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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 포켓만 아니면 돼

아이비 포켓만 아니면 돼

: 케일럽 크리스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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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68g | 145*210*30mm
ISBN13 9791186748787
ISBN10 118674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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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 부인은 숨이 턱 막힌 듯했다. 이를 악물고 돌진하는 황소처럼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그러더니 내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아이비 포켓, 나는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정말 많은 하녀를 부려봤지만, 지금까지는 내 하녀를 대포에 넣고 바다를 향해 돌려놓은 다음 도화선에 불을 붙여버리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 간단히 말해서, 난 널 혐오한다!”
이 불쌍한 부인은 정신을 잃은 것이다. 즉각 조치해야 했다. 나는 번개 같은 속도로(나는 의사의 본능을 타고났기 때문에) 백작 부인의 목덜미를 잡고 얼굴을 과일 펀치에 담갔다. 그녀의 뇌염을 낫게 해줄 유일한 치료 방법이었다.--- p.11

다이아몬드는 컸다. 모양과 크기가 달걀과 비슷했지만 더 납작했다. 다이아몬드와 목걸이를 연결하는 은으로 된 우아한 부분에 작은 시계가 들어 있었다.
“낮이든 밤이든, 해가 뜨든 별이 뜨든 그 목걸이를 보고 시계를 맞출 수 있어. 그리고 시계 안에는 아무 장치도 없고, 태엽을 감을 수도 없어. 하지만 저 시계는 수백 년 동안 가고 있단다.” 공작 부인이 말했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어떻게요?”
“다이아몬드가 동력이야.” 부인은 열렬히 기뻐하며 말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저절로 맞는 시간을 찾아. 보이지 않는 손이라도 있는 것처럼.”--- p.24~25

이 말에 나는 허를 찔렸다. 조금. 사람들이 나를 사랑한다는 건 일반적인 법칙이지만, 나는 사람이 나를 ‘걱정’해주는 경험은 많지 않았다. 그런 건 부모가 하는 일이다.
내가 들은 바로는 그랬다.--- p.90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기를 채우는 진동. 눈을 떠보니 죽음의 존재, 공작 부인이 떠오르고 있었다. 우아하게 떠오르지는 않았다. 광란이었다. 책상이 뒤집히고, 의자는 뒤쪽 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부인은 나를 향해 날아왔다. 겨울 새벽처럼 빛나며, 피로 얼
룩진 잠옷을 펄럭이며. 부인은 곧 분노와 천둥이었다.--- p.158

“걘 가둬놔야 해요. 언젠가는 미쳐서 우릴 다 죽여버릴 거예요.”
머틸다가 밝게 말했다.
나는 머틸다에게 따뜻하게 웃어 보였다. “우릴 다 죽이진 않을 거야. 리베카는 너를 없애고 나면 분명 흥미를 잃을 거야.”
친애하는 머틸다는 열정적인 대답을 쏟아냈다. 프랑스어였다. 분명 내 부드러운 머릿결을 칭찬한 것이겠지. 그리고 아마 내 턱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p.193

“네가 클록 다이아몬드를 갖게 된 뒤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좀 묘하긴 한 것 같아. 하지만 하녀라면 괴상한 귀족들에게 둘러싸여 생활할 땐 어처구니없는 일들에 어느 정도는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해.”
리베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이상한 일들은 분명 그 보석이랑 관계가 있어.” 리베카는 숨을 헐떡이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모든 게 다 그 목걸이부터 시작됐다는 거…… 너도 알지? 아는 것 맞지, 아이비?”--- p.227

파티는 깜짝 놀랄 정도로 성대했다. 큰 홀은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서 방금 자른 오렌지처럼 빛났다.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진주, 티아라로 잔뜩 장식하고 빛나는 드레스를 입은 엄청난 수의 숙녀들이 돌아다녔다. 모피와 망토가 끝도 없이 있었다. 실크해트를 쓰고 연미복을 입은 남자들.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장갑을 끼고 머리에는 꽃이나 보석을 단 여자아이들. 하인들은 제일 좋은 제복을 입고 군침이 도는 음식과 스파클링와인을 얹은 은쟁반을 들고 다녔다. 현악사중주단이 뒤에서 부드럽게 음악을 연주했다.--- p.284

샹들리에가 내게 돌진해 왔다. 나는 두 팔을 마구 버둥거렸다. 몸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절박해져서 손가락을 뻗었다. 빛나는 촛불들 사이의 쇠다리에 걸렸다. 나는 끙 소리를 냈다. 팔에 꾹 힘을 주었다. 쇠다리를 움켜쥔 손마디가 하얗게 되었다. 샹들리에는 거칠게 흔들렸다. 다리에 달린 크리스탈들이 아래쪽 홀로 떨어져 비커스 백작 부부 머리에 맞았다. 당연히 그들은 위를 보았다. 주위 사람들도 위를 보았다.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맙소사, 저게 뭐지?” 어떤 멍청한 여자가 소리 질렀다.
“아이다! 어린아이야!” 다른 사람이 외쳤다.
“도와줘요. 누가 좀 도와줘요!” 어떤 소녀가 소리 질렀다.
“난 괜찮아요! 그냥 계속 파티 하세요! 내가 없다고 생각하고!” 내가 외쳤다.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p.303

“당신이 그 목걸이를 건 순간 당신은 전쟁에 뛰어든 거예요, 포켓 양. 이제 내가 말하는 대로 해요. 보석을 가지고 이곳을 떠나요.”
그녀는 나를 놓더니 난간으로 뛰어올랐다. 칼을 허리에 단 칼집에 넣었다.
“어디 가요?” 내가 외쳤다.
“당신 친구를 죽이러요.”
그리고 그녀는 뛰어내렸다. 나는 그녀가 강하하는 독수리처럼 우아하게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머리가 풀어져 바람을 맞으며 다홍색 리본같이 펄럭거렸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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