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 걱정은 하지마, 위니야. 제제는 잘못되지 않아. 그 앤 어른이 되는 것뿐이야. 그뿐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어. 목소리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목소리는 잊어버리자, 위니. 어른이 되려면 뭐든 내놓아야 하는 거야. 자기한테 중요한 걸 내놓은 사람들만 어른이 되는 거야. 혹시 아니?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지 못한다해도 어른이 되면 어른의 목소리가 생겨날는지. 누가 공짜로 주는 게 아니고 제제의 후두에서 말야. 위니, 나는 지금 네가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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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는 뭐라고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 애의 말은 내 귓가에서 흩어져 버렸다. 나는 날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니는 내게 뭔가를 전하려 애를 썼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위니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멈추고 싶지가 않았던 거다.
대신 나는 소리친다.
뭐라고?
뭐랬니?
안들려, 위니. 나는 보다시피 달리고 있단 말야.
난 말야, 달리기 시작하면 아무덧도 들리지 않아.
나는 날고 있어.
위니는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다. 내가 여름 방학 작문교실에 다니게 되는 바람에 위니도 다니고 있다. 방학 때에도 나를 만나고, 나와 놀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니가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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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위니를 좋아했고 위니하고만 놀았지만, 위니 정도는 즉각 따돌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귀찮을 땐 슬몃 달아나 버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위니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위니는 그걸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위니는 정말 날 꼼짝 못하게 묶어 놓은 셈이다. 바보가 아닌 줄은 진작에 알았지만, 이렇게 날 아프게 할 수 있을 줄은 미처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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