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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458g | 130*200*30mm
ISBN13 9788937839986
ISBN10 8937839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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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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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줄이고 행동하라’가 금붕어의 철학이다.
이언이 말을 할 줄 안다면 “계획을 세우는 건 실패를 향한 첫걸음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이언은 봉 비방(bon vivant: 인생을 즐기며 사는 사람)이다. 그에게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면, 영어에 같은 뜻의 어구가 없어 프랑스어에서 훔쳐올 수밖에 없었던 표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이언은 금붕어로서 언제나 행복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스물다섯 층을 지나간 뒤 엄청난 속도로 포장도로와 충돌하게 되리라는 생각은 이언에게 떠오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금붕어의 부족한 분석력은 이언에게 축복이다. 깊은 생각으로 인한 고민은 없고 원초적인 본능과 찰나의 기억만이 있다. 이언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순간순간 반응한다. 무엇이든 마음에 담아두거나 길게 심사숙고하는 법이 없다. 자신의 곤경을 깨닫는 순간 금세 잊어버리고 나중에 다시 발견한다. 그래서 이언은 잠을 잘 잔다. 걱정거리도 없고, 머리가 복잡할 일도 없다.
하지만 추락의 공포를 반복적으로 실감하면서 이언의 몸이 생리적으로 축나고 있다. 속사포처럼 방출되는 아드레날린이 도피 반응을 반복적으로 부추기며, 황금빛 껍데기에 싸인 물고기의 살덩어리를 압박한다.
“그런데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어, 숨을 못 쉬겠어. 젠장, 지금 고층건물에서 떨어지고 있잖아! 그런데……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어…….”
생각이 없는 건 정말이지 축복이다. --- p.19

그때 갑자기 아파트가 쥐 죽은 듯 고요해진다. 침대 머리맡에 둔 스탠드가 꺼진다. 냉장고 압축기가 돌아가지 않는다. 건물에 확연한 정적이 깃든다. 소리가 안 들리는 것도 그렇지만, 고요한 느낌이 너무 강하다. 조용히 윙윙거리는 전기 소리가 모조리 사라졌다. 있을 때는 눈치 채지 못했는데 없어지고 나니 단번에 알겠다.
코너는 저 아래 거리에서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코너는 자기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뭔가가 변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게 뭔지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방 한구석에 서 있는 스탠드가 다시 켜지고 냉장고가 찰칵 하더니 윙 하고 돌아가기 시작한다. 가스레인지에 달린 시계에서 녹색의 8이 한 줄로 번쩍거린다.
내가 케이티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코너는 생각한다. 살면서 이렇게 확신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어. --- p.135

그러니까 도시 인구가 100만 명이 살짝 넘고 그들 중 반 정도가 남자라고 치면, 그리고 모든 남자가 한 번씩 전화를 한다면, 그녀의 회사는 10년 만에 도시의 모든 남자를 고객으로 받을 수 있다. 결국 그녀는 해마다 수천 명의 남자의 귓속에다 성적 환상을 속삭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숫자로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자기의 이런 가설이 완전히 부정확하고 터무니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조금 추잡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 도시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수없이 많고, 모든 남자가 그런 전화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고 보면 사람을 사귀는 일이 단순해 보여도 현실은 정반대다. 상대를 찾기가 쉬울 것 같지만, 그녀의 직업이 존재하는 걸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인연 맺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여기는 아주 외로운 행성의 외로운 도시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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