이곳은 진도 팽목항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다. 팽목항 한쪽 주차장에 컨테이너로 만든 분향소에는 희생된 학생들의 영정과 꽃, 그들에게 보내는 각종 편지가 쌓여 있다. 분향소 주변에 세워진 시민사회단체 컨테이너는 대부분 문이 잠겨 있고, 노란 추모리본은 비바람에 낡았다. 12월 중순임에도 비교적 따뜻한 날씨 덕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관광버스도 두 대나 있다. 인근에서 등산을 마치고 겸사겸사 온 시골 노인들도 있고, 군 입대를 앞둔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중년 부부도 있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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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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