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가운데 가장 먼저 발전했으면서도 여전히 다른 동물과 상당 부분 비슷한 것이 ‘생존을 확보하는 두뇌’다. 즉 우리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늘 위험을 경계하며 지낸다는 뜻이다. …(중략)… 문제는 우리 두뇌의 일부가 여전히 5억 년 전 방식대로 작동한다는 점을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살인과 짝짓기’ 학설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가 진화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석기시대 당시와 똑같은 뇌를 가지고 있다. 즉 원시인이 21세기의 복잡계를 헤쳐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심리치료사와 약물이 많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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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두뇌의 대단한 기능 중 하나는 수많은 동작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행위로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칫솔을 집어 들고, 치약 뚜껑을 열고, 짠 다음, 입을 벌리고 위아래로 칫솔질을 하고, 뱉어낸다. 이런 각각의 개별적 동작들이 실은 우리 생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은 진화 덕분에, 의식적으로 생각을 안 해도 자동운항 장치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자동운항법을 사용하면 개별 동작들을 줄줄이 엮어 하나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능력에는 어두운 이면이 있다. 우리는 습관의 동물이어서, 결국 자동운항 상태에 머물러 주변 상황들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우리 삶 전체가 모두 뭉뚱그려진 일들의 연속이 되기 시작하고 의미 있는 과정들을 모두 놓치게 된다.
--- p.38~39
마음챙김은 주의력 연습의 한 방법이다. 어떤 것에 주의를 쏟으면 들끓던 생각들이 잠잠해진다. 우리는 특히 아이일 때 주의를 집중하라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정확히 어떻게 하라는 가르침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보자. 어딘가 혹은 누군가에게 초점을 맞추고 계속 유지하는 훈련을 해보자. 몇 초는 할 수 있겠지만, 발정 난 나비 같은 것들에 의해 금방 주의가 흐트러질 것이다. 어쩌면 애초에 제대로 주의를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엉뚱한 곳으로 주의가 이동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주의 집중이란 외부의 존재에 주의를 쏟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으로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의 생각들을 지켜보며 그것들에 대한 평소의 자책을 멈추는 것이다. 모든 능력의 발전이 그렇듯, 훈련을 해야 한다. 주의 집중이 인간적인 재능은 아니니까. 내가 정의하는 마음챙김이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채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폄하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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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 속 여기저기엔 다양한 여러 기억이 저장되어 있어 특정 기술을 되살려 쓸 수도 있고 특정 상황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법도 안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경험할 때마다 해당 뉴런들이 연결되고 특정 감정들을 촉발시키는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이런 감정의 도움을 받아 경험을 기억한다. 이렇게 기억이 축적된다. 칠면조 냄새를 맡으면 갑자기 설레며 따뜻한 느낌이 몸을 감싸고 ‘칠면조 냄새’라고 써진 기억 보관함에서 추수감사절에 할머니가 오븐 위로 몸을 숙이고 서 있던 옛날 영상이 돌아가 모든 경험을 되살린다. 이 모든 내면의 작은 영화는 단순한 냄새 하나로 작동된다. 자전거를 타면 ‘운동 기억’이 깨어나 몸의 각 부위에 할 일을 전달한다. 의식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 p.78
마음챙김은 현재를 방문하는 것 말고도 다른 많은 혜택을 가져온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마음챙김 훈련은 뇌의 내부 풍경을 바꿔, 무엇보다 면역 체계와 항우울력을 개선시키고 심장 질환 발생을 낮춰 건강을 증진시킨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마음챙김이 감정 관리와 극복에도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모든 것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고, 타고난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뇌신경학자들에 따르면 뇌는 가소성, 즉 매순간 체험하고 반응하고 생각하며 변하는 성질을 가졌다.
--- p.90
주의를 집중하는 훈련이 뇌신경가소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론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핵 기저부’라는 뇌 부위에는 조그만 뉴런 돌기들이 있는데, 자극을 받으면 피질 전역에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이 화학액이 뉴런 간 연결을 강화시킨다. 우리가 주의를 집중하면 그 뉴런 돌기들이 활성화되고 거기에서 분비된 화학물질이 뇌신경가소성을 만든다. 그래서 생각의 힘이 우리 뇌를 생물학적으로 바꾼다고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는 다시 우리 뇌의 조각가, 마음챙김 기반 인지 치료로 수렴된다.
--- p.119
마음챙김은 다른 행동들과 달리 올바른 방법이라는 게 없다. 부모와 교사, 상사에게 잘 보이려는 생각은 버려라. 그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시험도 끝났다. 이제는 실패할 일도 없다. 혹시나 우리가 마음챙김을 잘못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뭔가를 개선시키거나 마음속 잡념을 비우려 애쓰지 않는 것이기에, 올바르게 하고 있는 것이 맞다. 마음챙김이란 그저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아채는 것이다.
--- p.142
아이가 격한 감정을 느낄 때, 기분 좋아지게 해주려고 애쓰지 말자. 인간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니 아이가 가능하면 많은 감정을 경험하도록 놔두자. 아이의 상처가 너무 괴롭더라도. 감정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약솜을 너무 빨리 꺼내지 말자. 아이도 자라며 뜻대로 안 될 때, 회복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처 기제를 익혀야 한다.
--- p.246
나는 학교에서 실패의 기술이라는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가능하면 일찍 실패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른이 되면 실패의 융단 폭격을 받을 텐데,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계속 축구부 주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진지하게 믿는다면, 심각한 내상을 입고 쓰러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한때 잘나갔던 아역 배우가 종종 약물중독자로 낙오하는 것이다. 크고 넓은 세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그 모든 과목들로부터 정작 필요한 교훈은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원히 톡톡 튈 순 없으며, 라미네이팅으로 반짝이는 치아와 커다란 가슴, 쫑쫑 땋아 늘인 머리가 마흔다섯이 돼서도 먹힐 수는 없다.
--- p.260
이번 실험은 감정의 자기 관리에 대한 마음챙김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피정 전에는, 비행기 추락, 빈곤 아동, 총을 겨누고 있는 남자 등 부정적인 사진을 보면 격한 감정적 반응이 나왔다. 나 자신은 느끼지 못했지만 뇌전도 검사로 뉴런의 전기적 활성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나는 편도체의 장악과 그에 따른 코르티솔 및 아드레날린의 분출로 인한 감정의 격화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 당시 나는 호흡에 집중하라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피정 후에는 다시 호흡에 집중하면서 같은 부정적 사진을 보아도 거의 감정적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즉 성공적으로 감정 관리가 된 것이다.
--- p.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