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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그로브 숲

망그로브 숲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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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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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05쪽 | 298g | 132*195*20mm
ISBN13 9788996194712
ISBN10 899619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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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숲이 다가올 때

“당신의 척박한 의심의 땅과 저주의 씨앗들이 가시덤불 되어 자라는, 포기라는 가뭄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그 곳엘 가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망그로브 숲’이라는 책 속에서 죽음이라는 가장 큰 연약함을 안고 태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pp.54~55

숲 속으로

일출을 등지고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붉은 새의 눈과 같았다. 그녀의 뒤로 붉은 새의 넓은 날개가 솟구치고 바다 위로 떨어지는 붉은 깃털들. 그녀는 나를 향해 날아오는 붉은 새의 눈과 같다. 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날 스치고 지나갔다. 전혀 날 의식하지 않았다. 난 그녀를 따라갔다. 지금 이렇게 헤어지고 나면 난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난 두근거리는 가슴과 다급해지는 목소리로 거의 외치다시피 말했다.
“해 뜨는 모습은 처음 봐요. 아름답군요.”
돌아섰다. 그리고 나를 향해 말했다.
“아름다운 건 떠오르는 해가 아니라 붉게 타오르고 있는 분노예요.”
그녀는 걸어갔다. 난 그곳에 선 채 더 이상 그녀를 따라갈 수 없었다. 붉게 타오르는 분노라는 말이 내 몸속으로 흘러 들어와 한 마리 커다란 잉어처럼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 pp.76~77

“평평한 들판을 밟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추죠. 보름달이 뜨는 날 죽으면 사람들의 영혼은 숨어 들어갈 모자처럼 생긴 무덤을 찾지 못해 우리와 함께 춤을 추어야 해요. 달이 지면 우린 산을 내려와 집으로 가는데 숨어들어갈 모자를 찾지 못한 그들은 계속 춤을 추겠죠. 자신들을 감추어줄 모자를 찾아다니면서 말이죠. 노래가 끝난 뒤에도 춤을 멈출 수 없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슬픈 일이에요.”--- p.106

이건 뭘까? 부친의 폭력적 의지와는 전혀 다른, 또 다른 힘이 나를 휘몰아 가고 있다.
부친의 의지는 덮어씌우려는 의지다. 이미 자신이 원하는, 기대하는, 꼭 이랬으면 좋겠다고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그걸 입힌다. 무대 의상을 입히듯이, 그리고 부친이 원하는 대로 노래해야 한다. 춤을 추어야 한다. 부친의 만족과 기쁨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부친은 그걸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부양의 의무라고 강조한다. 부친 또한 더 큰 의지에 의해 세뇌되어 있는 자동인형인지도 모르겠다.
정서는 발견해 내려고 하는 의지다. 내 안에 내 깊숙한 생명 속에 또는 영혼 속에서 정서는 무엇인가를 찾는다. 그러기 위해 그녀는 입혀져 있는 걸 벗기려고 한다. 덮어씌워져 있는 걸 들춘다. 정서는 듣고 싶어 한다. 양심의 소리를. 정서는 나를 흔든다. 흔들어 본다. 출렁이는 걸 보고 웃고 딱딱하게 굳어져 흔들면 넘어지면서 깨뜨려지는 부분을 보고는 눈물 흘린다. 그러나 그녀는 늘 날 궁금해 한다. --- pp.173~174

36년 동안 외투 속에서 자라난 차가운 불안은 어젯밤 북처럼 울리는 정서의 심장과 만났다.
그녀의 심장은 오른쪽이 ‘생’이다.
‘살아 있으니까 겪을 수 있는 거야.’ ‘아, 이렇게도 아플 수 있구나.’
‘왜 저런 말을 할까…깊이 들여다보아야겠구나. 어딘가 아픈가 봐.’
‘음… 가시가 박혀 있군… 내가 뽑아줄 수는 없을까.’
‘아, 온통 도와주어야 하고 보살펴 주어야 하고 보호해 주어야 하는 사람들로 가득 하군… 어쩌지… .’
그녀의 오른쪽 심장 ‘생’은 온통 안타까움과 불쌍함과 가슴 저미도록 아픔에 크게 열려져 있는 귀를 닮았다. 그녀의 ‘마음’은 소금이다. 상처를 싸매주고 부패하지 않도록 소금을 친다. 과한 곳은 덜어내고 부족한 곳은 메워 주고.
정서의 왼쪽 심장은 ‘명’이다. 모든 아픔들이 흘러 들어와서… 모든 고통들이 흘러 들어와서… 모든 사악함과 부정들이 박혀 들어와서… 용서 속에 녹아든다. 발효시키는 용서가 들어 있다. ‘용서’ 새로 고쳐 쓰는 이야기!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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