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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들과의 점심

우상들과의 점심

: 상처 입은 우상들, 돈, 섹스, 그리고 핸드백의 중요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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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572g | 146*210*30mm
ISBN13 9788994015965
ISBN10 8994015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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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내 나름의 자유로운 방식으로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해왔으니, 그것은 이를테면 돈에 대한 우리의 애증 관계일 수도 있고 비만의 악마화나 독신생활의 잔혹한 현실일 수도 있다. 이처럼 삐뚜름한 각도로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 덕분에 내가 지적 정직성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윌리엄 해즐릿William Hazlitt,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그리고 영원히 빼놓을 수 없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세이 작가들이며, 나는 특히 그들의 목소리가 글을 쓰는 자아의 정중앙에서 쩌렁쩌렁 울리기보다도 그 언저리에서 새어나오는 느낌에 찬탄한다. 내 글 또한 그렇게 비밀을 속삭여주듯 친밀한 음조를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고 믿고 싶다.” --- p.18

“그래서 나는 20대 초반 어느 날 우디 앨런에게 편지를 썼다. 추문을 내기 전, 초창기의 지독하게 웃겼던 우디 앨런에게 말이다. 〈돈을 갖고 튀어라Take the Money and Run〉를 보고 《보복Getting Even》을 읽은 후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존재감을 발하는 그를 내 분신으로 삼았다. 그는 답지 않은 광팬인 내게 꼭 맞는 답지 않은 유명인이었다. 대학 창작 시간에 썼던 그건 사실 편지라기보다는 시였다. 시치고는 퍽 재미난 시였을 텐데 기억나는 것은 마지막 두 줄이다. “당신은 나를 웃겨주는 사람이에요.” 나는 그렇게 썼다. “내 곁에서는 우울해도 괜찮답니다.” 바로 그거였다. 나는 위대한 코미디언의 내면에 감추어진 고통을 이해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신기하게도 그가 낚였다. 내 시를 칭찬하고서 자신의 심장을 엑스레이로 찍는다면 꺼멓게 나올 거라는 답장을 보내왔던 것이다.” --- p.27

“개인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는 개성의 힘뿐 아니라 재능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코트니 러브의 자신만만한 카리스마에 어떤 이들은 매혹되었고 다른 이들은 등을 돌린 것이 틀림없다. 쉬지 않고 자신을 갱신하고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 불안하게 다리를 벌리고 선 그녀의 끝없는 탈바꿈을 볼 때 러브는 진정한 밀레니엄 세대인 것도 같다. 그럼에도, 어떤 해악을 끼쳤든 간에 그녀가 이제 허식의 길에 들어서서 가지런한 세상을 향해 주먹을 날리던 광란의 아이를 길들이고 겉만 예쁜 또 하나의 영화스타라는 우리에게 전혀 필요치 않은 존재가 되어 다가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 p.86

“허마이어니 리는 여성으로 태어난 천재가 치러야 했던 대가와 하나의 생을 형성하는 힘들의 상호작용에 대해 통찰력 있고 더없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써냈다. 리의 책은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어조와 해석 수준에 있어서 실로 불가능한 업적을 이루어냈으니, 바로 버지니아 울프를 우상의 위치에서 구조하여 인간의 차원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리 덕택에 우리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염치없이 속물적이고(조이스의 《율리시스Ulysses》를 “충분히 세공되지 않은, 독학한 노동자의 작품”으로 보았다) 지독하게 시샘이 많으면서도(항상 타인들의 자존감을 두고 딱딱거렸다) 언제나 빛나고 상냥하고 관대한, 거리에서 만나면 가장 반가울 그런 사람 말이다.” --- p.176

“제발트의 작품을, 치료 가능한 기분장애를 “마치 세상이 유리 종 아래 있는 것처럼” 보편적 엔트로피로 오인하는 남자가 어두운 렌즈를 통해 바라본 광경으로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에 대한 지식인연하는 이들의 열광에 서린 수상한 기운을, 그것이 정녕 심오한 작품인지 아니면 무자비하게 염세적인지에 대한 약간의 우려를 고찰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음울한 책상머리 지식인이 아니면 그 누가 “말없이 안락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한두 명의 살아남은 어부와 뱃사람을 빼면 거의 늘 텅 빈” 사우스볼트의 선원도서실을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꼽는 화자에게 마음을 열겠는가. 하지만 제발트를 우울증 환자로 일축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영역을 넘어 원초적인 실존적 절망을 탐구하는 그의 위대함의 큰 부분이라 할, 스스로도 시인한 바 있는 황폐한 재능을 무시하는 일이다. 나는 그를 어둠과 친했던 사람으로, 밤중에 짖어대는 미친개와 더 친숙해지기 위해 온 세상이 꿈을 꾸고 있을 때 홀로 깨어 있었던 외로운 야경꾼으로 생각한다.” --- p.195

“자신의 ‘책을 덮고’ 죽고 싶다고 했던 로스는 본질적으로 그 소망을 이뤘다. 하지만 그의 경우, 창조적인 사람들의 대체로 불행한 사생활에 관해 읽을 때 흔히 그러는 것보다 더욱 간절히 묻고 싶어지는 질문이 있다. 과연 작품이란 것이 그토록 고통스러워할 가치가 있었을까? 문장을 쓰기 위한 그 모든 고통은 인간에게 너무나 큰 대가를 요하는 게 아닐까? 로스는 결국 《무례한 흐름의 자비》가 된 자서전적 고찰에 ‘늙고 참패한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the Artist as an Old Fiasco’라는 잠정적 제목을 붙여놓았었다. 결론적으로 그것은 그의 날카로운 자의식, 그의 표현대로 “자아의 풍경”의 함정과 웅덩이 들에 대한 또렷한 친숙성을 주장한다. ‘나는 몹쓸 놈이다’라고 만년의 로스는 선언했다. 아, 하지만 그는 얼마나 잘 썼던가.” --- p.206

“그러므로 나는 휴 헤프너Hugh Hefner 식으로 빤하게 희룽거리는 법은 배우지 못했으나 다른 방식의 희룽거림은 배웠으니 그것은 아버지가 인정했던 나의 일부, 바로 내 마음과 노는 것이다. 남성 인구의 상당수를 배제하는 드문 유혹의 형태이긴 하지만, 그것을 알아보는 남자들에게는 살짝 드러난 어깨나 볼 때마다 하루가 어땠는지 묻는 애교 어린 질문보다도 훨씬 낫다. 이런 접근법은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성공하지 못할지 모르고 밸런타인데이에 장미 한 다발도 안겨주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언제나 앞을 보며, 봄이 오면 스스로에게 수선화 몇 송이를 선사할 수 있지 않은가.”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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