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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행 제4부 만행 3

무인행 제4부 만행 3

: 대마도 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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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50*225*30mm
ISBN13 9788956374215
ISBN10 89563742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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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소년행
충북 영동 출신으로 20년 동안 기업체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독립하여 사업을 하고 있다. 2014년에 그동안 꾹꾹 눌러온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터뜨려, 바쁜 틈틈이 작품 『소년행』과 『무인행』 1부를 네이버에 연재했고, 2015년과 2016년에도 줄줄이 풀어내어 『무인행』 2부 ‘서정(西征)’, 3부 ‘귀환(歸還)’을 연재했다. 현재 『무인행』의 후속편을 부지런히 집필하고 있다. 저작 활동의 자유로움을 위해 익명으로 남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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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말씀이 귓전을 울리는 듯했다.
‘그런 세상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 진정한 용기지.’
사부의 말씀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가 혼자 생각해냈던 답을 떠올렸다.
정성진이 몸을 바로 했다. 김유수와 채의서를 번갈아 보았다.
“가시죠? 가서 반란을 막아보십시다. 그리고 이 섬도 지킬 수 있도록 안을 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렵다고 안 하면 백성은 누가 지키고, 나라는 누가 지킵니까?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세상에는 안 되는 이유만 있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장수의 진정한 용기라고 배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분 중 한 분은 한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달려 사태를 진정시키시고, 한 분은 여기에 남아 대마도를 영구히 점령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다고, 불가능해 보인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 p.60~61

정성진은 연서의 내용을 그 완곡한 표현을 빌려 단지 안부를 묻는 것일 뿐이라고 치부하고 싶었다. 나는 군대에 있고 전쟁을 해야 하며 끝나더라도 산에 가야 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의식의 흐름에 끼어드는 불편한 상념 자체가 실재가 아니기를 기대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하산했지만 어차피 만행의 연장이다. 이것도 공부다. 하산이 구도의 끝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잠시 생각이 잦아들면 다시 좌선할 것이고, 깊은 선정에 들면 이런 생각마저도 무의미한 세간의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바로 깨닫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졌다. 마음이 따스해지고 푸근해졌다. 생각 같아서는 ‘나이 많은 여자는 싫소’라고 거짓으로 둘러대고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공연히 선물을 사서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런 충동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 소정은 마음이 따스하고 헌신적이라면, 대행수는 선이 굵고 활달했다. 두 사람 모두 매력이 있고, 아름답고, 착하고, 고귀한 영혼의 소유자들이었다. --- p.152

“우우우우우우!”
항상 조용조용하고 장수와 군사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해 나가는 김유수가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분노와 원통함이 터져 올라왔다. 허연 수염이 바르르 떨리고 굳게 쥔 주먹이 울었다. 함께 고함을 지르니 밖에 있던 군사들도 따라서 소리를 질렀다.
“우우우우아아아아아!”
이즈하라 항 중심에 자리 잡은 본영에서부터 함성이 좌우로 퍼져 나갔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기에 따라서 소리를 지른다. 거기에 동참해서 반드시 적을 이기겠다는 다짐이었다. 남아男兒가 어디 가서 뭐 때문에 못했다고 변명을 할 것인가! 변명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일을 먼저 성공시켜 놓고, 그런 다음에 이런저런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변명을 하기 위해 일을 하면 안 된다. 이즈하라 항 전체가 함성의 도가니로 바뀌고 있었다. 천 명이 지르는 함성이지만 결코 작지 않았다. --- p.209

시체가 무수하던 해안의 삭막한 풍경을 떠올렸다. 무기를 회수하고 시체를 옮기는 주민들의 질린 표정이 확대되어 떠올랐다. 구역질을 하면서 검은 흙이 묻은 시체의 어깨를 뒤에서 들고 고개를 돌리며 토하던 사내의 멀건 얼굴이 떠올랐다. 그것으로 나는 지금 고통 받고 있는 것인가? 물음도 자기가 하고, 대답도 자기가 한다. 물론 한계가 있다. 대답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대답해보는 것도 맞는지 자신이 없다.
무수한 죽음들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업業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극적인 무위無爲로 일관하던 사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은 최소한 그러고 싶지는 않았기에 군문軍門에 들었고 전장戰場에 뛰어들었다.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가슴 중간 즈음의 높이로 떠올랐다. 몸에 물이 가득 찬 것 같았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차가운 물속에 들어앉은 것 같았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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