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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비밀의 독서

어린이 책 비밀의 독서

: 어른들은 모르는 어린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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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50쪽 | 396g | 130*220*30mm
ISBN13 9788994159409
ISBN10 8994159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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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어린이책 공룡트림
‘어린이책 공룡트림’은 인권을 억압하는 구조의 변화를 꿈꾸는 ‘인권교육센터 들’의 소모임입니다. 2010년, 작은 카페에 모여 인권감수성으로 어린이 책 읽기를 시작하여 지금껏 이어오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공룡트림’은 큰 뜻 없이 어쩌다 지어진 이름인데 자유롭고 즐겁고 시원하고 거리낌 없는 우리 모임과 닮아 있습니다. 인권을 통한 다양한 시선에서 질문을 던지고 살피고 뜯어보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그 내용을 매월 인권 소식지 ≪인권오름≫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고은채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그림책의 재미를 느지막이 알게 됐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어쩌다 그림책 《깜장 병아리》의 그림을 그렸다. 주목받지 못하던 삶들도 그림책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걸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김인호
성미산 학교 교사. 매일 아이들과 울고 웃고 싸우고 끌어안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있다. 언젠가는 이 소중한 순간을 그림책에 담을 수 있기를 꿈꾼다.

보영
동네에서 성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시골 가서 살고 싶다는 말만 십 년째 하고 있다. 그림책을 보며 따뜻함에 위로받았다. 속깊고 좀 착해지고 싶기도 했다. 그 고마움과 감동을 글로 쓰고 싶다.

이기규
학교 다니기가 싫은 초등학교 교사. 인권배움터 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다양한 주제의 어린이 책을 쓰고 있다. 어린이들이 읽으면 통쾌하고 어른들이 읽으면 심장을 뜨끔하게 만드는 책이 최고의 어린이 책이란 믿음으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이묘랑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인권 교육이 무뎌지고 감춰진 인권의 감각을 일깨우고 무성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은 그림책과 함께하는 인권 교육의 마력에 빠져있다.

이선주
인권 교육 활동을 하고 부천에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야기와 그림이 빼앗긴 인간다운 삶을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으며 이런저런 사건을 벌일 궁리를 하고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래서 ‘어린이책 공룡트림’은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어린이 책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출판된 어린이 책들은 어린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은 우리 사회가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고, 어린이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모임을 계속할수록 그리고 어린이 책을 읽어갈수록 ‘어린이책 공룡트림’의 질문은 하나씩 늘어났습니다. 왜 어린이 책을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들이 고르는 걸까? 왜 어린이가 뽑는 문학상은 없는 걸까? 왜 어린이 책은 대부분 교훈적인 결말로 끝나는 걸까? 왜 어린이 책은 어른들의 잘못이나 세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는 걸까? 왜 어린이 책 속의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걸까? 왜 어린이 책 속의 소수자 어린이들은 언제나 특별하게 그려지는 걸까? --- p.5

낯선 상황을 두려워하는 행동이 ‘당연’하다고 한다면 어린이는 세상의 모든 게 두려울 수밖에 없다. 물속에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도, 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얼음이 차가운 것도 어린이에게는 온통 처음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르는 마을의 ‘나’는 물론이고, 여느 어린이들도 새롭고 낯선 것을 모두 두려움으로 느끼고 거부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흥미를 느낀다. 낯선 상황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어린이가 아닌 사람들, 어른들의 경험이다. 종종 이런 어른들의 두려움이 어린이의 호기심을 막아서고 때로는 협박으로 작동한다. 그런데도 어린이가 세상을 두려움으로 만나지 않는 존재라는 건 신기하고 다행스럽다. --- p.39

나는 흰 도화지 속에 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들은 흰 도화지 바깥을 상상한 것이다. 나는 이 일을 겪으며 어린이의 기준과 내 기준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깨달았다. 벽은 지저분해졌지만, 우리가 가진 기준과 질서의 차이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린이가 바라는 것과 의도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대화하지 않으면 도화지의 안과 밖만큼 큰 차이를 깨닫지 못하고 어른이 가진 기준만 강요할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얻었다. 그 차이를 섬세하고도 익살맞게 보여주고 있는 고미 타로의 그림책이 반갑다. 어른과 어린이 모두 차이를 드러내는 데 익숙해지면 세상은 좀더 재미있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고미 타로의 그림책이 가진 유쾌함의 힘이다. --- p.50~51

지원이와 병관이의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되짚어보거나 삶을 낯설게 보는 경험을 하기 어렵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내 곧 답답함을 만나게 된다. 이 답답함은 바로 ‘어린이다움’을 바라는 어른의 시선이다. 지원이와 병관이는 착한 어린이다. 어른들이 제시하는 옳고 그름, 어린이다움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반성하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흔히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모습이 이 어린이들에게 오롯이 담겨 있다. “이런 어린이가 착한 어린이에요”라고 하는 도덕 교과서 같은 교조적인 관점과 태도가 담겨 있다. --- p.201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는 어린이에게 어렵다고, 또는 굳이 일찍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만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은 모두 이어져 있고 우리는 서로 도와야 한다’라는 것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있을까 싶다. 나 하나 챙기기도 힘든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알 수도 없는 사건이 나랑 이어져 있다니! 하지만 이 어려운 얘기를 우리는 끊임없이 하고 있지 않나. 오히려 세상의 고통과 불평등의 원인을 이야기하는 게 더 쉬운 걸지도 모른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나랑 다른 사람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이 움직이고, 고통이 느껴지고, 저절로 질문이 생긴다. 세상의 고통에 공감하는 내 마음의 작은 움직임을 스스로 느끼게 해준다. --- p.227

제목만 보고 추측할 때는 마당을 나온다는 게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성역할’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읽어보니 그 반대로 잎싹은 마당을 나오며 자기를 지킬 유일한 힘으로 ‘모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를 단지 자본주의 반생태계적 시스템에 대한 도전, 차별에 대한 저항이라고만 보기 힘들게 만든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안에서 모든 동물은 어머니, 아버지, 자식이라는 정체성으로 표현된다. 닭이 오리 아이를 ‘키운다’는 설정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관점이 내재돼 있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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