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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그림자

침묵의 그림자

: 이승욱 추리소설

리뷰 총점8.0 리뷰 2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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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35쪽 | 378g | 153*224*20mm
ISBN13 9788964950982
ISBN10 8964950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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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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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다.’
이윤호는 빨리 입술에 강력접착제를 바르라는 손짓을 했다.
그것을 집어든 최성철이 눈물을 흘리며 서서히 뚜껑을 열고 접착제를 입술에 바르려는 순간, 가까운 곳에서 인기척이 났다. 그리고 곧 이곳으로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윤호는 잠시 한 발 물러서고는 인기척이 나는 곳을 향해 몸을 돌리며 동시에 최성철의 동작을 주시했다.
깜빡이는 가로등 사이로 아주 작고 약해보이는 어린 꼬마아이가 누구를 찾는지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빠!”
그 아이는 이윤호 앞에 우두커니 눈물을 흘리며 서있는 최성철에게 달려가 반가운 듯 안긴다. 반가운 아이의 표정과는 달리 아빠의 눈물을 본 작은 아이는 왜 우냐며 작고 앙증맞은 두 손으로 아비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이윤호는 어린 아이를 보는 순간 지금까지 극복해 왔던 모든 두려움들이 물밀 듯 밀려왔다. 평소에 놀란 심장박동수보다 심장이 몇 배는 더 심하게 요동치며, 온 몸의 활동이 정지되듯 일순간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상황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윤호는 내면에서의 두려움과 긴장감이 서로 뒤엉켜 어찌해야 할지 멍하니 서서 양손에 들고 있던 총과 도끼를 얼른 뒤로 감추고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아이를 피해 조심스럽게 최성철의 주변을 벗어나려 했다. 그때 아이는 처음 보는 이윤호에게 친숙감이 들었는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다. 두 손을 배꼽에 대고는 “안녕하세요” 하며 고개를 숙이자, 이윤호 또한 “응……. 그래……. 아, 안……녕!”이라고 했다. 그사이 작은 피자배달 스쿠터가 그들이 서있는 곳에 뿌연 매연을 내뿜으며 지나갔다. 동시에 깜빡이던 낡은 전봇대의 가로등이 깜빡임을 멈추고는 밝은 빛을 내며 그들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순간, 밝은 빛에 아이의 얼굴이 정확하게 보였고, 그 중에 작고 파란 입술이 이윤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 수영아!”
3년 동안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과거의 슬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다섯 살로 보이는 키가 아주 작은 여자아이는 작은 얼굴에 파란색의 입술을 가졌으며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여러 곳을 헤매었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수영이? 저는 수영이가 아니라 최선희입니다.”
마른 침을 목의 식도 사이로 넘기려했으나 이윤호는 그것이 몇 년간 본인이 갖지 못했던 두려움과 긴장감을 증명하듯 순식간에 얼음처럼 굳어버린 자신의 몸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윤호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최성철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일 오전 11시까지 이곳으로 아이를 두고 혼자 나와라! 아이를 위해서, 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모든 피해자들을 위해서.”

창밖에 조용히 내리던 빗소리가 갑자기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윤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굵어진 빗줄기 때문에 시야가 흐려 제대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무슨 깊은 생각을 하는지 그렇게 한동안 보이지 않는 창밖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의 잘못으로 자식까지 벌을 받아야 한다는 타당성은 어디에도 통용되지 않는 일이다.’
전에 느끼지 못했던 이질감과 이율배반적인 혼돈감이 이윤호의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휘몰아쳤다. 이윤호 자신의 정체성과 양심이라는 작은 씨앗 사이에 또 다른 일관성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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