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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노래

거미여인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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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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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6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3342109
ISBN10 899334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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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은아
1957년에 태어나 부산교대와 경남대학교를 졸업하고, 논문 「이영도 시조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남 밀양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교육에세이집 『내 사랑, 들꽃 같은 아이들』(2006)을 출간한 바 있으며, 2007년 1월부터 월간잡지 「엄마는 생각쟁이」에 교육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조선닷컴에서 방문객 220만 명이 훨씬 넘는 최고의 인기 블로그 「빙하 속의 기억」을 ‘종이등불’이라는 필명으로 운영하면서 교단일기와 수필을 쓰고 있다. 조선닷컴 블로거들은 ‘종이등불’을 “조선블로그의 여왕”이라고 찬미한다. (blog.chosun.com/fedra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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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 사람들이 딸 관리에 그렇게들 가슴 졸이면서 목청을 돋우는지 아니? 네 말대로 아들 잘못 키우면 제 집 기둥뿌리만 뽑히고 말지만 딸 잘못 키우면 제 몸만 망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남의 집 기둥뿌리까지 뽑기 때문이야. 내 집구석 기둥뿌리 뽑히는 거야 내 자식 잘못 키운 내 죄 때문이라지만 남의 집 기둥까지 뽑을 때는 다르잖니? 그래서 딸 키우는 사람들이 그렇게 가슴을 졸이는 거야.”
--- '콘돔 이야기' 중에서

여자는 눈밭에서 자꾸만 미끄러지면서 신발에게 미안해졌다. ‘이 길의 끝에 구두 수선점이 있다면 밑창부터 갈아야지.’ 여자는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그 길의 끝에 도착했을 때, 여자는 구두 수선점을 찾지도 않았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눈길 위에서 미끄러지면서 닳아버린 구두 밑창을 깨달았을 때처럼 인생을 걷는 동안 절실했던 인연 하나 있었다면 그 길의 끝에서 여자는 인생의 구두 수선점을 찾았을까?
--- '눈과 연과 인연' 중에서

전원이 들어가 있지 않은 휴대폰에 전화를 거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해야 하는 여자. 휴대폰 속의 여자가 가엾어진다. 휴대폰 속의 여자를 가엾어 하는 내가 마치 정전이 되자, “얘야 빨리 촛불 켜라. 연속극 한참 재미있는데 전깃불이 나가서 텔레비전을 못 본다.”라고 고함을 지르는 우스갯소리 속의 노파 같다.
--- '혼자라는 건' 중에서

아무리 추운 한겨울이라도 더 가늘고 길게 보이기 위해서 늘 목을 드러낸 옷만 입어왔다. 목이 춥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라도 있을라치면 “목이 갑갑해서.”라고 대답하면서도 목이 추웠다. 그러나 추운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목이 길지 않아 매력 없이 보이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머플러로 목을 둘둘 감고 있는 나를 갑자기 발견했듯이, 뜨뜻한 온돌에 등을 눕히면서 “아이, 시원해.”라고 만족에 겨운 신음을 뱉어낼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올 겨울이 깊어지기도 전에…….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계절보다도 몸이 더 먼저 추위를 타는 것은 아닐까? 뼈마디 마디에 얼음이 박힌 듯 시려오면 나는 이미 늙어 있겠지.
--- '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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