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는 재빨리 화제를 돌려 다시 링컨에게 공격을 퍼부었어.
‘여러분, 링컨 후보는 말만 그럴 듯하게 하는,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입니다.’
링컨은 이번에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차분하게 대꾸했어.
‘여러분, 더글러스 후보가 방금 저를 두 얼굴의 사나이로 몰아세웠습니다. 두 얼굴의 사나이……. 좋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더글러스 후보의 말처럼 제가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면, 왜 이런 못생긴 얼굴을 들고 여러분 앞에 섰겠습니까? 오늘같이 중요한 날에 말입니다.’
사람들 모두 발로 바닥을 구르며 배꼽을 잡고 웃어댔어. 그날 선거 유세는 완전히 링컨의 승리였어. 사실 링컨은 자기의 못생긴 얼굴에 열등감을 갖고 있었어. 그런데도 그 약점을 인정하면서 유머로 대응했어. 못생긴 외모가 유머의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던 거지. --- pp.22-23
무대에 올라 쇼팽의 피아노곡을 연주하던 백남준이 갑자기 관람객들을 향해 달려 내려갑니다. 백남준은 곧바로 공연을 보고 있던 존 케이지에게 달려가 그의 넥타이를 가위로 잘라버리죠. 스승의 넥타이를 잘라버리다니,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요?
케이지도 놀라고, 관객들도 놀랐겠죠. 넥타이를 자른 백남준은 케이지와 바로 옆에 있던 관람객, 그리고 자신의 머리에 샴푸를 부어 덕지덕지 바르지요. 그러더니 무대 밖으로 조용히 사라졌어요.
한참 동안 무대에선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어요. 침묵만이 감돌았지요. 그러자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어요. 잠시 뒤, 공연장 근처 카페로 가 맥주를 한 잔 마신 백남준이 전화를 걸었어요. 전화에 연결한 스피커에서는 정중한 백남준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공연이 끝났으니 그만 돌아들 가십시오.”
공연은 그렇게 막을 내립니다. 누군들 공연이 그런 식으로 끝나리라고 예상할 수 없었어요.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인상적인 마무리였지요. - --- pp.54-55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되어 누나가 세상을 떠났지. 그리고 내가 스물세 살 때 작은형마저 죽고 말았어. 당시 형은 증기선 선원으로 일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만 증기선이 폭발하고 만 거야. 그땐 정말 죽고만 싶었지. 그때부터 내 머리가 하얗게 세기 시작했단다.
그런 일들이 겹치면서 서른 살 때는 정말 죽으려고 한 적도 있단다. 총을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해봤는데,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 않더구나.”
…… “그냥 내게 주어진 삶과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지. 그때부터 어떤 불행이 닥쳐도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어. 그저 웃었지. 고통이 심할수록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지. 그렇게 절망이 닥칠 때마다 웃음과 유머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거야. 그러면서 깨닫게 되었지.
어느 누구에게나 재미없는 삶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겉보기에 아무리 지루하고 무덤덤하게 보이더라도, 그 안에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한 편의 드라마가 있는 법이지. 그래서 유머는 슬픔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란다.” --- pp.90-91
정말이지 우리 아버지가 공짜로 술과 안주를 얻어먹는 솜씨는 내가 봐도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친구 두어 명과 함께 당나귀를 타고 아는 사람 집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집주인의 대접이 좀 인색했던 모양이었다. 텁텁한 막걸리에, 안주는 푸성귀뿐이었다. 주인도 대접이 좀 소홀하다 싶었던지 미안해하며 말했다.
“이거 어쩌나. 안주거리가 없어서….”
그러자 아버지는 외양간 옆 감나무에 매어놓은 나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안주거리가 없거든 우리가 타고 온 저 당나귀나 잡게.”
집주인이 흠칫 놀라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럼 돌아갈 때 무얼 타고 가려고 그러나?”
아버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
“그거야 뭐, 자네 닭을 타고 가면 되지 않겠나.”
그 한마디에 거기 있던 사람들 모두 손뼉을 치며 웃어댔다. 나귀 대신 닭을 잡아 안주로 내오라는 소리였다. 주인은 하는 수 없이 닭을 한 마리 잡아 안주로 내왔다.
--- pp.100-101
선비가 열 일고여덟 살쯤 되었을 때였다. 과거 준비에 힘 쏟던 선비는 예기치 않은 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우울증이었다. 사나흘씩 잠을 자지 못했고, 음식만 보면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100여 가지 약과 음식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 우울증을 달래려고 나중엔 음악, 그림, 골동품, 거문고 등에도 매달려 봤단다.”
“그런 걸로 병이 나았나요?”
“아니, 해결되지 않더구나. 그래서 나는 아주 특이한 치료법을 택했지.”
선비는 뭔가 비밀스런 얘기를 하려는 듯 주위를 살피더니 낮게 속삭였다.
“장터에 떠도는 우습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모아 글로 쓰기로 한 거란다.”
“피, 난 또 무슨 대단한 처방이라도 발견하신 줄 알았죠. 그걸로 어떻게 우울증을 치료해요?”
“허허, 이 녀석… 믿기지 않는 모양이구나. 믿거나 말거나, 이건 내 생생한 경험담이란다. 난 시장에 떠도는 이야기, 익살을 가득 담고 있는 뒷얘기들을 기록하는 일에 매달렸단다. 이야기와 사람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말 마음이 상쾌해지더구나.” - p146~147
린위탕 : 대부분의 사람이 공자를 성인군자로만 알고 있거나, 세상 물정도 몰랐던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공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어요. 공자도 우리처럼 실패와 좌절을 맛보며 슬픔에 잠기기도 하고, 화가 나면 성질도 부리고 욕도 잘 했어요.
회원 : 우하하, 공자가 욕쟁이였다니…….
린위탕 : 하하, 욕쟁이까진 아니었고 그릇된 말과 행동을 보이는 자들이라면 가차 없이 나무라고 욕을 해댔단 말입니다. 제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어요. 《논어》를 보면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 많아요.
공자의 제자 가운데 원양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하루는 원양이 가랑이를 벌리고 공자를 맞았다고 해요. 아주 버릇없는 태도였지요. 그걸 본 공자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바로 불호령을 내렸어요.
“네 이놈! 어려서는 말썽만 피우고, 나이 들어서는 뭐 하나 이룬 것도 없는 주제에 죽지도 않는구나. 이놈아, 늙어 죽지 않으면 나이 도둑놈이야. 에라, 이 도적놈아!”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몽둥이를 집어 들고, 땅에 쪼그려 앉아 있는 원양의 정강이를 힘껏 내리쳤다고 해요.
--- pp.165-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