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누드화가 있는 방

누드화가 있는 방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12
정가
9,000
판매가
8,1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국내배송만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53*224*20mm
ISBN13 9788959591763
ISBN10 895959176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재찬
소설가. 1956년 충남 연기 금남 출생으로 인하대학원을 졸업했다. 현대인이 겪는 허무, 불안, 고독, 방황, 사랑, 이별 등이 작품의 주조를 이루고 있으며 묵직한 주제를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한국 문학소설상 등의 주요 문학상을 다수 수상하였으며, 인간의 존재 근원에 대한 치열함을 작품에 담고 있는 특이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세계문학 속에 한국문학의 독자적인 자리가 거의 없다는 현실 하에 묵묵히 글을 써왔고, 문학계에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단 작가로서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 인천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잘 열리지 않는, 과거라는 시간의 문. 우린 누구나 저 깊은 곳에 기억되지 않는 과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내 기억의 다락방. 그 창문 하나 외로이 먼 하늘을 향하여 열려 있었다. 그 창문 밖에서는 늘 나직한 노랫소리가 났다.
그 노랫소리는 문득 눈물이 고일 듯한 위안이 되어 내게 찾아왔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엄마의 길고도 하얀 목, 그 힘줄도 이 노래를 부를 때만은 바이올린 현처럼 섬세하게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 슬픈 노랫말까지 더욱 감상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숨을 죽이고 가슴을 울렁이며, 전파를 타고 오는 엄마의 노랫소리. ‘보일 듯이’로 시작하는 엄마의 노랫소리는 나의 소녀시절을 수놓고 있는 아름다운 시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것 가운데 하나였다. 언제나 그 목소리로 시작하는 따오기의 가락은 내 가슴에 슬픔의 어느 것이라고 집어낼 수 없는 야릇한 감동으로 막히게 했다.
그것은 천사의 목소리였으며 행복의 목소리였다. 이 집안에서 그 목소리가 전하는 말을 의심할 사람이 있을 턱이 없었다. 나에게는 그것이 진리보다 더한 것이었다.
한결같이 끝없이 이어갔던 그 소리는 먼, 아주 먼 기억의 벌판으로 천천히 천천히 나를 몰고 갔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르는 슬픈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노래는 슬픈 것이냐고 엄마에게 물었을 때 엄마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라고 고개를 내젓는 엄마의 눈 속에선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슬비가 오는구나’ 하고 엄마는 말하였다. 그러나 이슬비는 엄마의 눈 속에서 내린다고 나는 말하고 싶었다. 이슬비는 가슴 속에서 내리는 것이라고, 슬픔의 올이 하나씩 풀어지고, 먼 기억을 둘러싸고 있던 순간들이 하나씩 고개를 내밀며, 저마다 흰 손수건을 나풀거리며, 그렇게 이슬비가 온다고….

어린 마음속으로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었는지 밤새도록 엄마의 품에 안겨서 오랜 세월의 빈 정에 삭을 대로 삭아버린 젖무덤 속에 얼굴을 묻을라치면 엄마는, 다 큰 계집이 웬 어미젖이라도 먹고 싶으냐, 하며 젖꼭지를 입가에 물려주었다. 나는 몇 모금 빨다가 나오지 않는 젖꼭지를 매만지다 잠이 든 얼굴에 엄마의 사랑을 놓아주곤 했다.

먼 기억의 그 하늘을 향하여 열려 있는 나의 다락방 창문에서는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맑고도 슬픈 노랫소리가 났다.
그 방은 넉넉지 못하여 값나갈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엄마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무척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한쪽 벽에는 무늬가 새겨지고 거울이 달린 검정 장롱이 하나 있었고, 다른 벽에는 긴 옷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한쪽 벽에는 베토벤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깃털이 달린 펜을 들고 악보를 쓰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입을 꽉 다문 근엄한 표정은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이기고 삶의 열정이나 자기 집착으로부터 거듭나라고 하는 고집이 담겨있는 듯했다.
나는 어쩐지 이 귀머거리 음악가의 액자가 그 방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2

어머니, 혹시 제가 떠난다면 대강 다음과 같은 원인들 때문일 터이니 그 점에 유의하셔서 저를 찾지 말아 주세요….

시내버스는 고개로 접어들고 있었다. 기와지붕들도 양철지붕들도 오월 하순의 강렬한 햇볕을 받고 모두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어느 상점의 스피커에서는 느려빠진 유행가가 흘러나왔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사람들은 처마 끝 그늘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내가 좀 나이가 든 뒤로 아현동 집에 간 것은 불과 몇 차례 되지 않았지만 그 몇 차례 되지 않는 아현동 행이, 내게는 생의 심한 좌절로 인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거나 새로운 계기를 모색해야 할 때였다. 그럴 때마다 집으로 간다는 것은 우연이 결코 아니었고, 그렇다고 집에 가면 내게 새로운 용기라든가 새로운 계획이 술술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하는 일 없이 집구석에만 처박혀있는 상태였고, 나는 항상 다락방 안에서 뒹굴었다. 다음에는 나와의 싸움에서 꼭 이기겠노라고 다짐하며 집을 떠나곤 했다. 그러나 무언가를 시도하려고는 했지만 가슴속의 슬픈 이야기만이 차곡차곡 쌓아갈 뿐 수없이 긴긴 거꾸러져 있는 세월이 나를 비웃으며 혹독히 채찍을 가하곤 했다.

초라한 모습은 오늘도 변함없지만 나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가슴 시린 유년의 추억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유년 그것에의 연상은 아무래도 어둡던 나의 소녀少女였다. 그렇다고 유년에의 연상이 항상 나를 괴롭혔던 것은 결코 아니다. 하여튼 나는 유년에 대한 그 어두운 기억들이 그다지 실감나게 되살아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오늘 아침, 옛날 내가 다락방 속에서 쓴 일기의 구절들이 문득 생각나게 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하긴 하지만 습관처럼 써왔던, 내 머리를 멍하게 하는 글귀들이었다. 그 무렵에 쓴 일기장은 그 후에 모두 태워버렸지만 모두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환멸로 가득 찬 나를 비웃으며 견디는 내용들이었다.

3

언제인가, 엄마가 잠시 없어진 적이 있었다. 어디를 다녀오던 길이었던가. 추운 겨울, 바람이 차갑던 어느 역 광장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가지 말고, 꼭 여기서 기다려야 해.”
젊은 엄마는 금새 눈앞에서 사라졌다. 난, 꼼짝 않고 기다렸다. 사람들에게 걸리고 채여도 엄마가 말한 자리에서 한 걸음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나에겐 유일하게 엄마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이 나를 조여 오곤 했다. 그런 불안에 잠겼을 때, 엄마의 친척 중에서 누군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나이도 젊은데 재혼해야지. 딸이야 맘만 독하게 먹으면 시댁에 맡길 수 있는 거고….”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들이 소곤거리며 한 말이 계속 떠올랐다. 다리가 떨렸다. 오줌이 마렵기도 했다. 그때 흐른 시간은 채 십 분도 안 되었지만 어린 나이에 모든 신경이 집중된 시간은 굉장히 길은 것이었다. 엄마가 없는 시간이 영원이 될 수도 있다고 몸으로 느낀 것이다.
잠시 후 엄마는 어떻다는 한 마디도 없이 내 손을 채가듯 잡고 급한 걸음으로 택시 승강장을 향했다. 그 이후로 엄마가 기다리라고 하면 그 자리에 꼼짝 않고 기다렸다. 기다리라는 일에는 말을 잘 듣는 아이가 되었다.
엄마는 종종 나를 스님이 계신 절로 보냈다. 절 아래는 동네가 여럿 있고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했지만 죽기도 했다. 살아 있는 것들은 죽음을 품었으리라. 초상은 봄철에 많이 났다. 겨우내 육신이 쇠하고 생명을 잃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동네 어귀를 벗어나면 큰 둑이 있었다. 둑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모두 논이었고 반대쪽은 가뭄을 대비해 물을 가둬놓은 저수지였다. 아이들은 둑 위에서 놀다 지치면 어른들 몰래 저수지에서 멱을 감았고 간혹 물에 빠져 죽었다. 꼭 사람이 죽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 어른들은 귀신 때문이라고 했다. 죽은 영혼이 자리를 뜨지 않고 있다가 아이들을 꼬여 데려가는 거라고….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8,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