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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흔들리지 않아

이젠 흔들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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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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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40g | 153*210*20mm
ISBN13 9791185853130
ISBN10 118585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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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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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여행이 가슴의 상처를 치료하진 못해도 덜 아프게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내 해바라기를 가득 담은 그림이 상처받은 다른 이들에게 작은 연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p.35

산티아고의 길은 세계인이 몇백 킬로미터에서 몇천 킬로미터까지 걸어오게 하는 힘이 있다. 비행기와 열차, 자동차와 버스가 버젓이 다니는 21세기에 그 먼 거리를 걸어서 가다니! 어쩌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 이유를 찾고자 걷고 있다니 참 대단한 일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자신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하여 평생 질문하고 찾아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곳을 찾은 우리도 그렇다.
--- p.51~52

화려함과 다양함으로 가득한 바르셀로나, 빛나는 햇살이 선물인 코스타 델 솔을 비롯한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도시들과 달리 그라나다는 알 수 없는 쓸쓸함과 외로움, 서러움이 도시 곳곳에 스며 비 내리는 날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스멀거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웅크리고 앉아 멍하니 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 p.66

그날의 여행을 마치고 일행들과 모여 앉아 나누는 여행 이야기와 각자가 촬영한 사진을 돌려보는 시간은 항상 즐겁다. 특히 세고비아의 저녁 풍경은 너무 아름다워 여행의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아쉬웠다. 와인과 가로등 빛으로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일행들과 마지막 잔을 부딪칠 때 누군가가 던진 한마디가 그날의 저녁을 두고두고 기억나게 했다.
“ 세고비아 광장에 저녁에 앉아 있는 것은 위험해.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 것만 같거든!”
--- p.135

세상은 울고 웃는 더 긴 시간을 지난 다음에야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다. 인생은 공부로 배울 수 없다. 서른, 마흔, 쉰, 예순이 되어야만 자물쇠가 열리는 일들과 감정이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애틋하고 복받치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중학생에게 다시 도데의 「별」을 가르치고 있다. 예전 나를 가르친 국어 선생님이 하신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제야 그 시절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 알아가고 있다.
--- p.151

사랑은 둘이 하는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혼자 남아 한 쪽짜리 사랑 카드를 들고 서 있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난 단 한 번도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고 억울하지도 않다. 결실을 본 사랑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혼자만 영원한 사랑이라 믿고 애태웠어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어도 사랑은 온전히 아름답다. 사랑이라는 그 마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겁고 설렌다.
--- p.168~169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는 토스카나의 자랑거리인데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피렌체 비프스테이크’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두툼한 고기 속에 T자형 뼈가 들어가 있어 일명 ‘티본 스테이크’라고도 불린다. 이 요리는 토스카나 지방의 대표 요리이기 때문에 사실 어느 레스토랑에서든 손님의 입에서 ‘피오렌티나’라는 말이 떨어지면 직원은 탁월한 선택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거나 엄지를 치켜세운다.
--- p.204~205

프랑스의 인상파 작곡가 드뷔시는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1890년경 피아노 모음곡인 「베르가 마스크」를 작곡했다. 그가 유학 중이었을 때 베르가모 지방에서 받은 인상을 로맨틱한 감성과 풍부한 감각으로 피아노 선율에 담았는데 모음곡은 「전주곡」, 「미뉴에트」, 「달빛」, 「파스피에」의 4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서 만난 구름에 가린 은은하고 환상적인 달빛은 당장에라도 누군가가 피아노로 「달빛」을 연주해 줄 것 같았다. 하루뿐인 베르가모의 밤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p.226~227

달빛이 고고한 밤 카프카의 작업실을 거쳐 돌아오면서 다시 카를교를 건넜다. 여행객들로 가득했던 낮과는 사뭇 대조적인 풍경이다. 다리 위에 자욱하게 앉은 안개 너머로 중세의 프라하 사람들이 걸어 나올 것만 같았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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