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세상에 성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키 포인트"
지금까지도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바로 지금처럼 어려운 적도 없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이 복잡하게 확대되고, 이를 더더욱 구분하기 어려워지게 만드는 패턴들이 존재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보다 나은 예측이 아니다. 더 나은 예측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의 갑작스러운 뒤틀림과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더 나은 방안이다.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방안에 대한 안내서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성공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키 포인트는 예측이 불가능한 변화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다. 수없이 다양한 유연성을 반드시 갖추어야만 한다. 사용자의 행동에서 신선한 영감을 얻고, 새로운 테크놀로지 기술을 수용하기 위한 유연한 디자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경쟁자와 시장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의사 결정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다.
예측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면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린다. 미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변화를 향해 계속해서 달려가고 있다. 새롭고 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계속하여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어떠한 예측이 현실화되더라도 계속해서 일해나갈 수 있는 접근법을 찾을 것인가? --- '제시 제임스 가렛(어댑티브 패스 대표)의 서문' 중에서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모두 알아서 해드립니다.
1888년 조지 이스트먼(George Eastman)이라는 발명가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시장성까지 겸비한 카메라를 만들었다. 이것은 사진이라는 개념 자체를 영원히 바꾸어 놓은 완벽한 소비자 제품이었다. 이스트먼은 4년 전에 깨지기 쉬운 사진용 감광판보다 훨씬 쉽게 다룰 수 있는 롤 필름이라는 새로운 필름을 발명했었다. 이스트먼이 전형적인 엔지니어링 접근 방식으로 롤 필름 카메라를 만들었다면, 1886년 네이처 지에 묘사한 복잡한 사진 기구(당시 최신형 카메라)를 약간 개선하여 작은 사이즈로 만드는 수준에서 머무르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모두 알아서 해드립니다."라는 제품의 광고 슬로건에 나타낸 경험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면 롤 필름이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이 새로운 필름 덕분에 새로운 카메라의 동작은 극히 간단해졌다. 네이처 지에 묘사된 복잡한 사진 기구와는 달리, 사용자는 카메라를 전혀 열어볼 필요가 없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단계만 거치면 된다. 1-코드를 당긴다(셔터 준비). 2-키를 전환한다(필름 장전). 3-버튼을 누른다(셔터 릴리즈). 사진을 찍은 후 카메라를(또는 그냥 필름 롤을) 이스트먼에게 보내면, 전문가들이 현상과 인화를 해서 보내주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는 사진 분야에서 소비자 혁명을 불러 일으켰고, 이스트먼의 코닥 카메라는 최초의 소비자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단지 기능 요구사항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디자인 접근 방식을 통해 이스트먼은 근본적으로 다른 결과에 도달한 것이다. --- '1장 경험이 곧 제품이다' 중에서
훌륭한 실행이 정답은 아니다
엄청난 노력을 한다해도 절름발이 아이디어가 일변할 수는 없다. 몇 년 전만해도 "인터넷 가전"은 많은 회사에서 훌륭하다고 생각한 아이디어였다. 인텔, 컴팩(Compaq), 게이트웨이(Gateway), 마이크로소프트, 쓰리콤(3Com) 모두가 인터넷 가전 제품을 시도했다. 쓰리콤은 우아하게 디자인된 부엌용 인터랙티브 도구인 오드리(Audrey)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499달러가 넘는 돈을 주고 굳이 부엌에서 캘린더, 주소록, 웹 사이트를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모바일 ESPN은 혼란 속에서 잘못된 아이디어를 채택한 또 다른 사례이다. 모바일 ESPN은 아주 바쁜 스포츠 팬들에게 스포츠 점수와 이벤트를 알려주는 모바일 폰 서비스로 시장에 나오자마자 사장되어 버렸다. ESPN은 모바일 가상 네트워크 교환수와 폰 서비스 런칭에 1억 5천 달러를 썼다. 하지만 서비스 개시 후 한달 동안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들은 서비스 런칭에 들인 비용을 보상받기 위해 필요한 최소 고객 수의 1/10에 불과했다. 비즈니스위크의 기고가 톰 로리(Tom Lowry)는 이 서비스가 실패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잘 설명하고 있다.
"모바일 ESPN 서비스를 런칭할 때, ESPN은 수많은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스포츠를 관람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야채 가게에 저녁 찬거리를 사러 가서도, 아이들의 축구 게임을 보러 가서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모바일을 통해서 스포츠 정보 서비스를 받아볼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19살짜리 스포츠 광팬에게도 일상 생활에서 스포츠 외의 다른 취미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이처럼 실패한 제품과 서비스의 사례는 도처에 널려 있다. 델타(Delta)의 디스카운트 송 에어라인 (discount Song Airlines), 갭(Gap Inc.)의 포스 앤 타운 스토어(Forth and Town stores), 폭스바겐의 페이톤(Phaeton), 이들 대부분은 훌륭한 디자인과 개발 노력이 수반되었지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아무리 강한 실행력을 갖추었다 해도 본래 아이디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 '6장 디자인 능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