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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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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의 시집(실천시선)-24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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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216g | 148*210*20mm
ISBN13 9788939222465
ISBN10 8939222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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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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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을 지난 지 한참입니다
쿵쿵거리던 박동의 힘으로
먼먼 자리까지 단숨에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불면의 인대에서 진력하며 말초를 돌고 나니
뒤에서 밀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돌아보지 말라 가로막는 판막도 때론 힘이 됩니다
구부리는 자세에만 익숙해진 무릎을 지납니다
기억에는 근육이 없는데도 옥조이는 까닭은
넘어졌던 통증의 잔가시들이 무성한 때문이겠지요
박동과 박동 사이에서 심실을 돌며 씻고
심방에서 면벽이라도 하면
다시는 녹슬지 않을 심사로 길을 나설 겁니다
달게 자고 일어난 아침처럼 가겠습니다

―「정맥」 중에서


형은 나를 구하겠다고 물로 뛰어 들었다
동네 아줌마들이 한 번만 더 내려가라 매달렸어도
끝끝내 형을 찾지 못한 머구리들은 막걸리만 축내고 돌아갔다
어머니는 형이 평소처럼 마당을 들어설 거라며
날마다 환하게 불을 밝혔다
형은 오늘도 돌아오지 않는다 잉어바위 근처
바닥 어딘가 수초와 엉겨있는지도 모른다
읍내 병원에 누운 어머니는 돌아서는 내 등에 부적처럼
불 끄지 말라는 당부를 붙이셨다
그 날 이후 처음 불을 끄고 누웠는데
형광등이 캄캄한 천장에 엎드려 파리한 얼굴로
툭, 툭, 우는 것이었다
움츠리는 모든 것들의 소리라는 듯

―「혼자 남은 집」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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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관의 예민한 눈매는 우주와 자연, 인간 세계의 변화를 섬세하고 치열한 감성으로 읽어낸다. ‘긴 울음의 끝은 고요하고 파탄 뒤에 오는 것들은 애틋하다’고 노래하는 시인은 유한성에 대한 자각으로 몸부림치는 실존이며, 이승의 삶이 시인에게 주어진 것은 ‘그리움에 감염되’었기 때문이고, ‘바람을 갈망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거나 구름의 안색을 살피는 영혼’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오감에 포착된 모든 사물이 그러하지만 ‘변화의 낙인이 찍힌’(마이스터 엑카르트) 실존의 고통 앞에서 아름슬픈 그의 시들은 늦가을 단풍나무처럼 ‘연기 없는 분신(焚身)’을 꿈꾼다. 죽어 있는 목소리들만 쟁쟁거리는 세상에서 ‘살아 있는 목소리의 거부(巨富)’인 시인의 ‘느리지만 내 사랑 한 번 움켜쥐면 놓지 않는다’는 신성한 다짐이 다소 섬뜩하긴 하지만, 대지와 예술과 시에 대한 그의 지극한 열망을 누가 말릴 수 있으랴.
고진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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