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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속의 여자

수화기 속의 여자

삶의 시선-02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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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14g | 124*208*20mm
ISBN13 9788990492630
ISBN10 899049263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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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명윤
1968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대 수학과를 중퇴했다. 2006년 전태일문학상에 「수화기 속의 여자」 외 6편이 당선되었으며 2007년 계간 시안 봄호에 「돌 하나를 집어 드니」 외 4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수주문학상, 민들레문학상, 구상솟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시마을’, ‘빈터’, ‘리얼리스트100’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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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

식당에서 찌개를 먹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누군가 이십 년 된 손맛이라 일러주었다
끄덕끄덕 주방 아주머니 손을 훔쳐보았다
식당 마루에
세 살 남짓 아이가 걸어가더니 화분의 몽돌을 집어든다
누구 손맛인지 예쁘게 키웠다
매일 기저귀 갈아주고 이불 덮어 주고
먹여 주고 닦아 주고 업어 주고 쓰다듬으며 키웠을
손을 생각해 보는 것인데
몽돌이 떼굴떼굴 구른다
부드러운 저 몽돌은 어느 바닷가
파도의 오래된 손맛이다
후식으로 나온 사과도
비와 바람과 햇빛의 손맛이고
사과나무 돌보던 농부의 손맛이다
손바닥을 펴 본다
손 안의 세상이 미지의 눈으로 꿈틀거린다
길가 벚나무의 수많은 손가락이
꽃눈을 밀어 올리던 맛있는 봄날
전화가 왔다
바빠도 밥은 꼭 챙기 묵그라
수화기에서 나온 어머니 손이 물비늘처럼
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 p.14


수화기 속의 여자

어디서 잘라야 할지 난감합니다 두부처럼 쉽게 자를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어딘지 서툰 당신의 말, 옛 동네 어귀를 거닐던 온순한 초식동물 냄새가 나요
내가 우수고객이라서 당신은 전화를 건다지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수고객이었다가 수화기를 놓는 순간 아닌
우린 서로에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선생님, 듣고 계세요?’
‘……네’
‘이번 보험 상품으로 말씀드리면요’

나와 처음 통화하는 당신은 그날 고개 숙이던 면접생이거나 언젠가 식당에서 혼이 나던 종업원이거나 취업신문을 열심히 뒤적이던 누이
당신은 열심히 전화를 걸고 나는 열심히 전화를 끊어야겠지요 어떡하면 가장 안전하게, 서로가 힘 빠지지 않게 전화를 끊을 수 있을까요?
눈만 뜨면 하루에게 쉼 없이 전화를 걸어야 하는 당신 죄송합니다
지금 저 역시 좀처럼 대답 없는 세상과 통화 중입니다 뚜뚜뚜뚜

--- p. 92


날아라 가오리

자갈치역 지하도 납작 엎드린 등. 쏟아지는 눈길. 껌처럼
달라붙은 저 눈빛을 어디서 보았더라?

며칠 전 어시장 좌판, 큼직한 날개를 펼치고 엎드려 있던
더 할 말 없다는 듯 아랫배에 입을 숨기고 있던 가오리,
버스가 서지 않는 오지의 지명처럼 쓸쓸히 지나쳤던 그때 그
가-오-里,
바람 부는 날 십리를 달고 온 가방을 던져 놓고
팽팽한 연줄에 가오리를 달면
갯바람은 손을 쥐락펴락 둘둘 얼레를 풀고
가오리 한 마리 꼬리를 흔들며 하늘바다를 헤엄쳐 올랐지
하늘은 제 몸에 얼마나 많은 칼날을 숨기고 있었던가
어지럽게 돌다 바닥에 머리를 처박던 가오리

뒤돌아보았을 때 가재미눈을 닮은 생선가게 그 여자
도마 위에 펼쳐진 가오리의 날개를 냉큼 잘라 버렸었지……

지하철 도착을 알리는 안내 방송에 씁쓸히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긴 통로를 숨 가쁘게 달려온 바람, 죽은 듯 엎드린 그의 등에
펄럭, 손을 얹는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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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윤의 첫 시집은 노숙 혹은 수감 중이거나 깨어져 있는 “아침을 낳지 못”한 채 살아가는 공손하지 않은 발들의 기록이다. “울음소리 새지 않도록 한나절 뒤집혀 있는 개밥그릇”에서 새어나오는 몇 음절의 울음이다. 필사적으로 뛰다가 뛰어내릴 수밖에 없는 “휘청거리는 수많은 발목”들이 그은 음화이다. 가난과 소통 부재와 과속도와 과부화의 칼날로 잘리어져 이 시대 무대 뒷면에서 파닥거리는 날개 없는 가오리들의 날갯짓이다. 시인은 지구라는 오래된 책 위에서, 오독되거나 지루하기 그지없는 지구인 혹은 고양이처럼 물음표로 앉아, 좀처럼 대답 없는 세상과 통화 중이다. 본능적으로 경계 저편을 향해 내딛는 철없는 발의 환상과 “동화 속 잘려나간 페이지”가 절묘하게 빚어내는 슬픈 마법 속에서 우리는 망각을 찢고 불쑥 세상을 겨누는 동백꽃 붉은 총구를 대면하게 된다. 이 “눈물겨운 생의 문장” 앞에서, 아름다운 것은 진정 고통스러운 것은 왜 쉽게 발설되지 않으며, 멈춰 서 가슴이라는 초원에서 숨이 차도록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가, 오래도록 생각하게 된다.
김해자(시인)
이명윤의 시는 수준 높은 서술과 비유와 운율을 구축함으로써 좋은 시의 특성을 갖추었다. “바빠도 밥은 꼭 챙기 묵그라/ 수화기에서 나온 어머니 손이 물비늘처럼/ 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손맛」)라는 데서 보듯이 서술은 밀물처럼 드는 감정을 최대한 살려내고 있고, 비유는 측량의 거리를 뛰어넘어 세계인식을 심화시키고, 운율은 어머니의 말씀을 놓치지 않고 있다. 시인은 자신이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주체성을 견고하게 지키면서 이 세계를 포옹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형식을 뛰어넘는 사랑으로 자식을 부른다. 어머니에게 자식의 이름은 대상을 지시하는 기호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인간과 자연이, 인간과 신이 일체가 될 수 있는 미학의 표상이다. 시인은 그 어머니의 목소리를 따르면서 손맛과 신발, 별과 바다, 수리공과 방울토마토, 항아리와 일용직, 감옥과 오래된 책, 수화기와 평화시장 들까지 품는다. 그리하여 자본주의가 부채질하는 소외와 분열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 극복의 필요성을 인식시킨다. 이제 한국의 민중시는 한층 더 넓고도 깊은 영역을 확보하게 되었다. “돌보다 더 단단한 힘”(「돌 하나를 집어 드니」)을 갖는 시인의 정열이여, 우리를 더욱 찌르고 설레게 하고 그리고 전태일이 지향했던 세계로 견인하라.
맹문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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