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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예행연습 1

신데렐라 예행연습 1

여해 | 효월 | 2008년 10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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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98쪽 | 400g | 128*188*30mm
ISBN13 9788993520019
ISBN10 899352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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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들 보면 여주인공을 향해 캔디다, 신데렐라다 그러지 않나요? 그런데, 그거 아니에요. 그 여자들은 모두 신데렐라지, 캔디가 아니에요. 캔디는 패배자예요.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한다는 말 알죠? 캔디는 사라질지 몰라도, 신데렐라는 반드시 살아남아요. 세상을 구원하는 건 신데렐라예요. 왠지 알아요?』
박 원장 자신은 그 답을 알고 있음을 뜻하는 의미심장한 확인성 물음에 경미가 다그쳐댔다.
“왜? 왜 그런데?”
“이유인즉슨…… 캔디는 사랑의 실패자이기 때문이라, 이 말씀이란다.”
말을 끊자마자 효령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경미의 눈이 쟁반만큼 커다래졌다.
‘까딱하다간 오늘 인간 허경미 눈 튀어나오는 거 보겠네.’
효령은 속으로 쿡쿡 웃어 댔다. 경미는 그녀의 팔을 마구 흔들며 재촉했다.
“왜애? 왜 그런데? 캔디가 왜 사랑의 실패자야? 캔디가 뭘 어쨌다구?”
“그게 말이야…….”
효령은 커피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 박 원장의 말을 가능한 한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고스란히 읊기 시작했다.
『캔디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죠. 안소니, 아치, 스테아, 테리우스, 심지어 앨버트 아저씨까지. 그렇지만 캔디와 제대로 그 사랑이 이어진 사람은 누구인가요? 안소니는 죽고, 아치와 스테아는 다 제짝이 있어요. 테리우스요? 계단에서 캔디 허리 붙잡고 지금 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며 부르짖던 그 사람, 결국 다리 잃은 스잔나에게 돌아가지 않나요?
앨버트 아저씨……. 훗, 앨버트 아저씨와 캔디가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천만에. 그건 그녀에게 어떤 식이건 로맨스가 남아 있길 바라는 독자들의 바람이죠. 앨버트 아저씨는 캔디에게 있어 일종의 노스탤지어, 이상향이에요. 성별을 초월한 소울메이트 관계이자 중성적이고 무성적인 관계죠. 그건 남녀 간의 사랑은 아니에요.
캔디는 주변에 남자들이 널려 있었는데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여인, 비극의 여인, 있던 복도 다 차 버린 참 불쌍한 여인이에요. 좋아하는 남자도 있고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도 많았지만, 정작 사랑은 이루지 못한 여자. 알고 보면 아주 불쌍한 여자죠. 전 개인적으로 캔디를 비참한 여인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건 몰라도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이룬 것이 없는 만큼 아주 비극적이라는 말이죠.』
캔디를 적나라하게 해부한 박 원장의 해석에 경미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느린 속도로 박수까지 짝, 짝, 짝 치고 있었다.
『그에 비해서 신데렐라를 봐요. 남자는 단 한 명뿐이지만, 바로 그 왕자와 사랑이 싹트고, 완벽하게 매치포인트 만들어서 사랑으로 이룬 행복한 결혼에도 성공하잖아요. 안 그래요? 물론 이후에 신데렐라의 삶에 대해 많은 상상이 가지를 뻗어 나오고 잔혹동화도 등장했지만, 그건 지금 이것과 다른 얘기이니 생략하죠.
난 말이죠.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을 두고 사람들이 캔디 과냐, 신데렐라 과냐 하며 입씨름 벌일 때마다 아주 불쾌해져요. 왠지 알아요? 캔디랑 신데렐라는 감히 비교대상이 아니거든요. 그런 둘을 두고 합쳐서 캔디렐라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죠? 망측스럽기도 해라. 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는지, 사람들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정말.
캔디는 캔디고, 신데렐라는 신데렐라예요. 그 둘을 혼합하면 절대 안 돼요. 캔디는 사랑에 패배한 실패자지만, 신데렐라는 사랑을 쟁취하는 데 성공한 승리자구요. 세상을 구원하는 건 사랑에 성공한 신데렐라지, 사랑에 실패한 캔디가 아니에요. 이겨 내야, 성공해야, 살아남아야 뭔가를 이뤄 내든 구원하든 할 수 있을 거 아니에요. 안 그래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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