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유 속의 버터
어느 날 젊은 수행자가 대나무와 마대를 엮어 만든 강기슭 작은 오두막에 살고 있는 늙은 성자를 만나러 갔다. 오두막의 소박한 분위기는 수행자의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혔으며 성자와의 만남은 무척 즐거웠다. 떠날 때가 되자 수행자는 중요한 질문을 해도 되느냐고 성자에게 물었다.
“물론이네, 아들이여.” 성자가 말했다.
“신을 어디서 찾을 수 있습니까?”
성자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쉬운 질문이 아닐세. 내일 다시 오면 답을 해 주겠네. 올 때 우유 한 잔을 가져오게."
수행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음 날이면 대답을 들을 수 있어 흥분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성자가 우유 한 잔을 부탁한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마음에 두지 않았다. 다음 날 그는 우유 한 잔을 들고 다시 찾아갔다. 성자는 우유를 갖다주어 고맙다고 말한 뒤, 우유를 발우 그릇에 부었다. 그리고 우유에 손을 넣어 움켜쥔 뒤 들어올렸다. 우유가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가자 눈살을 찌푸리고는 다시 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결과는 똑같았다.
수행자는 이 광경을 지켜보았고 어리둥절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는 성자가 이 어리석은 행동을 그만두고 질문에 답해 주기를 바랐다.
성자는 우유 속에 손을 담근 채 뭔가를 느껴 보려 하였고, 때로는 손을 밖으로 꺼내어 손바닥을 유심히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손바닥에 아무것도 없자 다시 우유에 손을 넣어 뭔가를 잡으려는 듯이 휘저었다.
마침내 수행자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스승님, 무엇을 찾고 있습니까?”
“나는 우유 속에 버터가 있다고 들었네.” 성자가 말했다. “그래서 버터를 찾고 있다네.”
수행자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런 게 아니에요. 버터는 우유와 분리되어 있지 않아요. 우유의 일부입니다. 우유를 요구르트로 바꾸고 나서 휘저어야 버터가 나오는 겁니다.”
“훌륭하네!” 성자가 말했다. “이제 자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을 걸세.” 그리고는 그릇에 든 우유를 단숨에 마셨다. “이제 가서 자네 영혼의 우유를 휘저어 보게. 신을 발견할 때까지.”
21. 야경꾼
옛날 브린다반에 있는 크리슈나 사원에 도둑으로부터 사원을 지키는 야경꾼이 있었다. 안쪽의 성소에 있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힌 왕관을 쓰고 있는 크리슈나 조각상을 지키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밤새 졸지 않고 지키기 위해 그는 바잔이라고 하는 찬가를 부르곤 하였다. 어느 날 밤 고전 음악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수석 사제가 사원 옆을 걷다가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귀에 거슬릴 정도로 음정이 맞지 않는 노랫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는 화가 나서 단숨에 사원으로 달려갔다.
“그 소음을 멈추게!” 사제가 소리쳤다. “당신의 거친 목소리는 사원의 고요함을 방해하네. 신 크리슈나께서 지금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가? 사원에서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말게!”
충격을 받은 야경꾼은 즉시 떠났다. 잠시 뒤 사제의 화는 진정되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가 성급했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사원을 지킬 사람이 자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밤새 사원을 지키고 다음 날 아침에는 새로운 야경꾼을 찾기로 결심하였다.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사제는 사원의 안쪽 성소에서 다가오는 무거운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그는 성소의 양쪽 문을 확인하였지만 모두 잠겨 있었다. 아무도 그를 지나 성소로 들어간 사람은 없었다. 그는 문에 귀를 대 보았다. 발자국 소리는 계속되었다. 어떤 영리한 도둑이 성소로 들어가는 다른 길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며,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달려 들어가 보았다. 놀랍게도 그는 이리저리 걷고 있는 크리슈나 조각상을 발견했다.
오, 축복받은 밤이여, 사제는 생각했다. 나의 모든 선한 행위를 아시고 신 크리슈나께서 영광스럽게도 직접 나를 만나러 오셨구나. “나의 신이시여!” 사제는 부르짖으며 무릎을 꿇었다.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영광을 주십니까?”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크리슈나는 화를 내며 대답했다. “밤새 나에게 자장가를 들려주는 사람이 없어졌어.”
사제는 깜짝 놀랐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말하였다. “제가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저의 신이시여. 저는 가장 뛰어난 음악가입니다.” 사제는 옆 방에서 자신의 탐부라를 가져와 조율을 한 뒤, 야경꾼이 노래했던 바잔을 고전적인 라가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완벽하게 연주했으며 정확한 음으로 노래하였다.
잠시 듣고 있던 크리슈나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나는 수백 년 동안 고전적인 라가들을 들어 왔다. 나 자신이 그대보다 훨씬 더 잘 노래할 수 있다. 아니, 나는 반드시 그 야경꾼의 노래를 들어야겠다. 15년 동안 나는 그 노랫소리를 들었고, 이제 나를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은 그의 노래뿐이다.”
“하지만 저의 신이시여.” 사제가 말했다. “그는 음치이며 콧소리를 내며 노래합니다. 제가 탐부라를 연주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 연주를 들으면 편안해지실 것입니다.”
“나를 지루하게 만들지 말라!” 크리슈나가 말했다. “즉시 그 야경꾼을 데려 오라.”
깜짝 놀란 사제는 더 이상 우기지 못하고 야경꾼의 집을 향해 달려갔다. 안에서 흘러나오는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문을 두드렸다. 잠시 뒤에 야경꾼이 나왔는데, 그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 울고 있는가?” 사제가 물었다.
“저는 제 가장 소중한 사원으로부터 쫓겨났습니다.” 야경꾼이 말했다. “제 인생은 오직 저의 신에게 헌신하며 살아갈 때만 가치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행운아요.” 사제가 씁쓸하게 말했다. “신 크리슈나께서 사원 안에 살아 계시오. 그리고 당신이 그분을 위해 노래하기를 원하신다오.”
그 말을 듣고서 이제 야경꾼의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즉시 사제를 따라갔다. 그들이 사원에 도달했을 때 크리슈나는 여전히 서성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대가 떠난 뒤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크리슈나가 말했다. “부디 그대의 찬가를 시작하기 바란다. 그리고 그대가 매일 밤 그랬듯이 문을 닫으라.”
사제는 문을 잠갔다. 야경꾼은 털썩 무릎을 꿇고는 놀라워하며 크리슈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사제는 그를 흔들어야 했다. 그러자 문지기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의 뺨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노래는 이전처럼 거칠었고 더 심하게 더듬거렸다. 사제는 크리슈나가 그런 소음으로 자신을 모욕한다며 자신들을 혼낼 것이라고 생각하여 겁을 내며 움츠렸다. 하지만 그가 크리슈나를 쳐다보았을 때, 신의 얼굴에는 깊은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사제는 야경꾼의 목소리에서 어떤 소리를 들었는데, 그 소리는 언제나 있었지만 자신이 한 번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그가 호수 표면에 투영된 모습만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그의 눈이 바뀌면서 처음으로 호수 밑의 순수한 깊이를 보는 것과 같았다.
이제까지 사제는 인도 전역에서 연주를 했고 수많은 연주를 들었지만, 이런 소리는 평생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 소리는 수정으로 만든 종 같은 야경꾼의 몸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전까지 들은 모든 것은 그저 음성이고 소리였을 뿐이며, 지금 듣고 있는 것은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그는 지극한 희열을 경험했다.
서서히 밤이 지나갔다. 야경꾼이 노래하는 동안 크리슈나 조각상은 본래의 받침대로 돌아갔고 평소의 자세를 되찾았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자 야경꾼은 노래를 그치고서 조각상 앞에 엎드려 절했다. 여전히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제는 야경꾼이 일어나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마침내 아침 예배를 드리러 사람들이 도착할 때가 되어 걱정된 그는 야경꾼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이제 일어나게. 당신이 할 일은 끝났다네. 집에 가서 잠을 자게.” 하지만 야경꾼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제가 부드럽게 그를 흔들자, 야경꾼의 몸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의 영혼이 신과 함께 하기 위해 올라간 것이었다. 그는 죽었지만 그의 얼굴은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의 몸은 아침 해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사원은 빛으로 가득 찼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