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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1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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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림 | 대명종 | 2008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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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51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1025969
ISBN10 8951025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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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은 담벼락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인다.
긴 연기를 내뿜으며 그는 문득 해준과의 키스를 떠올린다.
그렇게 애를 써봤건만.
기준은 슬며시 심장에 손을 가져가 본다. 평평하게, 아주 규칙적으로 문제없이 잘만 뛴다.
문제는 이 규칙적인 심장이 해준과 키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진짜 문제’다 싶을 정도로 규칙적이다.
이젠 그녀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아니, 말은 않지만 어쩌면 해준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언제부터일까? 이런 의미 없는 키스를 하게 된 것은.
“이러다…….”
기준의 시선이 슬그머니 아래로 내려간다.
“설마.” 그렇기야 하겠나?
“별생각을 다해요.”
기준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든다.
“현기준. 온갖 못된 생각은 다하는 구만.”
권태기도 이 정도면 특급 수준이다. 아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다. 칠 년이면 강산의 칠 할이다. 이미 권태를 넘어선 사이다. 생활의 일부다. 밥과 반찬. 숟가락과 젓가락. 담배와 라이터 같은 당연한 습관의 존재…….
* * *
해준은 휴게실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밥 먹었…….’
그녀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메시지를 지운다.
‘피곤하지?’
만날 하는 소리. 다시 글자를 지운다. 잠시 고민하다 새로 메시지를 작성한다.
‘그날 키스…… 너무 행복했어.’
정말 그런 듯 보이도록 글자 옆에 하트를 마구 찍는다. 그러나 막상 전송하려니 양심에 찔린다. 고민하다 결국 전송 취소를 눌러 버리고 책상에 벌렁 엎드린다.
선의의 거짓말이 습관이 되는 것도 무섭다. 그 거짓말에 아무런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더 무섭다. 언제부터 자신이 이렇게 거짓말 잘하는 여자가 되었나?
“아, 사랑에 즐겁고 싶다.”
미화나 윤주처럼 사랑에 행복하고 싶다.
해준은 가만히 머릿속에 ‘설렘’이란 단어를 떠올려 본다.
7년 전, 해준과 기준은 대학에서 유명한 캠퍼스 커플이었다. 인기 많은 법학도 현기준과 날라리 돌깡패로 유명하던 서해준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는 우연히 지나가다 마주치기만 해도 심장이 콩닥거려서 하루 종일 넋을 놓고 있기도 했다. 기준만 생각하면 마음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그와 첫 키스를 하고, 밤새 이불 속에서 우체통처럼 빨개진 얼굴을 손거울로 들여다보며 히죽거렸다. 두 번째 키스도, 세 번째 키스도 마냥 설레고 행복했다.
그런데…… 이제는 잘 모르겠다.
키스를 해도, 데이트를 해도, 밥을 먹어도 늘 혼자 같다. 옆에 그가 있다는 사실을 깜빡깜빡 잊기가 일쑤다.
“내 심장은 이제 더 이상 현기준에게 뛰지 않는 걸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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