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우리는 꿈을 찾는 워킹맘입니다
“그렇죠? 매일 청소, 빨래 똑같은 일상만 반복되고 나는 뭐하고 있 나 싶어요. 처녀 때는 잘나갔는데 이젠 집순이가 돼서 맨날 집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아직 둘째도 어리고, 난 결혼하고 나서 바로 일을 그만둬서 할 만 한 것도 없더라고.”
“괜히 경단녀, 경단녀 하겠어. 아이를 낳아도 남편들이야 사회생활 할 거 다하잖아. 우리는 아이와 남편 뒷바라지하다가 이렇게 나이만 먹어가는 거지. 예전에 했던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누가 날 써주겠어? 게다가 아이도 둘인데.”
여유로운 삶에 고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동안 사랑하는 가족들 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했던 시간들에 약간의 후회감을 느끼는 듯했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 자신의 이름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의 삶을 다시 한 번 보게 됐다.
솔직히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모성보호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출산은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1년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뒤 육아와 보육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물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보육시설이 있지만, 출퇴근시간에 맞춰 아이를 맡기기도 힘들다. 그래서 아이 돌보미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그마저도 어려운 많은 엄마가 아이를 위해 결국 자신의 일을 포기하게 된다. --- p. 31
100세 인생
외국영화에 나오는 예쁜 할머니의 모습으로 일하는 꿈을 꾸지만 현실은 헤드셋 끼고, 돋보기로 전산화면을 보고 있다. 영원히 사랑 하 나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청춘은 가고, 지금은 자식 같은 구성원들 이 불만을 받아 달려오면 꽉 안고 “오야, 힘들었제. 그래 이관해라. 내 가 도와줄게”라고 엄마의 마음으로 도움을 주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이제 내 목표는 ‘고객센터 최초 정년퇴직 상담 매니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직원이 되자’라는 신념으로 다이내믹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년퇴직을 1년 11개월 남겨두 고 있는 지금, 출근하는 하루하루의 시간은 소중하고 감사하다. 오 늘 나의 이야기가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는 모든 분께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젊고 뜨거운 그대여, 충분히 일할 수 있을 때 일하소서!” --- p. 37-38
그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는 고객이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밀려드는 고객문의에 정신없는 시 간을 보내고 있던 오후, 정신을 번뜩 깨우는 전화가 연결되었다.
“반갑습니다, 상담 매니저 백미영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할부금에 대해 궁금해서요.”
일반적인 문의 내용이어서 신속하게 잔여 할부금과 기간을 말씀드렸다. 하지만 왜인지 쉽게 전화를 끊지 못하셨고, 혹시 다른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저 사실은 제가 세월호 생존자인데,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서 할부금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해서요.”
아, 세월호! 얼마 안 된 일이었는데, 바쁜 일상에 그만 잊고 있었다.
“고객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꼭 확인해보겠습니다.”
너무나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던 고객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았다. 고객과 재연락 약속을 잡고 여러 방법을 확인하던 중, 담당부서에서 직접 연락하여 처리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고객에게 다시 연락하여 진행상황을 말씀드리고, 꼭 잘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후 잘 처리되었다는 말씀을 듣고 기분 좋게 통화를 마무리하였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가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 p. 129-130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이야기
“이해한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지금도 네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라. 너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을 겪어내고 있는 거고,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쩌면 네 가 이러는 것이 당연한 거야. 동료들이 널 도와주는 것도 진심으로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걸 짐으로 생각하면 안 돼. 동료들의 그런 마음 이 너에게 짐이 된다면 앞으로 하지 않겠다. 난 널 믿는다. 믿고 기다 릴 테니까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쉬고 돌아와라. 그때가 언제든 상관없다.”
그룹장님은 본인의 가정사까지 말씀해주시며 진심으로 공감해주 시고, 함께 울어주셨다. 그리고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그때 그 눈빛, 따뜻하게 잡아주시던 손길 그 모든 것을 평생 잊을 수 없다. 그렇게 며칠 동안 온전히 마음을 추스른 후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 어떤 리더십이 발휘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를 것이다. 어떤 리더십이 좋은 건지 분명하게 말할 수도 없다. 하 지만 세월이 흘러 나 역시도 관리자의 위치에 오르다 보니, 그때 겪었던 일들이 지금 리더로서의 나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진심으로 대하는 리더, 진정성이 있는 리더’, 이것이 나의 신념이 자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그리고 내가 받았던 그 감동을 그대로 줄 수 있는, 나를 멘토라고 불러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가슴 벅찬 순간 을 기다리고 있다.
--- p. 176-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