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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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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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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7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90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2080237
ISBN10 8972080233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차문경 여사

여사가 본인의 아이를 낳았다구요? 여사의 말귀를 못 알아듣겠음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여사로부터 그와 같은 협박을 당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걸 본인이 기억하고 있음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 다시 이런 허무맹랑한 협박으로 본인의 신성한 가정의 평화가 위협을 받을시에는 여사의 정신상태를 의심할 것이며 본인도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합니다. 김 혁 주 그 다음이 네모반듯하고 시뻘건 도장자국이었다. 편지를 받았을 당시는 하도 기가 막혀서 웃고 말았건만 지금은 사연보다 맨 끝의 도장자국이 왜 그렇게 가슴이 아린지 몰랐다.

그 편지를 찢어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지가 7년이 넘었건만 꺼내보긴 처음이었다. 생각하기도 싫었다. 마치 아물지 않는 상처 딱지를 듣어보는 거처럼 혐오스러웠던 것이다. 혁주도 아마 자가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고 있으리라. 그는 도장을 찍은 게 아니라 비수를 꽃은 거였다. 가슴속이 깊숙이 욱신거렸다. 그 여자는 그 후 다시는 남자를 사랑한 일도 남자와 더불어 사는 생활을 꿈꾼적도 없었다. 정조 관념 대문이 아니라 일종의 불능이었다.
--- p.163-164
이건 대단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한 평범한 여자가 꿈에서 깨어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직도 꿈을 못 버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꿈으로부터 배반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꿈을 창출해내는 게 어찌 여자들만의 일이겠습니까. 인간의 운명이지요. (---)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뜻하지 않게 닥쳐온 무서운 고통과 절망 속에서 겨우 발견한 출구도 쓰는 일이었으니까요. 아니지요. 출구라기엔 아직 이릅니다. 출구를 찾아내기 위한 정신의 물리치료법이랄까, 워밍업이라고 하는 쪽이 조금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에게 닥친 가혹한 재앙이나 불행은 보다 큰 글을 쓸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더러 계신 듯합니다. 혹시나 그런 기대로 이 책을 읽는 분이 계실까 봐 민망한 마음으로 드리는 변명입니다. (책 뒤에)
--- p.
당신이 이렇게까지 악질인 줄은 몰랐다고 뇌까리며 혁주가 봉투를 가지고 가버린 후에도 한동안 그 여자는 거기 멍하니 앉아있었다.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린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닥 노엽지는 않았다. 멍했다. 일이 왜 이렇게까지 엉망으로 돼버린 걸까. 혁주를 찾아갈 때 바란 게 뭐였던가. 아직 태어나진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기는 존재하는 아이가 극적으로 두 사람의 재결합을 도와주길 바라기라도 했단 말인가. 알 수 없는 거 천지였다. 하지만 알리지 말 것을하고 후회하는 마음은 없었다. 자기가 저지른 일의 결과에 대해 무책임할 수 있는 건 똥 오줌 가릴 때까지면 족하지 않겠는가.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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