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차민수라는 인물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는가?
30여 년 전 차민수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부터 나는 늘 그를 특별한 사람으로 지켜봐 왔다. 당시 그는 승부욕이 남달리 강한 청소년이었다. 그 뒤 그가 미국에서 파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지하세계의 우상으로 떠오른 이후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 평소 프로기사의 평전과 신문 칼럼 등을 쓰면서 내가 만난 사람들마다 그에 대해 많은 흥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설화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때가 벌써 10년 전의 일이었다.
2.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는 파란만장한 개인사를 갖고 있다. 보통사람들처럼 평지에서 시작해 성공한 사람이라면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밑바닥, 그것도 도저히 재기 불능일 것 같은 최저점에서 한 계통의 최정상까지 솟아올랐기 때문에 그 과정을 낱낱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3. 차민수의 성장 과정은?
그는 서울시 공무원의 유복자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았다. 그는 어머니의 탁월한 경영 수완 덕분에 경제적으로 모자람 없는 생활을 누렸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그가 나쁜 길로 빠질까봐 되도록 많은 것을 아들에게 연마시켜 어떤 상황에 처하든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려 했다. 다른 아이들이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뺑뺑이를 돌렸지만 그는 천성적으로 기가 뛰어나고 체력이 강해 그 모든 것들을 소화해내고 아주 강인한 사내로 성장할 수 있었다.
4. 현재 차민수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현재 그는 한국기원 소속의 프로기사로, 후배 기사들의 산실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바둑사관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큰 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참가하며 미국 대표로 국내 기전에도 참가한다. 뭐, 승률도 그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또 그는 중국의 프로기전(우정배)을 주최하고 있으며, 중국 기사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줘 중국에서는 VIP로 대접받을 정도다.
특히 그는 강주구(江鑄久) 9단,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이 한창 어려웠던 시절에 후원자로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 89년 천안문 사태 때 두 사람이 시위에 동조했다가 보수·국수적인 중국 기단의 반발로 중국에서의 활동이 어려워져 유랑아 생활을 할 때부터 지난해 한국기원의 객원기사가 될 때까지 큰 도움을 주었다. 또 갬블러로서의 활동도 여전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7∼8개월 동안 왕성한 활동을 펼쳤지만 지금은 3∼4개월 정도만 활동한다. 물론 한창 때는 프로 갬블러 세계에서 몇 년 동안 연수입 1위를 고수했다.
5. 차민수가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본격적인 프로 갬블러 세계로 뛰어들어 부가 축적되면서 세계 프로기단의 후원자가 되고, 섭위평과 조훈현의 대결(샌프란시스코)을 주선하면서부터다. 그리고 가장 주목받은 때는 후지쯔배 8강에 2회 연속 진출, 그리고 조치훈을 눌렀을 때다.
6. 데뷔 과정은?
처음에 그는 뒷골목 포커쟁이였다. 그러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포커학 교수 치프 존슨에게 확률론을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포커계에 입문했다. 이후 그는 LA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전전하고 마약 중독, 이혼, 빈털터리, 어머니와 누나의 박대 등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결국 그는 노점상을 시작하기 위해 18달러로 내기바둑을 둔다. 그러는 동안 우연히 한 후배의 도움을 받으면서 다시 카지노에 취직한다. 카지노에서 그는 메캐닉(mechanic, 손장난)의 세계에 눈뜨고 프로의 경지에 이른다.
7. 그의 부인의 도움이 컸다고 하던데…….
그렇다. 그가 본격적으로 승부의 세계에 눈뜨기 시작하는 데는 그의 부인의 도움이 실로 컸다. 부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차민수는 자신의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거다. 그의 부인은 그가 갖고 있는 모든 약점들을 거의 완벽하게 메워줌으로써 그는 오로지 승부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이른바 '디스켓 비우기 작전'이었다. 아마도 그에겐 여복이 많았던 모양이다.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얼마 전, 책에서 '진정한 승부사는 여력을 남기고 죽지 않는다'는 구절을 본 적이 있다. 문득 차민수가 생각날 수밖에……. 이 말처럼 그는 프로세계에 뛰어들어 자신만의 비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그는 프로 갬블러 세계에서 깨친 승부법을 바둑에다 접목시켰다. 반대로 바둑판에서의 승부법을 프로 갬블러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이것이야말로 그만이 갖고 있는 승리의 방정식이었다. 또 그는 바둑의 사활 공식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약의 수렁에서 한순간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