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공군 통역 장교로 복무한 뒤 금융업계에 종사하던 중에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 윌리엄 앤드 메리 대학 MBA를 마쳤다. 옮긴 책으로 『제임스 서버』 『당신 없는 일주일』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펭씨네 가족』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 『청춘을 위한 기독교 변증』 등이 있다.
피아노에 앉은 여인에게 백인 여인의 탄식이 들려왔다. “이게 너를 가르치기 위해 내가 수천 달러를 투자한 결과란 말이니?” “아니에요.” 오시올라가 자르듯 말했다. “이건 제 거예요…… 들어 보세요! ……얼마나 슬프고도 쾌활한 소리인지. 우울하면서도 행복하고?웃으면서 눈물이 흐르고…… 얼마나 여사님처럼 희지만 나처럼 검은지…… 얼마나 남자 같으면서…… 얼마나 여성스러운지…… 피트의 입술처럼 따뜻한지…… 이게 지금 제가 연주하고 있는…… 블루스예요.” 엘스워스 여사는 얼어붙은 듯 자리에 앉아서 오시올라가 땅속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북소리처럼 깊은 저음을 연주할 때 값비싼 페르시아산 화병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백합을 바라보고 있었다. --- p.111
“미국은 니그로들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베풀어 왔어요.” 미스터 챈들러가 말했다. “그런 혜택을 받고 미국을 파괴하려는 행동을 할 리가 없죠.” 브라운 박사는 머리를 끄덕이고 또 끄덕였다. “박사님의 저서 『편견의 사회학』 중에서,” 불윅 박사가 입을 열었다. “제가 가장 공감한 곳은 결론 부분이었습니다. 우리 미국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기독교 도덕률과 정의라는 분명한 원칙에 교수님이 호소를 하는 그 명장면 말이죠.” “아, 네.” 박사는 연신 그의 검은 머리를 조아렸다. 연봉 육천 달러를 받으면 그는 식구들을 일 년에 세 달 동안 자신들이 니그로라고 느끼지 않아도 좋을 남아프리카로 데리고 갈 수 있을 것이었다. “맞습니다, 불윅 박사님.” 그가 머리를 끄덕였다. “두 인종의 가장 좋은 점들이 기독교의 형제애로 뭉쳐질 수 있다면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저도 박사님만큼이나 확신합니다.” “정말 아름다워요.” 챈들러 부인이 말했다. “실제적인 방법이기도 하지.” 그녀의 남편이 말했다. --- p.176~177
엄마는 눈을 감은 채,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은 채, 머리를 높이 들고 주님 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이제 찬양을 하는 사람들 쪽에 머물죠!
춤을 추면서 그녀는 마치 모든 세상의 근심을 던져 버리기라도 하듯 두 손을 가슴으로부터 하늘을 향해 올렸다. 바로 그 순간 파키즈 씨의 차 안에 있던 백인 여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세상에, 존, 정말이지 웬만한 쇼보다 더 재미있어요!”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자니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춤을 추며 추임새를 넣고 있는 사람은 우리 엄마였다. 어쩌면 쇼를 보는 것보다 나은 구경거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비웃을 이유는 없었다. 더군다나 백인들이 말이다. 나는 버드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어쩌면 그는 우리 자신도 그동안 추임새를 넣는 사람들을 얼마나 비웃었는지, 우리의 부모를 바라보며 미쳤다고 얼마나 조롱했는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속 깊은 구석에서는 왜 사람들이 대부흥 집회에 몰려오는지 알고 있었다. 일평생 백인들을 위해 일을 해 온 그들은 “찬양을 하는 사람들 쪽에 머물 수 있다”고 믿어야만 했다. --- p.186~187
우리는 모두 생선을 주문한 후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얼마나 많은 니그로가 미국 전역에서 백인 행세를 하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들로 백인 친구들을 놀라게 만들려 했다. ‘에파트 르 부르주아’ 정신에 입각해서 우리가 포위한 백인 커플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중간에 백인 여인이 우리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말했다. “저 있잖아요, 이 말은 다른 데서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만, 나하고 우리 남편도 사실은 백인이 아니에요. 지난 십오 년 동안 우리도 백인인 척하고 살아왔죠.” “뭐라고요?” “우리도 흑인이라고요, 당신들처럼.” 남편이 말했다. “하지만 백인인 척하는 게 돈벌이에 훨씬 도움이 되거든요.” 그 말을 들은 우리는 기절초풍을 할 지경이었다. 칼렙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그는 이제까지 백인 친구들에게 할렘을 구경시켜 주고 있노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흑인이라니! 칼렙은 절대로 욕을 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염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