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난의 베테랑이라서 이런 책을 쓴 건 아닙니다. 그러기에는 제 인생이 너무도 순탄했습니다. 필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는 저보다 더 힘든 일을 겪으셨거나 겪고 있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저는 살면서 병원에서 하룻밤을 넘겨 본 적이 (태어나던 날을 빼고) 세 번뿐입니다. 두 번은 전립선암 때문이었고, 한 번은 앞서 얘기한 혈전 때문이었어요. 저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겪은 분들이 많을 텐데, 그에 비하면 제 경험은 정말 별것 아니지요. 전에는 안부 인사 차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라고 누가 물으면 으레 “좋습니다”라고 답했는데, 이젠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둘은 분명 서로 달라요. 전립선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기 전날만 해도 제가 느끼기에 제 몸 상태는 좋은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다음 날 암 진단을 받았어요. 사실 제 건강은 좋지 않았던 겁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제 건강 상태가 어떤지 모릅니다. 아마 지금도 암세포는 있을 것이고, 어쩌면 다른 혈전이 떨어져 폐로 이동하기 직전인지도 모르지요. 간단히 말하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분이나 저나 지금 둘 다 매우 약한 상태라는 겁니다. 여러분은 병원에 있고 저는 집에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자신이 얼마나 성하거나 병들어 있는지 피차 정확히는 몰라요. 그래서 저는 이제 “좋습니다”라는 말 대신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성경이 해 주는 말과도 잘 맞아듭니다. “들으라 너희 중에 말하기를 오늘이나 내일이나 우리가 어떤 도시에 가서 거기서 일 년을 머물며 장사하여 이익을 보리라 하는 자들아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너희가 도리어 말하기를 주의 뜻이면 우리가 살기도 하고 이것이나 저것을 하리라 할 것이거늘”(약 4:13-15). --- pp.21~22
영혼을 곁길로 빠지게 하는 것은 온갖 잡다한 소리만이 아닙니다. 육신의 통증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여기에 허를 찔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고통 때문에 하나님이 필요한데, 바로 그 고통이 우리 시야를 가려 하나님을 보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여러분의 마음속에 하나님에 대한 단순하고 짤막한 성경 말씀들이 들어 있는 게 참 중요합니다. 그러면 자신에게 그것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중략)… 신음하며 기다리는 동안 그것을 손안에 꼭 붙들어야 합니다. --- pp.107~109
지난 세월 저는 병원으로 심방을 갈 때마다 환우들에게 아주 짧고 영광스러운 진리들을 말해 주었습니다. 특히 대수술을 바로 앞둔 사람들에게 그렇게 했습니다. 마취제가 몸에 퍼지는 순간까지도 그것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냥 몇 단어로도 충분하니 여러분도 하나를 꼭 붙들기를 바랍니다. 고통은 생각을 흐려 놓지만 진리의 말씀 한마디가 여러분의 초점을 지켜 줄 수 있습니다. --- pp.110~111
사탄은 여러분이 입원한 동안 겪는 일들을 무의미하고 공허하고 무섭고 사소하게 만들려고 호시탐탐 노립니다. 사탄에게 이 승리를 내주지 마십시오. 기도하세요. 병원에 갈 때도 기도하고, 입원 수속 중에도 기도하고, 들것에 실려 갈 때도 기도하고, 병상에 누워서도 기도하세요. 아침에도 기도하고 밤중에도 기도하세요. 쉬지 말고 기도하십시오. 아마 잘 정리된 말로 길게 또박또박 기도할 수는 없을 겁니다. 투병 중에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게 마련이니까요. 간단한 간구와 감사와 찬양을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툭툭 내뱉어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