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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

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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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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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8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68g | 127*188*20mm
ISBN13 9791186686119
ISBN10 118668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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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르헤스는 경기장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는 미어터지는 대강의실에 들어서면서 짧은 순간 검투사가 된 기분이었다. 그 짧은 순간 그는 정신을 차리고 더없이 맹렬한 욕망을 다스렸다. 그 난국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욕망이었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청중들에게 아즈텍 문명의 종말에 관해 더없이 간략한 강연을 시작했다. --- p.23

그녀가 미소를 띤 채 그를 미련한 허영심에 빠지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지 못했다. 그가 모르는 무언가를 그녀가 알고 있다는 건 알지 못했다. 쿠아우테모크는 죽지 않았고, 그가 고문한 용감한 남자는 쿠아우테모크가 아니었으며, 아즈텍의 마지막 황제를 그가 제거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보르헤스의 이 직감은 시시각각 커져갔다. 필사본 하나하나가, 단어 하나하나가 그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 p.31

16세기의 터키 역사가들이 신세계에 관심을 가졌었는지도 알고 싶어했다. 살짝 정신 나간 탐험가들이 그 옛날 인도 길을 편력한 뒤 다시 비단길로 떠나 이스탄불에 들렀다가 정체를 숨긴 어떤 인물들에 관한 소식을 가져온 건 없었는지 알고 싶어했다. 마르코 폴로처럼 어떤 잊힌 인물이 아즈텍 황제들의 온갖 비밀과 계략을 털어놓은 『서인도 견문록』을 쓴 적은 없는지 알고 싶어했다. --- p.56

연금술사처럼 문장의 재료를 해체했고, 구성 성분들을 시험관에 분리해놓고 다르게 조합했다. 그리고 작동 방식을, 문장들을, 말들을, 글자들을 뒤집었다. 어원들을, 의미들을 탐구했다. 터키어로, 그리고 에스파냐어로. 그렇게 그는 말의 배치표와 대조표를 만들고 과감히 생략하기도 했다. 만화경의 마법도 사용했다. --- p.79

역사가 언제나 반복된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 영원한 회귀를 정확히 해석해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낯선 무리가 테노치티틀란의 문 앞까지 와 있다는 소문이 떠돌자 목테수마는 아즈텍 달력이 예고한 케찰코아틀 신이 돌아온 것이라 믿었다. --- p.132

카이사르의 이야기와 아일랜드인 음모자의 이야기가 지닌 이 유사성은 라이언에게 시간의 비밀스런 형태를, 선들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그림을 가정하도록 이끈다. 역사가 역사를 복제했으리라는 것도 상당히 놀라운 일인데, 역사가 문학을 복제한다는 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 p.135

미학적인 감동을 기대했던 건 화가였지만, 울음이 몰려오는 걸 느끼고 전날 참았던 오열을 마구 쏟아낸 건 소년이었다. 자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소년은 말할 수가 없었다. 극도의 피로가 몰려와 모든 빗장을 하나씩 무너뜨린 것이다. 몇 달 동안 피로가 톱질을 하고 힘을 가해 그 빗장들을 마모시켰던 것이다. --- p.153

역사가 말해주지 않는 것이 있다. 바르바로사를 이스탄불로 불러들이는 임무를 맡은 밀사가 초래한 뜻밖의 혼돈이다. 이 세부 사실은 중대하지만 언급되지 않는다. 역사책들은 선별해서 말한다. 이 지역의 역사책들은 천사의 성별을 기억하는 편을 선호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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