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I.M.페이의 피라미드(p.025), 렌조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의 퐁피두 센터(p.029), 장 누벨의 아랍세계연구소(p.043)와 케브랑리 박물관(p.051), 프랭크 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p.139)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등장한 '부조화와 해체'의 현대건축은 '전통'의 도시 파리의 외관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museum
흙의 화가 밀레, 예술적 광기의 또 다른 이름 빈센트 반 고흐, 서른일곱의 짧은 생을 불같은 정열과 철저한 고독 속에 살다간 툴루즈 로트레크…. 서양미술사의 대가들이 남긴 수많은 명작들이, 거짓말처럼 흔하게 내걸린 파리의 박물관에는, 과거와 현재, 신화와 현실, 예술과 인생이, 경계를 풀어헤친 채 뒤섞여 있다.
contemporary art
구겨진 종이 한 장, 얼룩진 테이블보 하나 달랑 걸어놓고 '현대미술'을 이해해 보라는 오만한 요구 앞에서 난감해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현대미술은 난해하고, 추상적이며, 철학적인데다,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주지도 않으니, '이해'는 접어두고,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그만이다.
bookstore
활자를 완벽히 읽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읽어야만 맛'인가. 예술서적 전문 출판사 아술린(p.073)의, 수트케이스 모양 북 케이스에 담긴 여행서 시리즈는, 그 자체로 호사스러운 눈요깃거리이고, 셰익스피어 & 컴퍼니(p.070)의 삐걱이는 계단과 낡은 사다리는 '낭만' 또는 '이국정취'와 동의어다.
french cuisine
밥 한 끼 먹으려면 3개월 전에 예약하라는 '별 셋' 레스토랑, 그보다 조금 만만한 스타 셰프의 세컨드 레스토랑, 별 따위 관심 없다는 숨은 고수의 뒷골목 레스토랑까지, 파리에서 만나는 요리 세계는 넓고도 다양하다. 웬 극성이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스태프 55명이 20개의 식탁을 위해 움직인다는 철저함에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entertainment
'무심하고 불친절한 파리지앵'이란, 남의 일에 간섭하기 싫어하고 남과 비교 당하기 싫어하는 '고집스러운 파리지앵'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라는 생각은, 클럽에서 '확신'이 된다. 뉴욕처럼 유니크하지도 않고, 일본처럼 실험정신이 투철한 것도 아니며, 스타 DJ의 라인업으로 폼을 잡지도 않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의 클럽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design hotel
당신의 오감은 이미 백배는 더 업그레이드됐고, 개선문과 에펠탑만으로는, 안타깝게도, 진화된 당신의 오감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 크리스찬 라크루아의 프티 물랭(p.167)이나, 소니아 리키엘의 크리용(p.187), 세계 최고의 힙 호텔 베스트 10에 빛나는 세즈(p.179)가 부족한 2퍼센트를 채워줄 것이다.
아술린(assouline)
아술린의 베스트셀러는 수제 여행 가방에 패션 디자이너들의 책을 넣은 세트다. 특히 고야,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와 공동 제작한 한정판 서적과 케이스는 소장가치를 한껏 높이며 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일반 서점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이 콧대 높은 아술린의 책들은 세계에 몇 없는 아술린 매장 외에 폴 스미스와 고야 매장, 최고급 호텔, 크리스티 경매장, 미술관 등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아술린의 웹사이트에서 각종 서적과 소품을 볼 수 있고, 주문도 가능하다.
도쿄 잇(Tokyo eat)
미술관 안 레스토랑은 미각(味覺+美覺)이 살아 숨쉬는 문화미식(文化美食) 공간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한 일반 레스토랑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이와 넓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p.063) 안에 위치한 이 시크한 레스토랑은 콘크리트를 고스란히 드러낸 천장과 벽 아래로 그래픽적 패턴이 돋보인다.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와 전시회가 열리기도 하는 이 감각적인 공간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디자이너 '소노'의 부유하는 거대한 우주선 같은 펜던트다. 조명과 스피커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펜던트는 크기에 비해 턱없이 가느다란 연결선 때문에 멀리서 보면 정말로 우주선이 공중에 붕붕 떠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레스토랑 이름만 보면 왠지 일본 음식을 팔 것 같지만, 매달 바뀌는 주 메뉴는 퓨전 프렌치 푸드다. 2005년 파리 베스트 레스토랑으로도 선정되었을 정도이니 '맛'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풍이 가미된 시금치샐러드, 미소 드레싱과 구운 채소를 곁들인 타타키 고기구이 같은 퓨전 메뉴도 있다. 아쉬운 점은 모든 메뉴가 그림 하나 없이 전부 프랑스어로만 깨알처럼 적혀 있다는 것.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