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 추는 스탠포드 대학교 인간 생물학 프로그램의 교환 교수이며 남자아이들의 사회심리학적 성장발달에 대한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인간개발 및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사춘기의 소년들: 소년기의 다양한 문화 탐험』 (뉴욕 대학교 출판부, 2004)의 공동 편집자다.
또한 예민하고 섬세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첫 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전문가들을 찾아다니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지극히 정상이라는 답변뿐이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은 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그녀는 2년 동안 한 유치원의 허락을 받아, 남자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성장 과정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살폈다. 남자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성장을 대가로 무엇을 잃어 가는지, 우리가 남자아이들의 성장에서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살폈다. 이를 따라 가는 사이, 남자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현재 유아기 남자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경험들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능력이나 자의식, 자존감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형편이다. 다만 이 시기 남자아이들이 받는 압박은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부모는 아들의 성장에 대해 새로운 접근과 인식이 필요하다. ---「제 아들에게 문제가 있다고요?」
난폭한 마이크와의 관계는 제이크가 지닌 능력을 점점 약화시키기 시작했다. 마이크의 의견에 억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제이크의 의견은 무시당하거나 배척당하고 아예 모욕당하곤 했던 것이다.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때와 달리 제이크는 마이크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평소 친구들이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싫어하는 제이크였지만, 마이크에게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마이크와 함께 있지 않을 때조차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나는 제이크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둘, 넷, 여섯, 여덟, 누가 이겼지? 바로 마이크야! 둘, 넷, 여섯, 여덟, 누가 졌지? 그건 바로 제이크야!” ---「폭군 친구가 아들에게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민형이가 여자아이가 나오는 장면을 펼치며 아주 강한 말투로 “웩! 여자라니!” 하고 외쳤다. 이 때 제이크의 엄마가 아들에게 작별 인사로 뽀뽀를 하려 했다. 민형이는 또 “웩! 뽀뽀! 나는 뽀뽀가 싫어! 제이크가 엄마랑 뽀뽀를 해!”라고 소리쳤다. 제이크의 엄마가 웃으며 “너는 엄마가 너한테 뽀뽀해 주는 게 싫으니?”라고 묻자 민형이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난 그런 거 정말 싫어해요.”라고 대답했다. 총싸움처럼 남성성을 상징하는 물건이나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자아이들이 공유하는 여성성에 대한 반감은 아이들이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고 관계를 이어 가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 「아들은 자신을 증명해야만 한다」
이 시기 남자아이들은 독립성을 드러내며 자신감을 키워 나간다. 이때 엄마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 또 엄마에게 의지하는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 「엄마와의 거리 두기」
남자아이들은 얌전히 잘 있다가도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곤 한다. 이는 관심을 끌고 싶다는, 관계를 맺고 싶다는 신호다. 이러한 행동을 빈번히 한다고 하여 아이의 대인관계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관계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 「왜 아이들은 느닷없이 과격한 행동을 하는 걸까?」
마이크는 특히 친구들의 약한 모습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건 아마도 마이크 스스로 자신의 나약함에 예민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평상시 마이크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고 적극적인 모습이었는데, 속으로는 친구들이 자신을 밀쳐 내는 건 아닐지 언제나 불안해했다. 이것이 마이크가 악당 클럽을 주도한 이유이기도 했다. 마이크는 부모님의 이혼을 겪은 후 누군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르며, 원치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자신의 상처받은 감정과 나약함,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서 일부러 더 거칠고 공격적으로 행동하곤 했던 것이다. --- 「마이크 이야기 : 지배하느냐 버려지느냐」
우리는 종종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너무 달라서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이는 일반적인 견해가 되어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러한 선입견을 숨기려고 하거나 의문을 품으려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자. 그러한 편견이 정말 타당할까? 아이들은 자신들을 향한 어른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어른들의 오해와 편견은 아이들의 가치관 뿌리를 내렸다. 자신에 대한 친구들과 어른들의 평가가 아이의 자의식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는 반대의 결과도 의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긍정적인 기대와 평가를 많이 드러낼수록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편견이 아들의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
내가 2년간 함께한 유아원 아이들은 사회적?경제적으로 부족함 없는 가정환경의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누군가는 이 아이들이 성장과 발달에 보다 유리한 조건에 놓여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 심리학자들이 오랫동안 강조해 온 것처럼 우리의 현재 모습과 행동은 우리의 사회적 상황뿐만 아니라 우리의 성향과 역량 그리고 욕구를 반영한다. 따라서 남자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 개인의 능력이나 아이를 둘러싼 환경, 어느 한쪽만 살펴서는 안 된다. 이것들이 어떤 식으로 아이의 가능성을 높여 주는지 혹은 제한하는지 살펴야 한다. ---「롭 이야기 :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아빠들은 아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숨기는 한편, 상황에 맞지 않거나 자신에게 약점이 될 수 있는 감정과 품성을 억제해 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참 얄궂고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개성과 품성은 감춘 채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만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말이다. 사실 그렇게 숨기는 것들이야말로 아들만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아빠의 고민」
부모가 아들이 성장 과정에서 부딪히는 기대와 압박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해 줄 수는 없다. 아무리 아들의 생각과 행동을 가로막고 제한한다 한들 말이다. 그렇지만 폭풍을 이겨낼 수 있도록 가르칠 수는 있다. 다시 말해 스스로 그 폭풍의 근원을 알아내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도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대인관계이며, 아이들은 대인관계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며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 마주치는 도전이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