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8년 1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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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1쪽 | 510g | 148*210*30mm |
ISBN13 | 9788971847985 |
ISBN10 | 8971847980 |
발행일 | 2008년 1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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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1쪽 | 510g | 148*210*30mm |
ISBN13 | 9788971847985 |
ISBN10 | 8971847980 |
1. 나 - 삶에 대한 기본 태도 벌써 나이 서른인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의 소원 연대기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내가 하찮은 사람 같아요 서울대에 못 가 참 다행이다 예민해서 남들의 거친 말투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왜 잡초를 뽑다 말고 멍때리는가 스무 살인데 미래에 대한 갈피를 못 잡겠어요 10대들에게 고백함 경제적으로 불안한 남친,헤어져야 할까요? 명품족 단상 불륜,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기객관화를 위하여 작은 키 때문에 늘 우울합니다 삶에 대한 장악력이란 꿈과 현실,어느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하면 된다! 아님 말고 남잔데,성형해도 될까요? 늑대소년 더치페이가 나쁜 건가요? 식당 주인이 되고 싶다 조선일보 때문에 남편과 싸웠어요 2. 가족 - 인간에 대한 예의 모친과 여친 사이에 끼었어요 엄마 이기적인 친모 때문에 괴롭습니다 동생 뒷바라지에 골치가 아픕니다 '신성한 가족'의 탄생 아빠의 불륜,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명절 부활 프로젝트 친구 오빠와 사귀자 친구와 사이가 틀어졌어요 장남이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공주 같은 어머니,큰 짐으로 느껴져요 내 돈은 내가 관리하고 싶습니다 기대가 큰 부모님께 솔직해지기 힘들어요 예비 형수님의 카드빚 혼수,부모님께 알려야 할까요? 매형이 보기 싫습니다 3. 친구 - 선택의 순간 친구가 내 물건을 훔쳐 간 것 같습니다 비겁했던 나 친구를 배신했어요 이기심의 한계 어느 날 절친한 친구가 제가 늘 부담스러웠다고 하네요 자기 혼자 피해자 증후군 친구가 귀찮습니다 의리냐 실리냐,고민이네요 4. 직장 - 개인과 조직의 갈등 아부하면서 제 뒤통수치는 동료와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양아치가 되자 일중독인 입사 동기 때문에 너무 피곤해요 선배가 직장 상사여서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해요 상사의 노골적인 관심이 부담스럽습니다 여자 상사의 성희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상사가 일을 너무 못해서 스트레스 받습니다 여자 상사, 이러면 정말 곤란합니다 어린 여자 상사 모시기가 힘이 듭니다 나이 많은 남자 부하 직원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회식 술자리가 너무 괴로워요 남자들의 직장 서바이벌 노하우를 여자인 저도 따라야 할까요? 담배를 안 피우니 왕따가 된 듯합니다 친구가 '있는 집'자식인 게 부럽습니다 사업 아이템을 친구에게 뺏겼습니다 일과 인간관계,둘 다 제가 옳게 하고 있는 걸까요? 이직을 하고 싶은데 경기가 안 좋아서 고민입니다 5. 연인 - 사랑의 원리 친구의 결혼을 바라보기가 괴롭습니다 친한 입사 동기와 저 사이에 묘한 기류가! 친구였던 여자아이가 어느 날 고백을 했어요 자매 사이에 끼어 고백을 못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그녀가 이미 학교 선배와 사귀고 있어요.고백해야 할까요? 일곱 번째 고백인데,열 번 직으면 넘어갈까요? 남자들 우정 사이에 끼어버렸어요.이별밖에 없을까요? 단 한 사람만 바라보는 게 사랑 아닌가요? 여친이 돈 한 푼 쓰지 않습니다 습관처럼 헤어지자는 말을 해요 남자가 접근하는데 여친이 가만있어요 남자친구가 싸우기만 하면 도대체 말을 안해요 남자는 일이 우선인가요? 남친을 확 뜯어고치고 싶어요 지금은 뜨거울 때 아닌가요? 그녀가 성형수술 하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된장녀 같은 여친,고칠 수 있을까요? 열등감 때문에 여친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화이트 콤플렉스 플레이보이 동기에게 당했어요 함께 있는 게 창피한 남친의 행동, 어쩌면 좋죠 여친의 취업 스트레스,도대체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연애 패턴이 너무 다릅니다 남친이 유학 간 사이 새로운 남자를 만났는데요...... 여성들을 위한 결혼 성공 확률 배가법 첫사랑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네요 갑자기 여친의 옛 남친이 나타났습니다 여자친구가 갑자기 유학을 간다는군요 권태기는 어떻게 극복하나요? 외동딸 여친의 엄마때문에 헤어질 지경입니다 여자친구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남친이 자꾸 보채요 자기결정권 바쁘다 보니 섹스 횟수가 점점 줄어요 결혼 약속을 해야 혼전순결을 깰 수 있다는 여자친구 |
# 수 많은 선택의 연속인 인생. 그 결과의 누적분이 바로 나.
도서관에서 한겨레 21의 목차를 보다, 1년 전 번역강좌를 들었던 교수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인터뷰를 읽고, 오랜만에 안부와 함께 교수님께 메일을 쓰고, 그 분의 답장을 받았다. 안부 인사를 쓰면서, 불확실한 내 인생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고, 긴 시간 내가 이루기 힘들다 생각했던 일들이, 그분 역시 일상의 우연속에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꾸준함 속에서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편지를 쓰면서, 내년 1월까지 해야 할 일을 결심했다. 한겨레 21을 보지 않았더라면, 인터뷰를 읽지 않았더라면, 메일을 쓰지 않았더라면, 답장을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등등 세심하게 신경써서 돌아보지 않는 이상, 인생의 많은 선택들은 습관과 그때의 기분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인생이고, 그 수많은 틈새의 우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려 애쓴다. 순간 우연과 가끔 찾아오는 축복에서 느껴지는 '기쁨'이 아닌, 오랜동안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지속적인 기쁨을 의미하는 행복을 꿈꾼다. 삶은 늘 불확실하다. 구름이 모이면, 비가 내리고, 겨울이 되면 눈이 내릴거라고 짐작하지만, 당장 내리는 소나기에 허둥되는 포즈, 그 포즈가 인생의 한 단면이라 생각한다.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알아야 하고, 내가 누군지 알려면, '마음속의 나'와 '내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나'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손가락받을 수 있는 습성, 못난 마음, 보잘것 없는 부분까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정하게 되는 일이라는 걸 저자의 답변을 통해 배웠다.
94개의 질의문답과 20개의 칼럼에서 작가의 인생에 대한 관점이 담겨있다. 부모에게 의지하고, 사랑에 어쩔줄 몰라하며, 회사와 직장, 친구 등 삶의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에게 찾아오는 질문들에 저자는 친절하고 상냥한 답변이 아닌, 거칠지만 날카로운 답변으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 인생은 길지 않다. 짧은 인생, 삶의 주인은 너, 자신이 되어야 한다.
저녁 뉴스에 2007년 신생아의 기대수명이 80에 가깝다는 보도를 들었다.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은 20살이 되고 난 후 60년은 충분히 살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태어나면서 시작되는 노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한다. 어려서는 부모가 원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고, 연애를 하면서는 연인의 눈치를 보고, 결혼을 하고나서는 가족들에게 눈치보면서 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는 애정섞인 간섭들이 도가 지나치게 되면, 아이는 어른이 될 나이에서도, 자신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우물쭈물, 시간에게 그 결정권을 넘겨버리고 만다. 도덕과 엄숙, 권위와 정반대인 품위 없지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비장하지 않은 근대적 자아에 가까운 양아치가 되자고 주장한다.
백여 개가 넘는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먼저 자신의 경향성,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부분은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못난 자신도 받아들이게 되는 객관화 하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면, 삶에서 예기치 못하게 다가오는 선택의 순간에서도,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자신이 더 잘 견딜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선택을 했으면, 그 선택을 했을 때의 위험, 리스크 까지 받아들여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부모의 기대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허비하는 일이야 말로, 허망한 일이 없다는 말, 규범과 윤리에 얽매이기 보다, 자존감을 가진, 어른이 되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생활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인생을 살 것을 권유한다. 국가가, 지역사회가 보호해주지 못하고 가정이 마지노선이 되어버려, 서로 끈끈하다못해 간섭을 당연하게 여기는 관계에 매이다 보면, 관계의 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결국 내가 선택해서, 그 결과까지 내가 떠안는 일, 가족과 지인들이 조언은 해 줄 수 있지만, 그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바꿔 말하면, 가족과 애인, 타인의 기대 등에 빠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도전하지 못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본 느낌이다.
종교를 가지고 있어, 삶의 불확실성은 '그분'이나 '절대적 존재'에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이 책은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선택을 어떤 존재가 대신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선택하고 그 나쁜 결과까지 감당하겠다는 자기결정권을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성에 대한 보수적인 생각이 강해, '혼전순결'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도덕적이고, 의지하면서 사는 관계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불편한 내용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하나의 질문만 읽어도 저자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기에 각 장별로 한 두 개 질문을 살펴보고, 마음에 든다면, 그때 구입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힘든 경제상황에 놓여있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며, 추궁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결국 내 인생은 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부모님은 인내와 사랑으로 행동으로 보여주셨다는 걸 책을 통해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보다, 건강하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스스로 선택' 할 수 있게 지켜서 감사드린다. 삶은 비정규직이고, 불안하기에 안정된 직장과 삶이 더 절실해지지만, 결국 인생은 비정규직이라는 점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목표에 구체적으로 도달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해 봐야 겠다. 하면 된다. 아니면 말고! 이 마음으로 말이다.
0. (나도 총수님처럼 번호를 매기련다.) 상담 관련 책이나 자료를 읽고 이처럼 후련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쌈박한 기분의 뒤끝을 즐기며 무엇이 나를 이렇게 유쾌하게 이끌었는지 따져보았는데 몇 가지 짚이는 게 있었다. 우선 기대 이상으로 많은 지식을 얻었다. 애초 딴지 총수님의 독설로 도배된, 그리하여 마스터베이션 부류가 아닐까 지레짐작하여 약간 꺼려지기도 했는데 웬걸, 전문가 뺨치는 정교한 이론이 빼곡하였던 것이다. 상담 이론의 정수를 꿰고 있는 듯 그의 논리는 종횡무진하면서도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었다. 그것도 있어야 할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복잡 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빤히 보이듯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여 무릎을 친 게 한두 번이 아닐 정도. 또 하나 우리 사회의 넘쳐나는 꼴불견들, 그들의 허위의식을 예리하게 짚어 내더니만 특유의 똥침을 제대로 가해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뒷골 뻐근해지도록 불편한 심사가 일어나 왜일까 한참을 멈칫거리게도 만들었는데 얼마 있지 않아 연유가 환하게 그려졌다. 총수님이 쏘아붙이고 있는 비열하고 저급하며 유아틱한 모습이 다름 아닌 나의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1. (우선 유쾌 상쾌 통쾌한 부분부터) <건투를 빈다>에 등장하는 상담자의 모습은 스테레오타입화 되어 있는 총수님의 이미지와 잘 겹쳐지지 않는다. 능글능글하게 징그러운 면모는 간데없고 풋풋하며 더욱이 착하기까지 하다. 물론 도덕군자의 반듯한 행실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순일무잡의 지경을 보여주었단 얘기다. 그런데 이렇게 잡스런 사설 없이 또렷하게 인간의 심리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지적으로 충만한 총수님의 역량 때문이라 하겠다. 그간에 이루어진 상담은 대부분이 좋은 이야기를 늘어놓아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다음 피상담자를 위로하여 그 일을 덮어버리려는 무마 위주의 것이었다. 하여 알맹이 없이 허접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어서 기껏 이런 말 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였는가 하고 치밀어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총수님은 역시 달랐다. 총수님이 이런 상담 코너를 운영하게 된 것도 형식적인 위로 위주의 상담에 질렸기 때문이라 한다. 하여 총수님은 문제의 근원과 해결방법에 대해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런 접근 방식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줄 아는 직관력과 이를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많은 배경지식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지적 토대 위에 본인의 다양한 경험까지 축적되어 있으니 상담 내용이 알차고 지혜로운 것이 될밖에. 하여 <건투를 빈다>는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멋진 심리학 임상 실험서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나의 지적인 성감대를 자극하며 두드러진 의미로 다가온 몇 가지를 들자면 우선 자신은 자기 선택의 누적분이라는 것. 그간의 선택 결과가 쌓여서 오늘의 자기가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선택의 중요성과 그 파급 효과의 지속성에 대해 이보다 더 실감나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대목에서도 고개를 끄덕일밖에. 어머니가 바라고 있는 것을 자신도 바란다는 사실은 그렇게 길들여져 별 저항 없이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던 것인데 그 심리적 실체를 이제야 또렷이 알고 나니 뜨악해졌다 할까. 그리고 에고, 지적 허영 및 자기 객관화 등 우리가 평소 놓치고 있던 것들의 진면목도 가감 없이 드러내어 지적 수준을 한 단계 상향 조정해주고 있다. 가히 지적 향연을 즐겼다고 할만하다. 심지어 사회의 권력관계에 대한 혜안까지도 담고 있어 지적인 만족감이 한층 더했다. 헤어지자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연인에 목매달아 하는 이를 향해 “모든 관계는 기본적으로 권력관계다. 그녀는 그 점을 체득하고 있다. 그 한마디가 그녀에게 관계의 헤게모니를 쥐게 한다는 걸 알고 있단 말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이별에 대한 당신의 공포를 이용해 관계의 우위에 서는 법을 안다는 말이다.”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단호하게 일러주는 상담자를 보았느냐 말이다.
그런데 김어준의 상담 내용이 더욱 각별하게 가슴에 사무치는 것은 그의 심성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어 절로 감정이입이 되게끔 몰고 가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에 대한 신뢰를 피력한 부분에서는 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진지하고 결곡한 유전 형질을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인간의 자기 정화 능력 및 자기 치유 능력에 대한 깊은 믿음이 상담자의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개입 없이 피상담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끔 도와주는 방식으로 상담을 이끌고 나갔던 것이다. 그러면서 일관되게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어설픈 도덕군자의 윤리적 판단을 삼가고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려는 입장에 서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즐거운 점은 싸가지들을 후련하게 질타하여 대리만족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 대목. 명품족이나 삐끼족 등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칙사 대접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는 싸가지들에게 김어준은 일갈하고 있다. 호강에 받쳐 요강에 똥 싸고 있다고 질타하며 상대방에게는 단호하게 선을 그으라고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제삼자인 나까지 후련하게 말이다. 이런 상담이 다 있다니.
2. (이제 뒷골 뻐근해지도록 불편한 얘기) 그런데 갈수록 후련함을 즐길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에 심사가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었다. 총수님이 그렇게 퍼붓고 있는 대상이 바로 나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먼저 남의 시선 의식하기, 곰곰 돌이켜보니 그간 내 삶을 산 게 아니라 남의 눈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만들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선택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왔던 것이다. 오로지 남에게 나쁜 놈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 대목에서 요즘 회자되고 있는 난(NAN)방송 안상태 기자의 리포트가 떠올랐다. “난 엄마뿐이고, 엄마는 내 인생 틀어쥐고 있고, 난 내 맘대로 선택해 본 적이 없이 엄마가 닦아 놓은 길만 갔을 뿐이고...” 그 푸념을 듣고 뒤로 넘어가면서도 저건 딱 내 얘긴데 하고 뜨끔했던 기억이 새삼 되살아났던 것이다. 물론 인류사 자체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단 욕구에 의해 구동되어 온 인정 투쟁의 역사이기는 하지만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겠단 욕심을 버리면 나만의 행복에 이르는 길이 환히 열릴 것인데.
또 반드시 지불해야만 하는 대가를 치르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유아적 본능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김어준은 삶의 선택에는 리스크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는 점을 누차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공짜가 없다는 진리를 말이다. 그동안 나의 선택이나 행동은 그것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응석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약자와 피해자인 척 하면서 위로와 동정을 유발하여 상황을 모면하려던 자가 다름 아닌 나였던 것이다.
방어기제의 화신인 나의 일그러진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맘에 드는 모습만 기억하며 그렇지 않은 면은 외면하고 부정해버리곤 했기에 때론 남들은 다 아는 명백히 나쁜 나의 면모도 까맣게 잊곤 했다는 것을 총수님의 글을 통해 절감했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데 나만 그러는 줄 모르고 살아온 그 무명의 나날들을 생각하면 뒷덜미가 뻐근할밖에.
3. (그럼 결국은) 김어준의 상담 기록을 보고 다잡아 먹은 마음이 있다. 그냥 생겨 먹은 대로 살자고 말이다. 물론 이는 엄청난 용기와 투쟁이 필요한 일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못난 면마저 그대로 받아들여 더 이상 뚜껑 열리지 않는 단계, 쓸데없는 자기비하나 턱없는 과대평가 없이 그저 나름의 삶의 기준을 정립하여 삶을 오롯이 나의 것으로 장악하고 자존감을 향유하는 고지에 오르기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투를 빈다>에서 그런 지경에 이를 수 있는 완벽한 즉답을 주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 부분 지침으로 삼을만한 소중한 지혜를 제공해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겠다.
4. (사족) 그런데 그 동안 이상했던 것 하나의 실마리를 풀었음도 고백한다. 내 주변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데 왜 아내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일까 질투 반 의문 반 연구 대상이었는데 <건투를 빈다>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아내의 예리한 지성과 넉넉한 심성이 누구나 자신의 속내를 오롯이 드러내며 하소연 할 대상으로 여겼다는 걸 말이다. 김어준은 지성을 타인에 대한 이해와 자기 객관화 능력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지닌 자는 스스로에게 떳떳한 자만이 내뿜는 자존감의 괴력을 발휘한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 기운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 그의 자장 안으로 빨려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과연 아내는 그러했다. 지성의 아우라가 어려 있기에 사람들이 자연스레 주위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남의 심정을 자신의 그것으로 느낄 줄 아는 가슴까지 지녔기에 연민의 공감이랄까 타인을 무장 해제시키는 힘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많은 이들이 아내의 영향력 범위 안으로 들어와 더불어 위로받고 위로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을 밖에. 물론 이는 나에게는 결여되어 있는 빈 구석. 하지만 어쩌랴. 인위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을.
하여 <건투를 빈다>를 통해 아내의 사랑받는 비결을, 또 내게 결여된 부분을 또렷이 알게 해 준 총수님께 어떻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할는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책이다.
사실 이 책은 나온지도 한참 되었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지나가듯 이 책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 땐 김어준이 누군지도 몰랐고, 최근에 “나는 꼼수다”를 읽고 그의 팬이 되어 다시 찾아 읽게 되었다.
올해 계획은 ‘나는 꼼수다’ 출연진의 책을 다 찾아 읽어보는 것이다.
이 책을 표현할 한 마디를 꼽자면, ‘신화의 해체’라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가족, 직장 등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모든 신화를 해체하고 있다.
모 신문의 고민 상담 코너를 책으로 엮어낸 것인데 김어준 특유의 직설적이고 명쾌한 화법이 눈길을 끈다. 책은 나로 표현되는 1차원에서 가족, 친구, 연인의 2차원의 관계를 지나 직장생활의 3차원의 관계로 나아간다.
각 챕터의 제목만 읽어도 무슨 내용일지 알 수 있어서, 그 때 그 때 자신의 고민이나 친구의 고민에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을 찾아보기도 좋게 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친구가 ‘있는 집’ 자식인 게 부럽습니다.
여친이 돈 한 푼 쓰지 않습니다.
된장녀 같은 여친, 고칠 수 있을까요?
더치페이가 나쁜 건가요?
동생 뒷바라지에 골치가 아픕니다.
친구가 내 물건을 훔쳐간 것 같습니다. 등등
고민 상담은 그의 해박한 지식과 자유분방함 그리고, 사회 제도와 악습에 대한 해체로 이어지며 명쾌함을 넘어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야기 중간중간 쉬어가는 페이지로 나오는 그의 사뭇 진지한 성찰과 이야기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가족에 대한 그의 성찰은 그동안 가족이란 이름으로 행해졌던 폭력과 이기심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가족 사이에도 인간에 대한 예의가 전제되어야 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가 남긴 촌철살인의 어록을 살펴보자
‘개인과 조직 사이에서 갈등할 때,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언제나 그렇게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비장하지 않은 독립군인 채로, 당신 자신이어야 한다. 그렇게 독립된 개체로서의 자각 없이는 개인의 자존도 없다.
한 가지만 명심하자. ‘인생은, 비정규직이다.’ 삶에 보직이란 없는 거라고. 직업 따위에 지레 포섭되지 말라고. 하고 싶은 거 닥치는 대로 덤벼서 최대한 이것저것 다 해봐라. 그러다 문득 정착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개미 군체의 병정개미는 되지, 말라고.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허망해질 땐, 하나도 이룬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했던 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다.
나는 이 남자가 부럽다.
자신의 기득권과 바운더리를 아무 것도 아닌 양 내던지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그 용기가 부럽다.
나도, 그와 같은 적이 있었는데.. 이제 나도 용기 내어볼 참이다.
나이 들어 가장 비참한 건 결정이 잘못 됐다는 걸 알았을 때가 아니라 그 때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단 걸 깨달았을 때다..
213쪽, 연인_사랑의 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