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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로

안젤로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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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0쪽 | 528g | 225*290*15mm
ISBN13 9788989863724
ISBN10 898986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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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로는 오래된 성당 바깥벽의 튀어나온 부분을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멍청한 비둘기들이 몇 대에 걸쳐 남겨 놓은 나뭇가지와 깃털들을 치우는 중이었지요. 안젤로는 구석구석 샅샅이 뒤지면서 갈라진 틈이 없는지 살폈습니다. 벽토를 새로 바르려면 그런 데부터 고쳐야 하니까요.
“이건 뭐야?”
처음에 안젤로는 그것도 버려진 둥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좀 더 바짝 들여다보았어요. 조그만 새 한 마리가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습니다.
“너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안젤로는 빗자루 끝으로 새를 밀어내려 했습니다.
“저리 가라. 여기 있으면 안 돼. 내가 일을 해야 한단 말이다.”
하지만 새는 움직이지 않았어요. 안젤로는 할 수 없이 새 둘레만 치웠지요.
--- pp.5~6

어느 날 오후, 새는 안젤로를 찾아갔습니다. 노인은 피곤해 보였고, 얼굴에는 근심이 어려 있었습니다. 안젤로는 처음에 새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새가 구구 울었습니다.
“어이구, 너로구나! 네 둥지를 다시 찾고 싶은 거냐?”
새는 다시 구구 울었습니다.
“그래, 그래……. 벽이 더 커진 건지 내가 더 작아진 건지 모르겠다. 이 일이 끝나는 걸 볼 수 있을지 걱정이야.”
안젤로는 고개를 저으면서 작은 붓을 집어 들어, 천사의 발가락 사이를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는 일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가끔 힘내라는 듯 구구 울었습니다.
--- p.25

허덕거리면서 일한 지 두 해가 지나자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겨울이 다가왔고, 안젤로의 움직임은 더욱 느려졌습니다. 추위가 닥치기 전에 일을 끝내려고 둘은 그토록 좋아하던 교외 나들이도 포기했지요.
어느 따스한 십일 월 오후였습니다. 안젤로는 가장 높은 벽에 있는 천사 상에 마지막 손질을 마쳤습니다. 자랑스럽게 흙손으로 한 번 툭 치는 걸로 안젤로의 작품은 완성되었습니다.
--- pp.35~36

그런데 안젤로는 전보다 더 수심에 잠겼습니다. 걱정이 된 실비아는 그날 저녁 안젤로의 기운을 북돋으려고 온갖 재주를 부렸지요. 하지만 실비아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안젤로는 국수만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오랫동안 말이 없던 안젤로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미장이가 영원히 사는 건 아니야. 지금까지는 여기가 네 집이었다만, 내가 죽으면 너는 어디서 산단 말이냐. 네가 무사하다는 걸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지?”
국수만 노려보던 안젤로가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맞아! 그거야!”
안젤로는 모자와 코트와 손전등을 집어 들었어요.
“여기서 기다려라, 실비아.”
해가 뜰 무렵에야 안젤로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기운이 다 빠진 것 같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늙어 보였지요. 하지만 둘이 가장 좋아하는 안락의자에 함께 앉아 있을 때 실비아는, 안젤로의 얼굴이 몇 달 만에 처음으로 행복해 보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pp.38~40

성당 높은 곳 천사 상 사이에 완벽한 둥지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안젤로는 실비아의 새 집이 절대로 쓸려나가지 않도록 나뭇가지와 깃털 하나하나를 석고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둥지에서는 도시의 지붕들 너머 저 멀리 교외까지 보였어요. 오래된 묘지와 우람한 소나무가 있는 곳까지 말이에요.
오랜 시간이 지나 성당을 다시 손보아야 했을 때, 젊은 미장이 둘이 안젤로의 아름다운 둥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둥지는 방금 새로 만든 것처럼 완벽했습니다. 안에는 깃털 몇 개와 낡은 모자처럼 보이는 물건이 있었지요.
미장이들은 아무 것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 pp.47~48

관련자료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데이비드 맥컬레이는, 우리나라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주 대단한 작가입니다. 건축가 출신으로 여러 건축물에 대한 치밀하고 정교한 그림책들을 내서 유명하지요. 하지만 맥컬레이는 건축물에만 정통한 것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도 드러나듯 그는 사랑과 유머에도 대가입니다.
이 작품은 한 늙은 미장이와 병들어 죽어가던 새 사이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얼핏 생명 존중 혹은 동물 보호라는 메시지를 떠올릴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좋은 책은 한 가지 메시지로 딱 잘라 정의내릴 수 없는 법입니다.
이 책이 그렇습니다. 사실인 듯 판타지인 듯, 진지한 듯 농담인 듯, 슬픈 듯 무심한 듯한 복합적인 화법과 분위기 속에 담겨 있는 것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인생의 애잔함과 아름다움입니다. 한 외로운 노인과 작은 새가 서로 기대어 산 짧은 생이 책 속의 시간과 책 밖의 공간으로 뻗어나가며 전해주는 뭉클하고 따스한 울림입니다.
이 따뜻한 책을 번역할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내게 울려온 그 울림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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