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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자들을 위한 길 800km

남은 자들을 위한 길 8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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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91쪽 | 384g | 128*188*20mm
ISBN13 9791195843312
ISBN10 1195843313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문지온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몇몇 문학상을 수상했다. ‘글을 통해 따뜻함에 이른다.’는 뜻으로 필명을 문지온으로 정하고, 자신의 글이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세상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누군가에게 한 웅큼의 따뜻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 작업을 하고 있다. 햇살에 뽀송하니 마른 빨래와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를 사랑하는 만큼 비 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으면서 걷는 순례길에서의 고독과 행복을 사랑한다는 저자는 산티아고 가는 길(800Km)와 로마로 가는 순례길(1,000Km)를 걸었고, 지금은 불교와 힌두교인들의 성지인 카일라스 도보순례를 계획하고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자살이란 단어가 책을 뚫고 나와 살아 있는 현실이 되었을 때, 나와 우리 가족이 겪었던 것은 낭만이 아니라 재난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때까지 나와 우리 가족을 안전하게 받쳐 주고 있었던 땅이 무너져 내리면서 깊은 땅 속 구덩이에 내동댕이쳐졌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연이어 덮치는 흙과 건물들의 파편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서로를 찾아도 보지만 각자의 상처와 고통이 너무 심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 p. 24

나는 두 번 카미노를 걸었다. 처음에는 산티아고를 향해 몸으로 걸었고, 두 번째는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잃어버린 내 삶의 기억들과 진실을 찾아 마음으로 걸었다. 카미노는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아 첫 번째 길이 두 번째 길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몸으로 걸으면서 느꼈던 일들이 마음의 진실을 찾아가는 데에 유용한 도움이 되었다. 특히 위험했던 상황들, 외딴 산 속에서 길을 잃었는데 갑작스레 날씨는 변하고 몸은 탈진해서 꼼짝달싹 할 수 없었을 때에 느꼈던 고립감과 공포, 눈 쌓인 산 속에서 경험했던 터널시야 등은 아버지의 죽음을 이해하는 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이 되었다. --- p. 32~33

돌아보면 나는 잘못된 시선을 갖고 있었다. 단지 자살로 생을 끝냈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전 생애가 외롭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로 가득 찼다고 단정짓고, 의심 없이 믿고 있었다. 당신이 살아왔던 전 생애에 비하면 아버지가 자살 충동에 사로잡혀 그 일을 실행하기까지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아주 짧았다. 60년에 가까운 생애에서 길게 보면 1년, 짧으면 한두 달. 그 기간을 제외하고 아버지는 같은 연배의 남자들이 걸었던 평범한 삶을 그대로 살았다. 직업을 갖고 오랫동안 일했고 사랑도 하고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린 후에는 가장으로서의 특권과 책임감을 동시에 누렸다. 여섯이나 되는 든든한 아들과 딸 하나를 둔 ‘아들부자’로 당신의 생산력에 흡족해하면서. --- p. 35~36

“여행을 떠나기 전, 아버지한테 인사를 드리러 갔었어. 아버지는 나에게 용돈을 주고 싶은 데 ‘약 살 돈’밖에 없어 못 주겠다고 하셨어. 난 그 약이 병원약인 줄 알았어. 그때 아버진 가벼운 뇌졸중을 앓고 계셨는데, 내가 알기론 회복 중이셨거든. 그래서 병원에 가시는 날인가 보다, 했어. 속으로 궁시렁거렸어. 용돈은 안 줘도 되니 제발 잔소리 좀 하지 마시라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너무 무신경했어. 그때 그 말이 나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말일 수도 있었는데, 내가 바보 같이 못 알아들었어. 그때 조금만 신중하게 그 말을 생각하고 조금만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면 아버지를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 텐데.” 바로 그때 파란 모니터 화면에 떠오른 말 한마디. “네 탓이 아니야!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네가 잘못해서가 아니야.” 친구는 연이어 다음 말을 이어갔던 듯한데 내 눈에는 그 말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 탓이 아니다, 나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아니다! 어쩌면 그 말을 기다렸던 것일까? 절로 통곡이 나왔고, 흐르는 눈물에 글을 읽을 수 없어 다음에 만나 이야기하자고 하고 컴퓨터를 껐다. --- p. 88~89

발걸음을 떼어 보려 했지만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마음은 달리기라도 할 것 같은데 몸은 얼어붙은 듯, 안간힘을 다하는데도 그대로! 뜻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 그렇게 커다란 절망감을 주는지는 몰랐다. 불현듯 아버지가 이해되었다. 뇌졸중으로 한쪽 손과 다리가 마비되었을 때 아버지가 느낀 절망감이 이랬겠구나! 그때는 아버지의 우울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려서이기도 했겠지만 몸이 마음을 벗어나서 제멋대로 구는 상태, 몸이 의식의 통제를 벗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두려움이자 절망감을 줄 수 있는지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태어날 때부터 약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한 번도 몸을 움직이는 데 지장을 받은 적이 없었고, 그때 아버지는 손을 약간 떨고, 걸을 때 한쪽으로 몸이 약간 기우는 정도. 그러니까 내가 보기엔 그저 ‘생활하는 데 약간 불편한 정도’여서 아버지처럼 강한 분이 왜 그리 우울해하는지를 몰랐다. 다시 엉거주춤 앉아 뇌아렸다.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아버지가...... “너, 괜찮니?” 바람소리에 섞여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p. 106~107

“두 분은 카미노엔 자주 오세요? 왠지 처음 오시는 분들 같지 않아서요.” “난 여러 번 왔고, 하자르는 처음이야. 우리에겐 잃어버린 딸이 있어. 그 애가 그리울 때마다 난 카미노에 왔어. 에우나테에 작은 성당이 있는데, 거기서 우리 아일 만났어. 딸을 잃어버리고 처음 카미노에 왔을 때 너무 슬퍼 성당에 갔어. 가만히 앉아 있는데, 우리 딸이 다가와 내 옆에 와서 앉는 걸 느꼈어.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야. 우린 몸이 안 좋아 앞으론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어. 마지막으로 하자르가 아이를 만나고 싶다 해서 함께 온 거야.” ‘잃어버린’이란 말이 가슴에 와서 박혔다. 그 딸을 어떻게 잃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아니, 물을 이유가 없었다. 그냥 두 사람이 얼마나 딸을 사랑했는지, 그 딸을 잃고 지금 얼마나 슬퍼하고 있는지만 보였다.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하면서도 깊은 슬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릿했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서 아버지를 시작으로 지금은 내 곁을 떠난 가족들, 그중에서도 내 마음속에 묻어 놓은 부모님과 막내 동생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방해받지 않고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었다. “아가다, 고마워. 네 이야기가 위로가 됐어. 우리만 그리워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 딸도 우리를 그리워한다는 걸 알게 됐어. 그래서 이젠 무섭지 않아. 우린 딸을 만나러 가는 것이니까. 그렇지 않니, 하자르?” --- p. 160~161

잉에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침묵이 무겁거나 불편하지가 않았다. 대화가 끊겼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고. 가만히, 깊고 진지한 표정으로 벽난로 안에서 타고 있는 장작불을 응시하는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잉에의 침묵은 기다림, 자신의 가슴속에 있고 나에게 전해지기 원하는 말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나는 그녀의 가슴에서 그렇게 피어난 말을 잘 전해 받고 싶었다. 그래서 가만히, 그녀처럼 나도 말없이 앉아 있었다. 장작불이 탁탁, 튕기는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잉에가 나지막하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슬픔에게 시간을 줘. 나중에, 너의 슬픔이 원할 때 울면 돼.” --- p. 194~195

자기가 경험했던 좋은 것을 아들에게 주고 싶어 하는 마틴과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없이 좋다는 프란치스코. 이 행복한 아버지와 아들을 보면서 아버지와 나의 관계를 생각했다. 내 기억 속에 아버지는 함께 있어 편하고 좋은 분이 아니었다.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봐서 더욱 그랬겠지만 아버지는 엄하고 권위적인 면이 많은 분이었다. 지역 사회에서 당신이 맡았던 역할이나 일에서 대화를 주도하는 데에는 능했지만 가족들에게 당신의 진정한 마음과 관심을 표현하는 데에는 많이 미숙한 분이었고.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도 어색하고 서먹한 침묵 속에 있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이라면 내 편에서 살갑게 이야기도 붙이고 질문을 통해 아버지가 다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드러내도록 도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버지도 마틴처럼 나와 함께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까? 아버지는 나에게 어떤 꿈과 기대, 소망을 가지고 계셨을까?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떻게 살기를 원하셨을까?’ --- p. 236~237

젖어드는 목소리로 아버지가 말한다. ‘그랬구나, 몰랐다.’ 사춘기의 반항심으로 당신을 미워했지만 그 미움마저도 당신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에서 나왔다는 것을 정말 모르고 있었나 보다. 진심이 전달되었다는데서 오는 기쁨에서일까? 아니면 이쯤에서 이야기를 멈추라는 신호였을까? 안에서 무언가, 격한 감정이 치솟아 오르더니 목이 잠긴다. 잠긴 목소리로 잠시 끊었던 이야기를 계속한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내가 아버지를 필요로 하고 사랑했다는 것을. 사실은, 지금도 아버지가 그리워요. 문득문득 생각나고 카미노를 걸을 때는 더 많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걷다 십자가만 보이면 소리쳤어요. 날 위해, 날 사랑해서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고? 웃기지 마라! 내가 언제 날 위해 죽어 달라고 했어? 원한 적도 없는데 왜 죽어서 나를 죄인 만드는데? 사랑하면 살아야지! 살아남아 끝까지, 죽어서 헤어질 때까지 옆에 있어야지! 아버지한테 하고 싶었던 말인데, 아버지는 안 계시니까 애꿎은 십자가만 보면 퍼붓고 울었어요. --- p. 247~248
가만히 내 등을 쓰다듬으며 어머니가 하는 말씀. ‘미안하다, 나도! 나도 힘들 때면 늬 아버지 죽음에 애꿎은 널 탓했고, 현이까지 가고 나니 내 옆에 있으면 네가 위험하다 싶어 매정하게 밀쳐냈다. 많이 춥고 힘들었지? 다 안다! 그래서 널 항상 지켜보고 있다. 내가 필요할 땐 언제나 네 곁에 있으니 걱정 마라. 겁먹지도 말고. 세상에 나가 원 없이, 사는 것처럼 살아라. 내가 도와주마. 헛말, 아니다.’ 안다. 어머니의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살아 계실 때도 어머니는 그랬다. 안에서는 우리에게 엄격하고 냉정한 분이었지만 밖에서 오는 공격이나 위험에는 몸을 던져 막아내고 자식들을 대신해서 싸웠다. 한 번 큰 실수를 한 적도 있었지만 대개는 어미의 본능에 충실한 분이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약속을 믿는다. 어머니가 나를 안았던 팔을 푼다. 나도 어머니의 품에서 나와 바로 선다. 말없이 눈빛으로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나, 간다. 나도 눈빛으로 말씀드린다. 잘 가, 엄마! 오빠도, 아버지도 안녕히 가세요! 달빛에 쌓여 사라지는 세 사람.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 식탁을 치우는데 비어 있던 의자에 편지 봉투가 보인다.
--- p. 28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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