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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새끼 잠든 새끼 헤맨 새끼

숨은 새끼 잠든 새끼 헤맨 새끼

펄프픽션-00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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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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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78g | 122*188*20mm
ISBN13 9788961887557
ISBN10 8961887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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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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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컥. 문은 여전히 잠겨 있다. 일말의 기대가 산산이 무너져 내린다. 막막한 허탈감이 고단하게 몰려들었다. 제기랄, 아직도 진도가 안 나갔는가. 과연 그런 것인가. 꽉 막힌 상황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뭘 어째야 좋을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초인종을 누를 수도 없고 현관문을 두드려 부술 수도 없다. 핸드폰으로 자초지종을 묻기도 그렇다. 도대체 지금, 뭐가 어떻게 되는 상황이냐고. 젊은 연놈이 밤늦은 여관방에 사이좋게 들어가서는, 나란히 베개 깔고 엎드려 해법수학이라도 풀고 있는 중이냐고. 현관문에 얼굴을 갖다 대었다. 우웅 웅웅. 냉장고 컴프레서 돌아가는 소리. 들판을 지나는 바람이 여린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 그 속에서 나는 들었다. 분명히 들었다. 흐느낌을. 들이마시듯 나직하게 흐느끼는 여자의 울먹임을. 엽기토끼다. 분명하다. 지금 엽기토끼가 숨죽여 흐느끼고 있다. 질끈 눈 감고, 아랫입술 꼭 깨물고, 다른 이의 맨살에 얼굴 묻고, 속으로 흐느끼는 중이다 아니, 그렇다면? 씨팔 새끼가. 이런 씨팔 새끼가.
--- pp.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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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은 웃기지도 눈물을 자아내지도 않는다. 웃기려다가 말고 울리려다가 만다. 웃음은 공허하고 눈물은 씁쓸하다. 삶이라는 거대한 망상이 언제나 그렇듯이. 공허하게 씁쓸하게. 쉼 없이 천천히. 우리가 숨고 잠들고 헤매는 동안 그는 또 얼마나 많은 술을 마시고 거리를 배회하고 언어들을 토하고 소화시켰을까. 여전히 숨고 잠들고 헤매는 새끼 한차현. 그는 미친 소가 아닌 한국형 젖소다. 가끔은 철철 넘쳐 질퍽거리기도 하지만 그의 젖이 마르지 않기를, 다디단 꿀 같은 황홀한 꿈 같은 씹을수록 껌 같은 젖이 되기를 나는 바란다.
김태용 (소설가)
형은 정말 어디서건 쓴다. 두세 시간 먼저 약속 장소 근처에 앉아 작품을 매만지고 있다. 무슨 청소년 문예 심사가 끝나고 시간이 비는 때에도 주위의 한담이건 정담이건 아랑곳 않고 모니터 8인치짜리 작업용 노트북을 척하니 펼친다. 그 모습은 또 너무도 자연스럽고 태연하다. 형의 그런 부지런함 때문일까? 형은 일정 독자를 '만든' 작가다. 더불어 매번 작품마다 서로 다른 주제들을 적확한 문장으로 힘 있게 꾸려가는 작가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1백 권의 책을 가진 1백 종 작가 한차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신동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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