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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체 배우 2

피사체 배우 2

흑야아 | 동아 | 2016년 09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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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426g | 128*188*22mm
ISBN13 9791155117026
ISBN10 1155117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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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창 처음 먹어 본 외국인 씨. 당신 나 알아요? 제가 연기하는 거 본 적 있어요?”
“아뇨, 오늘 처음 봐서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연기하는 것은 방금 전 잠시 잠깐 본 것 외엔 더더욱 본 적이 없습니다.”
“제대로 보지도 않았으면서 왜 함부로 말합니까? 당신이 그럴 권리 있어요?”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단호히 없다고 말한 뒤 말끝을 흐리며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뭐가 그렇게 흥미롭다는 듯 웃는 거지? 여운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런 여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헛꿈 꾸다가 결국 이름만 배우인 사람들을 수 없이 봐 왔습니다. 그들처럼 이도저도 아닌 그저 배우라는 이름뿐인 피사체가 되고 싶은 겁니까?”
배우라는 이름뿐인… 피사체? 이 연예계 바닥에 발을 들여놓는 그 순간 여운은 정말 수많은 비웃음과 부끄러움, 쪽팔림, 민망함, 갖은 모욕은 다 겪어 봤다. 이까짓 비웃음은 수없이 들었고 네 이름은 서여운이 아니라 서러운이 아니냐며 기가 막힌 뒷담화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들은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평가하지 않았다. 항상, 평범한 얼굴, 특색 없는 몸매, 그 흔한 애교 하나 없고 아양도 못 떠는 로봇 같은 여자. 찬밥 더운밥 가릴 줄 모르는 멍청한 여자라며 비웃었다. 그런 비웃음을 정말 많이 당해 봐서 그런지 여운은 꽤 담담하게 그의 말에 대답할 수 있었다.
“이름만 배우인 게 뭐 어때서요. 저는 연기만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요. 결국, 무슨 역할이든 다 할 수 있는 배우가 성공하고 이긴 거니까.”
방금 전, 그 대답에 외국인은 예상 못한 치부를 찔린 것처럼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곤 가벼운 박수 소리를 내며 감명 받았다는 듯 굴었다.
“멋있네요. 방금 전 그 말. 진심으로 감명 받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진짜 배우의 조건은 자신감과 연기력, 그리고 뚝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근성인 셈이죠. 지금까지 무례하게 군 거 사과할게요. 함부로 오기라고 말했던 것도 취소하겠습니다.”
이 남자, 지금까지 무례한 태도로 일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주 정중하고 매너 있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마음 많이 상하셨다면 다시 한 번 더 사과드리겠습니다.”
그에게서 진심이 느껴졌지만 여운은 쉽사리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며 말을 이었다.
“보통 자존심을 건드리면 욕설을 하거나 당신이 뭔데 그런 소릴 지껄이냐며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여운 씨는 너무 차분하고 담담하게 응수하는 모습에 많이 놀랐습니다. 인성도 고루 갖추신 것 같네요.”
“아…….”
여운은 그가 일부러 자신을 자극했음을 깨닫고 조금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욱해서 엎어치기를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살짝 미소 지으며 TV를 가리켰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저 TV 속에 있는 배우들처럼 당신의 근성과 소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면 되겠네요.”
누군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나. 기회가 없어서 못하지. 여운은 껍데기를 탁 뒤집어 가위로 서걱서걱 자른 뒤 대답했다.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증명해 보일 생각이에요. 껍데기 다 익었으니 드세요.”
여운은 여전히 마음이 덜 풀려서인지 그가 먹은 그릇들을 죄다 쟁반에 담고 돌아섰다. 그런 그녀에게 갑자기 외국인이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졌다.
“제가 그 기회 만들어 드려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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