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자를 주역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우리는 『설문해자』의 한자 해석법을 2가지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첫째, 허신은 『설문해자』에서 사물의 형상을 본떠서 만들었다는 상형문자(象形文字)의 해석에 치우쳐 그 사물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뜻을 망각하고 있다. 둘째, 선진(先秦)시대의 학문, 특히 『주역(周易)』을 근거로 하는 선진유학 체계를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자가 갖는 철학적 의미를 놓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한자와 주역」중에서
한자를 『주역』의 학문적 체계와 내용을 통해 풀어야 하는 까닭은 첫째, 동북아 한자 문화권의 사상적(思想的) 근원이 『주역』에 있기 때문이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라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은 한자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사유체계인데, 이것은 『주역』의 이치를 통해 하늘의 이치는 원(圓)으로 상징하고, 땅의 이치는 방(方)으로 상징한 것이다. 나아가 원(圓)?방(方)?각(角)이라는 동양의 사상도 천(天)·지(地)·인(人) 삼재(三才)를 중심으로 하는 『주역』의 사유체계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자에 대한 철학적 이해는 『주역』에 기초해야만 완벽해질 수 있다.
둘째, 『주역』이 천도(天道) 내지 인간 삶의 근본적인 이치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뜻을 담고 있는 한자의 본질적 의미를 밝힐 수 있다.
한자 속에는 하늘의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한자를 공부하면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쉽게 말해 『주역』은 ‘나는 누구인가’, ‘사람은 어떠한 존재인가?’라는 철학적·원초적 물음에 대한 답을 밝히고 있으며, 한자를 통해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주역』을 통해 한자를 올바로 공부한다면 생각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역사적으로 『주역』은 한자의 문자적 의미를 논하고 있는 『설문해자(說文解字)』와 『옥편(玉篇)』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넷째, 문자학에서 한자의 기원을 『주역』의 팔괘(八卦)와 하도낙서(河圖洛書)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자와 주역」중에서
부수(部首) 풀이 맛보기
새 을(乙)은 새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지만, 본디 ‘만물이 생동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식물의 씨앗이 발아하여 이제 흙을 뚫고 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대표적인 글자가 둔칠 둔(屯)인데, 이 글자는 싹(乙)이 땅을 상징하는 일(一)을 뚫고 나오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새 을(乙)」중에서
멀 경(?)이 부수로 들어간 빛날 경(?)을 갑골문(甲骨文)이나 전서(篆書)가 원(?)으로 그리고 있음에서 멀 경(?)이 하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북아의 한자 문명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원리에 근거하고 있지만, 한자 자체에는 원(?)이 없다는 것에 유의를 하게 된다.
한자에 원(?)이 들어가는 글자는 없더라도 이것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 경(?)과 나라 국(?)임을 확인할 수 있다.
---「멀 경(?)」중에서
『주역』의 입장에서 여(女)는 십(十)과 일(一)로 풀이된다. 사내 남(男)이 전(田)과 력(力)으로 십(十)이 위주라면, 여(女)는 일(一)이 위주인 한자라고 하겠다. 남과 녀는 음양으로 남자가 음을 본체로 양을 쓴다면, 여자는 양을 본체로 음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女)가 십(十)과 일(一)로 풀이되는 것을 간사할 간(姦)에서 확증할 수 있다. 간(姦)의 옛 한자에서는 간(?)을 사용하여, 오른쪽 여(女)를 십(十)과 일(一)인 간지 간(干)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여자 세 사람이 모이면 간사해진다는 간(姦)의 풀이는 여자를 너무 비하하는 표현이지 않을 수 없다. 간(姦)은 하늘 님의 십(十)과 땅 님의 십(十)을 넘어서서 사람이 자신을 하늘이라고(十) 주장하는 것이 간사한 행위인 것으로 풀이되는 것이다.
---「계집 여(女)」중에서
화살 시(矢)는 인(??)과 큰 대(大)로 분석할 수 있다. 인(人)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누운 사람 인(??)은 편안한 사람으로 진리를 자각한 성인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화살 시(矢)는 성인이 하늘의 위대한(大) 뜻을 자각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알 지(知)는 성인이 하늘의 진리를 자각하여 말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화살 시(矢)」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