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 모노코스(티베리우스 통치 2년)
“괴로워 보이는구나. 환영 때문이지? 너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잖니.”
“이건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저주예요.” 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그리피나 이모가 슬픈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불쌍하기도 하지. 내가 듣기로는 예지력이 사람을 선택한대. 없애지 못한다는 거지.”
“미래를 바꾸지 못한다면 끔찍한 일을 미리 아는 게 무슨 소용이죠?”(본문 중에서)
결코 고분고분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던 어린 클라우디아, 그녀에겐 신비한 능력이 있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다. 꿈을 꿀 때, 혹은 그 일이 있기 직전 마치 환영처럼 미래가 보이는 것이다. 산달이 된 이모의 뱃속 아이의 성별을 맞히는 건 좋지만 나쁜 미래를 볼 때는 자신의 능력이 끔찍하기만 하다. 게르마니쿠스 이모부의 끔찍한 최후가 바로 그런 것이다. 티베리우스 황제 곁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클라우디아는 승리할 검투사를 미리 보게 된다. 그리고 이후에 연회장에서 빌라도를 처음 만나게 되고, 그녀는 그에게 깊이 빠져들어 이시스 여신에게 영혼을 맡기고 그와 결혼할 수 있는 주문을 받게 된다.
♤ 2부 : 안티오크(티베리우스 통치 8년)
그가 마실 때, 그가 먹을 때, 그가 다른 사람과 잠자리를 가질 때마다 나는 그의 심장에 마법을 걸고, 그의 숨결에 마법을 걸고, 그의 사지에 마법을 걸고, 그의 가장 깊은 부분에 마법을 걸리라. 내가 바란다면 언제 어디서든 그가 나에게로 올 때까지, 그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으며 그가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알게 될 때까지, 그가 나의 것이 될 때까지.(본문 중에서)
결국 주문을 건 대로 빌라도를 가지게 된 클라우디아.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엔 언제나 ‘나는 그를 사랑하는데, 그는 결국 마법에 걸렸을 뿐’이라는 의구심이 내재되어 있다. 그녀의 이모부에 대한 끔찍한
꿈은 현실이 된다. 실질적 권력의 2인자였던 이모부 게르마니쿠스는 티베리우스와 피소의 음모에 휘말려 저주를 받게 되어 결국 죽음을 당한다. 그녀는 충격으로 아이를 유산한다. 유산한 후 클라우디아는 빌라도에게 더욱 집착하게 되고, 주술사에게 좀 더 강한 마법의 주문을 부탁한다.
♤ 3부 : 로마(티베리우스 통치 13년)
우리 두 사람 모두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끌어안고 같이 울었다. 슬픔이 우리 두 사람을 묶어주었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함께 했던 어린 시절 이래로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이제 여인이 되어 서로 무척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어렸을 때처럼 커다란 긴 의자에 같이 누워 있으니 나는 아주 먼 옛날의 밤들, 우리가 얼마나 기품 있는 여인이 될 것이며 얼마나 근사한 남편들이 우리를 사랑할지 먼 미래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운명을 확신하며 우리가 지혜롭다고 굳게 믿었는데. 그때의 스스럼없는 우애, 쉽게 한 말들, 꿈들, 그토록 쉽게 털어놓던 비밀들은 모두 지금 어디에 있을까?(본문 중에서)
로마 권력의 2인자였던 신격 아우구스티누스의 집안은 게르마니쿠스의 죽음으로 점점 몰락해갔다. 빌라도는 몰락한 집안의 아내 때문에 자신의 권력에 해가 가지 않기 위해 더 애썼지만, 클라우디아의 언니 마르셀라의 불미스러운 애정행각으로 또 한번 타격을 입는다. 마르셀라는 생매장 당한다. 클라우디아는 두 번째 아이의 이름을 언니의 이름을 따 마르셀라라고 짓는다. 그리고 빌라도에게 숨겨진 여자가 있으며 그녀도 같은 날 아들을 낳았음을 알게 된다. 클라우디아는 아주 오래 전 경기장에서 승리를 예견했던 검투사 홀탄을 다시 만나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 4부 : 카에사리아(티베리우스 통치 16년)
내 남편의 이름이 끝도 없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무언가가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그들과 함께 비명을 질렀다. 꿈에서 깨어나려고 절망적으로 몸부림치자 예수의 얼굴이 점점 흐려지더니 사라졌다. 십자가만이 남았다. 화염에 삼켜진 수많은 시체가 널린 끝없는 들판 위로 십자가가 포개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무서운 광경은 서서히 사라지고 익숙한 내 방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십자가. 그래, 오래 전부터 계속 나타나던 십자가다. 빌라도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빌라도는 유대아의 총독으로 임명 받는다. 클라우디아는 홀탄을 향한 마음을 숨긴 채 유대아로 가 빌라도를 도우려고 애쓴다. 그러던 중 오랜 친구인 미리암이 그녀를 찾아온다. 미리암은 급진적 예수에 대한 이야기와 사랑을 털어놓는다. 마침내 예수는 그의 힘을 두려워하던 고위 사제들의 손에 체포되고 클라우디아는 예수의 재판 직전에 끔찍한 십자가 처형에 대한 꿈을 꾼다. 클라우디아는 잇따라 펼쳐지는 전쟁과 폐허의 환영에 괴로워하며 성스러운 순교자 예수를 구할 방법을 애타게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