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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읽는 한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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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153*224*30mm
ISBN13 9788994054971
ISBN10 8994054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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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장세후
張世厚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주희 시 연구』)를 취득하였다. 영남대학교 겸임교수와 경북대학교 연구초빙교수를 거쳐 지금은 경북대학교 퇴계연구소의 전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2003년 대구매일신문에서 선정한 대구·경북지역 인문사회분야의 뉴리더 10인에 포함된 바 있다.
저서로는 『이미지로 읽는 한자』(연암서가, 2015)가 있고, 주요 역서로는 『한학 연구의 길잡이(古籍導讀)』(이회문화사, 1998), 『초당시(初唐詩, The Poetry of the Early T’ang)』(Stephen Owen, 中文出版社, 2000), 『퇴계 시 풀이·1~6』(이장우 공역, 영남대학교 출판부, 2006~2011), 『고문진보·전집』(황견 편, 공역, 을유문화사, 2001), 『朱熹詩 譯註·1~2』(이회문화사, 2004~2006), 『퇴계잡영』(공역, 연암서가, 2009), 『唐宋八大家文抄-蘇洵』(공역, 전통문화연구회, 2012), 『춘추좌전·상』(을유문화사, 2012), 『춘추좌전·중』(을유문화사, 2013), 『춘추좌전·하』(을유문화사, 2013), 『도산잡영』(공역, 연암서가, 2013), 『주자시 100선』(연암서가, 2014), 『사마천과 사기』(연암서가, 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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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를 병(幷)’자가 나란하다의 뜻으로 쓰이게 되어서 사람이 앞뒤로 이어져 있는 글자를 따로 만들어내야 했는데 바로 ‘아우를 병(倂)’자입니다. 같은 나란히 하다는 뜻이지만 ‘幷’자는 병렬(幷列: 나란히 진열하다)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倂’자는 나란히 합치는 합병(合倂) 등의 뜻으로 쓰입니다. 한문으로 가학(家學)을 하던 우리 부모 세대보다 국어로 공교육을 하는 우리는 한자 교육이 많이 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도 마찬가지지만 어떻게 하면 한자를 쉽게 익히나 하는 연상 학습법을 활용한 참고서가 있었습니다. ‘지아비 부(夫)’자의 경우 “하늘(天)을 뚫고 올랐으니 하늘보다 높은 것이 남편(지아비)이다”라는 설명이 기억납니다.--- p.19

지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타투, 곧 문신은 옛날에는 권력과 권위의 상징이었고 장례 문화와 상관이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요즘같이 병상에서 안락하게 임종을 맞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사냥(수렵: 남성)이나 채집(여성) 등을 통하여 생산활동을 해야 했습니다. 사육이나 재배를 할 수 없었던 사회에서 제대로 된 안전 장구조차 없이 생산활동에 나서야 했던 이들은 거의가 사고로 죽음을 맞이했죠. 이렇게 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짐승과의 격투나 높은 곳에서의 추락 등으로 인한 과다출혈이었습니다. 의학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던 당시 사람들은 몸에서 피가 빠져나와 죽게 되자 피를 영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혼, 곧 피가 몸에서 빠져나오니 죽는다고 생각을 한 것이지요. 이런 관념은 후세에도 그대로 전해져 고령자의 타살풍습으로 이어졌습니다. ‘약할 미(微)’자는 바로 사회 생활에 더 이상 참여할 수 없는 늙은이를 대로에서 영혼인 피가 보이게끔 몽둥이로 타살하는 모양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피가 더 이상 영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도 관의 안쪽은 한때 영혼인 줄 알았던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을 칠하게 된 것이지요.--- p.31

미(微)자는 사거리를 나타내는 행(行)자의 일부를 나타낸 ‘조금걸을 척(?)’자와 ‘긴 장(長)’ 그리고 ‘칠 복(?)’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긴 백발을 휘날리며 구부정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는 형태의 ‘긴 장(長)’자는 소전까지만 해도 인식하기 쉬웠는데 해서에서는 모양이 많이 변형되어 알아보기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이 글자가 나타내는 것은 그야말로 사람들이 통행하는 사통팔달의 큰 네거리에서 노인을 몽둥이로 때려서 죽이는 것을 말합니다. 생산성이 조금 향상된 사회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 죽는 노인들에게 이런 의식을 행하는 것은 어쩌면 잔인한 행위가 아닌 당연하고 숭고한 행위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행위를 더이상 공공연하게 행하지 못하고 숨어서 몰래 하게 되었습니다. 행위의 대상에서 나온 뜻이 ‘약하다’이고, 나중에 몰래 행해진 행위에서 ‘은미(隱微)’하다는 뜻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죽은 사람의 가슴에 트집(흠집)을 내어 피를 보이는 것은 아무에게나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집단의 우두머리나 지도자급 인사가 죽었을 때 영혼이 빠져나가게끔 조치를 취하는 행위였던 것이지요. 필자한테 글을 배우던 사람 중에는 외과의사도 더러 있었는데, 그분들 말로는 죽은 사람의 가슴에 칼로 그은 작은 상처를 내도 피부가 안으로 오그라들어 피가 나오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하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결과야 어떻든 상징적인 행위니까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나중에는 문(文)자가 원래의 뜻으로보다는 그야말로 문신 같은 무늬를 나타내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문자가 무늬에서 출발하였으므로 문자(文字)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게 되었지요. 그러면 무늬를 나타내는 가장 훌륭한 것은 무엇일까요? 옷감입니다. 옷감은 실로 짜기 때문에 무늬를 나타내는 한자는 ‘실 사(絲, ?)’자를 형체소인 부수자로 더하여 문(紋)이라고 쓰게 되었습니다.--- p.32

귀신 가면을 쓴 사람이 팔동작을 크게 하여 춤을 추는 모습이 바로 ‘다를 이(異)’자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자기네와 많이 달라 보였고 평소에는 보지 못하던 이상한 광경이었겠지요. 생면부지의 귀신 가면을 쓴 사람이 자신을 따라다닌다면 두려운 마음이 들 것입니다. 이런 내용은 브라질에서도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입증한 바 있는 [흑인 올훼]에 악몽처럼 등장합니다. 음악의 신 오르페우스와 그의 연인 에우리디케의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현재의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재현한 영화로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입니다. 거기에 보면 저승에서 온 듯한 귀신 분장을 한 인물이 카니발 축제 중에 에우리디케를 끝까지 따라다니며 괴롭힙니다. 결국 올훼와 에우리디케를 모두 죽음으로 내모는 장면으로 이어지지요. 이런 귀신 분장을 한 존재가 두려운 이유는 나는 그를 모르는데 그는 나를 알고 덤빈다는 데 있겠죠?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안 되는 상황이니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런 귀신(분장을 한 사람)이 양손에 무기라도 들고 있으면 얼마나 더 섬뜩할까요?--- p.44

지팡이는 옛날 노인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지팡이를 짚을 때도 나라에서 정한 법도가 있었습니다. 그 법도에 의하면 마을에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려면 적어도 60세는 되어야 했고 이를 장향장(杖鄕丈)이라고 하였습니다. 마을에서 지팡이를 짚고 다녀도 될 만한 어른이란 뜻이지요. 이는 13경(經)의 하나로 예법에 대한 이론과 해설을 가하고 있는 『예기』의 「왕제(王制)」편에 보입니다. 거기에 보면 50세가 되면 집안(대소가)에서 지팡이를 짚어도 되고, 60세가 되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고을에서, 70세가 되면 나라 어디서나, 80세가 되면 임금이 있는 조정에서도 짚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지팡이가 단순한 지팡이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필자도 어느덧 이제는 집안 행사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녀도 될 나이가 되었네요. 그래서 옛날에는 국가적 행사가 있으면 나라에서 노인들에게 지팡이를 많이 내려주었습니다. 물론 60세를 넘긴 사람들에게 내렸겠지요. 그 지팡이의 머리, 곧 손잡이에는 비둘기가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손에 자극을 주면 건강에 좋겠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비둘기는 체질적으로 체하는 법이 없어서였습니다. 노인들은 한창때와는 달리 다른 기능도 다 떨어지지만 소화 기능이 특히 많이 떨어져서 이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노인들은 체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도 지자체에서 양로원에 지팡이 선물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깊은 뜻을 알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늙을 로(老)’자와 모양이 거의 같고 뜻도 거의 같은 글자가 있습니다. ‘상고할 고(考)’자입니다.--- p.50

‘아침 단(旦)’자의 자형을 보면 줄곧 위의 해돋이 사진과 같은 모습을 띠다가 소전에 와서야 지평선이나 수평선을 나타내는 듯 ‘한 일(一)’자 형태의 작대기로 바뀌어 표현되었습니다. 위에서 해돋이 이야기를 잠깐 하였는데 중국이나 우리 나라나 새해의 첫 해돋이에는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그건 서양도 마찬가지지만요. 어쨌든 새해의 첫 해가 솟는 날을 동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을 포괄하는 한자 문화권에서는 원단(元旦)이라고 합니다.--- p.88

‘바랄 망’자는 ?과 望의 두 가지 자형이 있습니다. 앞쪽의 옛 자형을 가지고 설명을 하자면 맨 위의 글자는 높은 곳에 올라선 사람이 위쪽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면을 보는 눈인 ‘눈 목(目)’자를 가지고는 올려다 본다는 뜻을 표현하기가 곤란했으므로 옆에서 보는 눈을 나타내는 ‘신하 신(臣)’자를 쓴 것이지요. 그리고 아래쪽의 임(壬)자처럼 보이는 부분은 삐침(?)이 사람의 몸을 간략화한 형태이고, 아래쪽의 토(土 또는 士)자는 언덕 같은 높은 곳을 나타냅니다. 그 다음 글자는 갑골문의 자형을 살리고 바라보는 대상인 월(月)자를 썼습니다. 마지막 글자는 눈을 망(亡)자로 바꾸었는데, 이는 음소로 쓰여서 소리를 나타냅니다. 둘 다 금문대전에 보이는 것으로 보아 ‘바랄 망’자는 거의 동시에 회의자와 형성자로 분화되어 생긴 것 같습니다. 지금은 ‘?’자는 서예하는 사람들이나 가끔씩 쓸까 사실상 일상적으로는 쓰이지 않는 글자가 되었습니다.--- p.94

‘더할 익(益)’자의 자형을 분석해보면 그릇[皿]에 물이 넘치도록 많이 담겨 있는 모양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결은 위에서 아래로 곧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운동을 하면서 이동을 하지만 그릇의 물은 고인 채 정체되어 있기 때문에 물[水]을 나타내는 요소가 옆으로 눕게 된 것입니다. 옆으로 누운 형태의 물을 세우면 ‘물 수(水)’자의 형태로 되돌아가야 정상이지만 익(益)자의 모양을 간직한 것도 있습니다. 바로 ‘클 태(泰)’자 같은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래의 뜻인 ‘넘치다’라는 뜻의 한자는 모양이 어떻게 변했을까요? 이런 경우는 비교적 간단하게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내는데 익(益)자를 음소로 바꾸고 형체소가 되는 수(水)를 부수로 새로 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온 글자가 바로 ‘넘칠 일(溢)’자입니다. 지진으로 인하여 바닷물이 육지로 넘쳐흐르는 현상을 우리는 해일(海溢)이라고 합니다.--- p.97

막대저울은 말 그대로 막대와 저울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리에 달 물건을 달고 막대가 평형이 되도록 저울추를 옮겨 평형을 이룬 곳의 눈금을 읽으면 그것이 물건의 무게가 됩니다. 저울추가 막대보다 더 중요한데 이를 권(權)이라 하고, 눈금이 새겨져 있는 막대는 가로로 평형해야 하기 때문에 형(衡)이라 합니다. 추와 막대를 합하면 뭐가 될까요? 권형(權衡)입니다. 권력(權力)이란 말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요는 저울추를 움직이는 사람이 말 그대로 권(權)을 조작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형(衡: heg)은 횡(橫: heg)과 중국어 발음이 같습니다. 가로로 놓인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전국시대에 장의(張儀)가 주장했던 외교술 가운데 진(秦)나라와 횡으로 놓인 육국(六國)이 1대 1로 관계를 갖는 연횡(連橫)을 달리 연형(連衡)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양팔저울을 천칭(天秤)이라고 한댔죠? 가만히 보면 칭(秤)자에도 평평할 평(平)자가 들어가죠? 칭(秤)자는 달리 칭(稱) 또는 칭(?)과도 뜻이 통합니다. 훈은 ‘일컫다’라고 하지요. 저울의 ‘칭’과 ‘일컫다’라고 하는 것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사람마다 혹은 물건마다 다 그 위치에 걸맞은 가치를 가지고 있겠죠? 저울처럼 정확하게 달아낼 수는 없겠지만 그 이름에 걸맞은, 그 무게값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p.110

한자 ‘처음 초(初)’자는 ‘옷 의(衣)’자 옆에 칼도방(?)을 쓴 글자입니다. 옷을 만들기 위해 칼로 옷감을 재단하는 모양에서 나온 한자입니다. 옷을 만들기 위해서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은 칼(가위)로 옷감을 자르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한자는 ‘비로소 시(始)’자와도 뜻이 통하는 글자입니다. 카르투지오 수사들이 생활하는 수도원의 모습을 기록한 영화 [위대한 침묵]은 인위적인 조명도 없고 음향효과나 음악도 없으며 심지어 기록영화임에도 내레이션조차 없습니다. 수도원에 새로운 수사 지망자가 옵니다. 그러면 옷 담당 수사가 두터운 흰색 천을 가위로 자르죠. “써걱써걱.” 소리가 크게만 들립니다. 새 옷을 만들기 위해 옷감을 마르는 것인데 이로부터 수사의 길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지요.--- p.137

음악은 인류의 탄생과 궤를 같이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요임금 시대에 이미 음악에 장단을 맞추기 위하여 배를 두드리는가[鼓腹] 하면, 땅을 두드리기도[擊壤] 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시경』의 서문 같은 데서도 ‘말로는 부족하여 탄식하고, 탄식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노래를 부르고, 노래로도 부족하면 손으로 춤을 추고 발로 뛴다’고 하였습니다. 초창기의 배를 두드리고 땅을 두드리며 장단을 맞추는 시기가 지나자 사람들은 악기를 만들어서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악기는 보통 금(金: 쇠 같은 금속)·석(石: 돌)·사(絲: 실을 꼬아 만든 현)·죽(竹: 대나무)·포(匏: 박)·토(土: 흙)·목(木: 나무)·혁(革: 가죽)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악기의 재료가 되는 물질이 여덟 가지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든 악기를 팔음(八音)이라 불렀습니다.--- p.140

금과 슬 같은 악기에는 재미있는 얘기가 많습니다. 후한 때 채옹이 길을 가다가 민가에서 밥을 짓는 데 쓰이는 오동나무가 타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소리만 듣고도 그 나무가 좋은 나무임을 알아 그 나무로 금을 만들었습니다. 태우던 거라 나무의 길이가 조금 짧아 끝이 탄 부분이 그대로 남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금을 꼬리가 ‘그을린 금’이라는 뜻의 ‘초미금(焦尾琴)’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또한 고사성어인 교주고슬(膠柱鼓瑟)이라는 말에서도 한 가지 이야기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안족을 갖풀로 고정시켜 놓고 슬을 연주한다는 뜻입니다. 고식적이고 꽉 막혔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이지요.--- p.154

축(筑)과 축(築) 두 글자로 나누어서 분류를 했습니다만 원래 두 글자는 동일한 한자입니다. 축(筑)은 지금은 악기 이름으로 쓰입니다만 그건 이 글자가 만들어지고 나서부터도 한참 뒤인 먼 훗날의 이야기였습니다. 두 글자의 차이는 ‘나무 목(木)’자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뿐입니다. 원래 짚 같은 것을 섞어가며 공이로 다져서 성을 쌓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지요. 그럼 판축법으로 성을 쌓는 기법에 대하여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판(板)은 널빤지입니다. 널빤지를 양쪽 지지대 사이에 세우고 안에는 황토흙을 넣어 고르고 다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층씩 쌓아나가 원하는 높이까지 쌓는 것이지요.--- p.166

요즘은 기와집 같은 전통가옥은 민속촌 같은 곳이 아니면 잘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기와집을 지을 때 기와를 다른 곳에서 실어옵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웬만한 규모의 기와집인 경우라도 집을 지을 때는 현장에다 기와를 굽는 가마를 설치했습니다. 퇴계의 「도산잡영 서문」 같은 글에 보면 집을 짓기 위해 기와 가마터를 설치하였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궁궐처럼 아주 지체가 높은 사람이 거처하는 건물의 경우에는 유약을 입혀서 굽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유약을 바르지 않습니다. 중국의 북경에 가면 꼭 들르게 되는 자금성의 지붕은 유약을 발라 구운 기와를 쓰는데 이런 기와를 유리(琉璃) 기와라 합니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인사동처럼 골동품을 파는 골목인 유리창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유리 기와를 구워 생산 납품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궁궐의 경우도 거의 유리 기와를 쓰지 않았는데 이렇게 유약을 입히지 않고 그냥 구워낸 기물을 도기(陶器)라고 합니다. 반면에 유약을 입힌 것은 자기(瓷器)라고 합니다. 둘 다 통틀어서 도자기라고 하지요. 요즘도 다구(茶具)의 경우는 도기가 많이 보입니다. 나중에는 기와처럼 구워서 만드는 도구를 나타내는 글자에는 도기를 대표하는 글자인 와(瓦)자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루의 경우는 원래 시루라는 뜻의 증(曾)자와 도기임을 나타내는 와(瓦)자가 붙게 된 것이지요. 지금 쓰이는 ‘시루 증(甑)’자는 증(曾)이 원래의 뜻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지만 음소의 역할도 합니다. 그리고 와(瓦)자의 경우는 완연한 형체소가 되는 것이지요. 증(曾)자는 옛날에 많은 경우 ‘더할 증(增)’자나 ‘층 층(層)’자와도 통용해서 쓰이기도 하였는데, 위의 시루떡을 만드는 것과 관련이 있어서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떡고물을 한 층 ‘더’ 깔면 ‘증(增)’이 되고 이게 여러 ‘겹’이면 ‘층(層)’을 이루게 되니까요. 나중에 증(曾)자는 증(增)이나 층(層)자 외에도 수많은 한자의 음소가 됩니다. 비교적 많이 쓰이는 글자만 예를 들어도 ‘드릴 증(贈)’, ‘미워할 증(憎)’, ‘비단 증(繒)’ 등이 있습니다. 요리를 할 때는 시루처럼 증기를 쐬어서 익히는 방법 외에 솥 같은 기물에 넣어서 가열하여 음식을 익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솥에 대해서는 이미 정(鼎)에서 말한 바가 있습니다. 세 발 솥인 정(鼎)은 종묘의 제례에 쓰이는 기물이라고 하였고, 실제 요리를 해먹는 솥은 과(鍋)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 발 솥 가운데서도 실제 음식을 해 먹는 솥이 있습니다.--- p.179

베틀로는 북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지나다’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경과(經過)라는 말이 있지요? 이 말은, 경유하여 지나간다는 뜻인 경(經)과 지나는 길에 잠시 들른다는 뜻의 과(過)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베틀에 미리 걸쳐놓은 날실에 북으로 교차되게 넣어서 짜는 실을 위(緯)라고 하고 씨줄이라고 합니다. 경위(經緯)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곧 옷감에서 세로로 짜넣은 실과 가로로 짜넣은 실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 옷감이 어떻게 짜여졌는지 알아보려면 옷감의 가로실인 씨줄과 세로실인 날실을 하나하나 풀어보면 됩니다. 어떤 사건을 해결할 때도 실마리, 즉 단서를 잘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위를 잘 파헤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실제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가상의 날실과 씨줄을 만들기도 합니다. 지구의에 보면 가상의 선을 표시해 놓았는데 남북으로 세로로 그어놓은 선을 경(經), 동서로 가로로 그어놓은 선을 위(緯)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 경과 위를 가지고 방위를 나타냅니다. 서울의 경우 북위 37도 30분, 동경 127도가 됩니다. 그런데 경과 위 가운데는 먼저 걸쳐놓아야 할 경(經)이 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보다 중요한 것에는 경자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중국에는 유가 경전(經典)이 있는데 모두 13종이며 이를 보통 13경이라고 합니다.--- p.201

원래 수갑을 나타내는 행(幸)자는 가로로 눕혀서 길게 써야 됩니다. 그러나 옛날 공책이 죽간이나 목간 같은 세로 형태였기 때문에 가로로 긴 모양의 글자는 세워서 썼으므로 위의 사진처럼 세워놓은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갑이나 차꼬가 ‘다행 행(幸)’자의 원래 뜻을 나타내는 모양이었다니 언뜻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이를 이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즉, 다 같이 수갑을 차고 있는 죄수들의 경우 심하면 사형 언도를 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냥 수갑을 차고 구치소까지 가서 가벼운 형만 집행 받고 풀려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수갑만 찬 형태로 구금되었다가 풀려나는 사람들의 경우 이보다 더 심한 신체에 위해가 가해지는 육형을 받은 사람들에 비해 얼마나 ‘다행스런’ 경우이겠습니까?--- p.211

‘싸움 투(?)’자는 갑골문이 두 가지 형태입니다. 앞의 글자는 몽골 씨름선수들처럼 머리카락이 없지요. 반면에 두 번째 갑골문자에서는 머리카락이 있는데 사력을 다해서 싸우느라 머리카락이 풀어헤쳐지고 엉클어진 모습 같습니다. 이 글자는 금문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금문이 통용될 당시에는 죄수들을 시켜 싸우게 하는 행위를 금지시켰고 그 사실이 문자에 반영된 것일까요? 글자를 시대별로 정리하면서 가끔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이 글자는 같은 뜻에 다른 모양의 글자인 전(戰)자와 함께 쓰여 전투(戰?) 같은 단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지금 쓰이는 ‘투’자는 형태가 많이 다릅니다, 원래의 ‘투(?)’자 안에 다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한자들입니다. 鬪, ?, ?. 우리 나라에서는 제일 앞의 글자가 통용되고 있고, 중국에서는 간체자로 ‘斗’를 택하였는데 이는 발음을 고려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그 글자에서는 원래 이 글자가 만들어지게 된 의미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어쨌든 위의 세 글자는 모양이 서로 엇비슷하고 글자에 따라서는 다른 뜻으로 쓰이는 글자도 있지만 모두 ‘싸운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싸움 투(?)’자는 원래 싸운다는 뜻에서 왔으므로 이 부수에 속하는 글자들은 거의 싸움으로 인하여 파생된 뜻을 띠게 됩니다. ‘시끄러울 료(鬧)’자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저자[市]에서 싸우느라 시끌벅적 시끄럽다는 뜻에서 나왔습니다.--- p.227

벌(伐)자를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죄를 지은 경우 외에도 사형을 시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전쟁에서 잡은 포로를 효과적으로 관리 통제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형을 시켜야 했습니다. 이때는 남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본보기의 차원이 아니라 대량으로 처리를 하여야 했습니다. 때문에 주로 경제적인(?) 살상법인 갱살형(坑殺刑), 곧 생매장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갱살형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바로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입니다. 그는 수차례에 걸쳐 7~80만에 이르는 전쟁포로를 생매장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갱살형이 아닌 경우에는 자연스레 전시의 무기가 곧 사형도구로 쓰이게 되겠지요. 문자가 생겨난 무렵부터 한나라 초기까지만 해도 전쟁에서 가장 주된 무기는 베거나 걸어서 넘어뜨리는 용도로 쓴 과(戈)였습니다. 과(戈)에 대해서는 이미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p.234

우리 나라에서 남을 욕할 때 두드러지는 특징 중의 하나는 성기에 관련된 말이나 육형(肉刑)에 관련된 말을 많이 쓰는 것입니다. ‘우라질…’, ‘경(?)을 칠…’, ‘육시(戮屍)럴…’, ‘능지처참(凌遲處斬)할…’ 등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우라질’은 오라를 진다는 말입니다. 곧 오랏줄에 팔을 뒤로 하여 묶인다는 말인데 말하자면 등 뒤로 수갑을 차는 것을 말하지요. ‘경(?)을 칠’은 묵형을 당하는 것입니다. ‘육시(戮屍)’라는 말은 사형을 당한 사람의 시체를 본보기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저자거리에 그대로 전시를 하는 것입니다. ‘능지처참(凌遲處斬)’은 능지와 처참을 합한 말입니다. 능지는 팔다리 등 생명에 지장이 없는 부분부터 잘라서 천천히(遲) 욕을 보여가며(凌) 죽이는 형벌로 중국에서는 청나라 말기까지도 행하여져서 사진으로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너무 끔찍해서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처참은 요참(腰斬)형에 처한다는 말입니다. 작두로 사람의 허리를 잘라 죽이는 형벌이지요. 그런 형벌을 당하면 그야말로 처참할 것입니다. --- p.236

‘수레 여(輿)’자는 ‘轝’로도 씁니다. 여(轝)자는 ‘줄 여(與)’자와 ‘수레 거(車)’자가 결합된 형태입니다. 바퀴에 해당하는 ‘車’자가 가마가 들어갈 자리에 놓인 여(輿)자와 모양이 조금 다릅니다. 위 글자의 금문대전은 사실상 ‘줄 여(與)’자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輿)자는 금문대전에서도 거의 보이지 않고 소전에 와서야 보편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것은 바퀴 달린 탈것인 ‘여(輿)’자가 아주 늦게 생겨났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초헌 같은 것을 나타내기보다는 앞뒤에서 수레를 끌고다니는 것을 나타낸 한자입니다.--- p.242

새 외에 날 수 있는 동물로는 곤충이 있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날개를 나타내었던 한자 ‘비(非)’자에 곤충을 나타내는 한자 ‘충(?)’자를 덧붙여서 ‘날 비(蜚)’자를 따로 만들어내게 된 것입니다. 졸지에 원래 뜻을 나타내던 ‘비(非)’자가 성부(聲部)로 바뀌어서 쓰이게 된 것이지요. 한자에서는 이런 경우도 적잖이 보입니다. 엄격히 말해서 ‘비(非)’자가 단순히 소리만을 나타내는 경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한편 ‘날 비(蜚)’자가 고대에는 일상적으로 쓰였습니다. 제(齊)나라 위왕(威王)과 순우곤(淳于?)에게서 나온 고사성어 불비불명(不蜚不鳴)의 경우에서 알 수가 있습니다. 불비불명은 원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동안 꼼짝도 않고 있는 모습을 말합니다. 『사기·골계열전』에 의하면 제나라 위왕은 왕위에 오른 후 무려 3년 동안이나 꼼짝도 않고 사태를 관망하였다고 하지요.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요즈음도 유언비어(流言蜚語)라고 할 때는 습관적으로 꼭 이 ‘비(蜚)’자를 쓰게 됩니다.--- p.253

‘풀 초’자를 보면 새싹보다 조금 더 자란 풀이 하늘을 향하여 쭉쭉 뻗으며 자라는 모습이 겹쳐지지 않나요? 그러나 정작 이 ‘풀 초(艸)’자는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다만 서예가들이 붓글씨를 쓸 때 가끔 쓸 뿐입니다. 대신에 ‘?’의 형태로 간략화하여 풀을 나타내는 글자의 형체소로 두루 쓰이는데, 이를 ‘초두’라고 합니다. 여기에 소리를 나타내는 요소인 음소로 ‘조(早)’자를 붙인 ‘풀 초(草)’자가 원래 글자인 ‘초(艸)’자를 대신하게 된 것입니다.--- p.262

진시황에 대해서는 지금도 그의 치적에 대한 논의가 왈가왈부 이어지고 있지만 대체로 과보다는 공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우세해 보입니다. 면류관(冕旒冠)을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이 당당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면류관은 왕들만이 쓸 수 있는 의례용 모자입니다. 즉위식이라든가 국가적으로 큰 행사가 있을 때만 씁니다. 천자는 앞에 12줄의 구슬을 늘어뜨렸는데 유(旒)라고 하고, 귀가 있는 곳에는 솜구슬 같은 것이 있는데 이를 광(??)이라고 합니다. 이는 면류관을 쓴 천자가 너무 눈이 밝고 귀가 밝은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9줄의 유가 있는 면류관을 쓰다가 대한제국 때부터 비록 자의에 의해서는 아니지만 중국의 속박에서 벗어나 천자와 같이 12개의 유가 달린 면류관을 썼습니다. 그러나 사실 면류관의 형식이 완성된 것은 실제로는 후한(後漢) 때부터라고 합니다. 면류관 같은 통치자의 모자를 표현한 한자가 바로 ‘임금 왕(王)’자입니다. ‘임금 왕(王)’자의 자형(字形)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있어 왔습니다. 하나는 갑골문의 형태에서 보이는 면류관 같은 모자라는 해석이고, 하나는 금문의 형태에서 보이는 도끼라는 해석입니다. 도끼는 옛날 통치자 또는 지배계층에 있는 사람들의 형(刑) 집행권을 의미하였습니다.--- p.283

피(皮)와 혁(革)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피는 당장 사용할 수 없는 동물의 몸에서 갓 떼어낸 피도 안 마른 가죽을 말합니다. 반면에 혁은 잘 펴서 말려 당장이라도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상태의 가죽을 말합니다. 피의 단계에서 보면 혁은 같은 가죽이지만 그 성질이 확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원래의 모습에서 일신하여 확 바뀐 상태를 또한 혁이라고 하였습니다. 개혁(改革)이라든가 혁명(革命) 같은 경우처럼 말입니다. 그야말로 피가 혁신(革新)적으로 바뀌게 된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자전을 찾아보면 위의 두 글자 외에도 가죽을 나타내는 글자가 또 있습니다. 바로 ‘가죽 위(韋)’자입니다. 정확한 뜻은 무두질한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보들보들한 가죽끈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위(韋)자는 원래는 가죽과는 상관이 없는 글자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두 사람이 길에서 엇갈리는 모습을 찍은 것입니다. 위(韋)자는 원래 이렇게 어떤 지점[口]을 사이에 두고 왼쪽으로 향하는 발과 오른쪽으로 향하는 발을 그린 것입니다. 원래의 뜻은 어긋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위(韋)가 어째서 가죽이라는 뜻을 얻게 되었을까요? 책(冊)자에서 알아보았던 것처럼 죽간이나 목간의 경우에는 하나밖에 없을 때에는 상관이 없지만 두 개 이상만 되면 순서가 서로 어긋나지 않게 묶어놓아야 했습니다. 이때 사용한 것이 바로 위(韋)였던 것이지요. 공자가 만년에 『주역』에 몰두하여 주역을 제본해놓은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열심히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성어로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고 합니다. 곧 책을 엮은 가죽끈이 세 번 끊어졌다는 말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비유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서 책을 엮은 끈으로 사용한 가죽끈이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이 위(韋)는 아마 세로를 나타내는 위(緯)일 것이라고 추론하기도 했습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에서는 세로로 쓰고 가로로 엮었으니까요. 어쨌든 간에 뜻밖에도 이 위(韋)자가 본래의 어긋나다라는 뜻과 달리 가죽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기 때문에 어긋난다는 뜻을 나타내는 원래의 의미를 보존하고 있는 글자를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이 글자가 바로 ‘어긋날 위(違)’자입니다. 위(韋)자에 ‘쉬엄쉬엄 갈 착(?, ?)’자가 더하여 어긋난 곳이 길이라는 것을 표시하여 뜻을 구분한 것이지요. ‘착(?, ?)’자는 길을 나타내는 ‘조금 걸을 척(?)’자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이동 수단인 발을 나타내는 ‘갈 지(止: 그칠 지)’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착(?)자는 글자의 왼쪽과 아래쪽을 감싸는 받침(?)으로 쓰이기 때문에 ‘착받침’이라 하는데 지금은 ‘책받침’이라고 합니다. 이 요소가 들어가는 글자의 첫 번째 뜻은 거의 ‘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긋나는 것도 길을 가는 행위 등에서 발생하는 것이니까요.--- p.300

여담으로 술병 때문에 생겨난 한자어를 하나 알아보겠습니다. 바로 ‘짐작(斟酌)’이라는 단어입니다. 옥편을 찾아보면 斟자는 훈이 ‘술을 따르다’로 되어 있고, 酌자는 ‘따르다’로 되어 있습니다. 곧 ‘술을 따르다’라는 것이 원래 짐작의 뜻입니다. 지금 짐작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명사로 ‘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어림잡아 헤아림’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림잡아 헤아리는’ 것과 술을 따르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요즘 술병을 보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앞의 제사상 사진처럼 거의 투명합니다. 옛날에는 달랐습니다. 거의 모든 술병이 토기로 만든 불투명한 것이었습니다. 그럴 경우 술병에 술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야말로 ‘어림잡아 헤아려’ 따라야 했습니다. 술이 많이 남았는데 너무 급격히 술병을 기울이면 술이 갑자기 쏟아져 술잔에 넘칠 것이고, 술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는데 너무 조심조심 따르면 상대가 탐탁지 않게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야말로 ‘짐작’을 잘 해서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p.316

‘글자 자(字)’자는 바로 사당[?]에서 아기[子]를 조상의 영령에게 알리고 이름[字]을 짓는 것을 나타낸 것입니다. 90일 있다가 아기의 이름을 짓는 것은 당시만 해도 영아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즉 출생 후 90일 정도가 지나도 살아 있으면 조상에게 아기가 났음을 알리고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글자에는 ‘기르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당나라 때의 문인으로 당송팔대가의 하나에 드는 유종원(柳宗原)이 지은 「식예사 곽탁타의 전기(種樹郭?駝傳)」에 보면 ‘字而幼孩’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곳의 자(字)자가 바로 그런 뜻으로 쓰인 예이며, ‘너희의 어린 아이를 잘 키우려무나’ 정도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자(字)는 이름 가운데 성인이 되었을 때 동류의 사람끼리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름과 자는 서로 연관성이 있지요. 공자의 제자들을 가지고 예를 몇 개만 들어보면 중유(仲由)의 자는 자로(子路)인데 길[路]은 사람이 경유[由]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안회(顔回)의 자는 자연(子淵)이라고 하였는데 깊은 물[淵]은 소용돌이[回]를 일으키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습니다. 한 사람만 더 예를 들면 공자의 아들은 이름이 리(鯉)이고 자는 백어(伯魚)라고 하였습니다. 잉어[鯉]는 물고기[魚]여서 그렇게 지은 것이지요. 자는 아무나 부를 수가 없었고 동문수학을 한 동료들이나 같은 해에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 요즘으로 치자면 고시 동기생 같은 사람들만 부를 수 있었습니다. 요즘 어르신들이 보면 옛 예법을 따른다고 이름을 부르지 않고 호(號)를 부르는 것을 아주 고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원칙대로라면 자를 불러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글자는 원래 만들어졌을 때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지금은 회의자나 형성자 같은 합체자를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p.328

갑골문에서는 ‘탈 승(乘)’자가 생겨난 모습을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큰 ‘나무(木)’ 위에 어른[成人: 大]이 올라가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다가 금문부터는 사람의 몸에 두 발을 그려넣었습니다. 발은 평지를 딛고 서 있는 데도 중요하지만 나뭇가지 같은 것을 밟고 서 있으려면 넓고 편편한 발바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지요. 그러다가 해서에서는 사람과 나무가 한데 합쳐져서 ‘벼 화(禾)’자 같은 형태가 되었습니다. 양 발바닥을 나타낸 요소는 ‘북녘 북(北)’자처럼 바뀌었죠. ‘탄다’는 훈은 나무를 올라탄다는 뜻에서 나온 것인데 나중에는 ‘오른다’는 뜻으로 차츰 바뀌어 수레를 타거나 차를 탄다는 뜻으로 바뀌었고, 아주 일찍부터 아예 수레를 세는 단위로까지 쓰이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승(乘)은 갑사(甲士) 3명에 보병 72명이 딸린 전차로 옛날의 군대 편제 단위였습니다. 만 승은 전차[兵車] 1만 대에 보병 72만을 보유한 천자의 나라만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후의 나라에서는 전차 천 승에 7만 2천 명의 군대만 보유할 수 있었지요. 전국시대에 들어와서는 그런 규정이 유명무실해지긴 합니다만.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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