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린 책으로는 《테푸 할아버지의 요술테이프》, 《티라노 딱지와 삼총사》, 《초식스가 된 승호》, 《꼬마 요정과 구두장이 할아버지》, 《호랑이야 사자랑 싸우면 누가 이기니?》, 《수줍어하는 게 어때서!》 등이 있다.
“오! 엄마. 저 사람도 똑똑하다.” “똑똑하긴, 순 얌체지.” “어! 그럼 우리도 얌체야?” “우리는 다르지. 네가 지각할까 봐 ‘어쩔 수 없이’ 끼어들기를 한 거니까.” “저 사람도 사정이 있는지 모르잖아” “그럴지도 모르지. 길을 잘 몰라서 직진 차선으로 달려오다가 뒤늦게 알아채고 급하게 이쪽 차선으로 들어서려는 걸 수도 있어. 그래서 저 차를 끼워 주자는 거야? 너 지각해도 상관없어?” 난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지각을 하긴 싫었다. ---p.14~15
‘이러다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만 더 걸릴 거야. 금쪽같은 내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거라고!’ 난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집에 갈래!” “뭐?” “왜?” “어디 아파?” “나 집에 간다고. 우리가 이렇게 다 같이 다닐 필요가 없는 것 같아. 각자 하나씩 맡아서 찾으면 되잖아? 그리고 나 다리 아파.” 나는 정호, 은수와 지원이의 질문에 쏘아붙이듯이 대답했다. 아이들의 표정이 굳어갔다. ---p.37
이기적. 나는 그 말을 듣자, 이상하게 마음이 싸늘해졌다. 난 그동안 이기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내 기분은 늘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친구들이랑 싸우느라 기분이 나쁠 때, ‘이기적’이라는 소리가 들린 거다. 언젠가 한 번은 인터넷으로 ‘이기적’이라는 말의 뜻을 찾아본 적도 있다. 지금도 그 뜻을 또렷이 기억한다. 이기적이란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꾀하는 것’이다. 애들은 아주 나쁘다는 듯이 내게 이기적이라고 소리치지만, 난 그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다. ‘내가 날 위하는 게 뭐가 나빠? 누구나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 하는 거 아냐?’ ---p.52
바로 그때! 시끄러운 고함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손수레에서 두부를 파는 아주머니와 그 옆에 있는 생선가게 아저씨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이쪽에서 장사하지 말라니깐! 이 입간판 얼른 치우라고!” 생선가게 아저씨는 ‘두부’라고 적힌 입간판을 발로 걷어찼다. 두부 파는 아주머니가 나동그라진 입간판을 세우며 말했다. “아이고! 여기 생선 사는 손님들이랑 우리 손님이 겹치는 것 도 아닌데. 좀 도와주세요.” “이보시오, 아줌마! 내가 남의 장사를 왜 도와?” 나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