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모둠 정보 - 그릇, 술 빚기, 약 달이기
한 갈래로 묶어서 보여줄 수 있는 살림살이들을 책 사이사이에 모둠 정보로 넣어서 비슷하지만 다른 점을 서로 견주어 볼 수 있습니다. 주발, 바리, 대접, 합, 접시, 종지, 막사발, 보시기. 우리 밥상에 오르는 그릇을 모두 모아 그릇 모둠을 엮고 술 빚을 때와 약 달일 때 썼던 살림살이를 모아 빚거나 달이는 차례와 함께 보여 주었습니다. 이름도 생김새도 모두 낯설지만 한 끼 밥상을 차려내거나 술 한 병, 약 한 사발을 올리는 데에도 갖은 정성을 들였던 우리 겨레의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그림으로 찾아보기 - 만든 재료에 따라 나눈 살림살이
본문 뒤에는 살림살이를 만든 재료에 따라 나무, 풀, 대나무, 쇠붙이, 흙, 돌, 열매, 천으로 나누어 보여주었습니다.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어 쓰거나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살림살이는 따로 묶었지요. 재료도 같고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저마다 다른 쓰임새를 지닌 여러 살림살이를 보면서 한 가지 재료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만들 수 있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습니다.
우리말 살림살이로 익히는 우리말 공부
오랜 옛날부터 써 온 우리 살림살이 이름에는 때 묻지 않은 우리말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남박, 다래끼, 동고리, 물두멍, 곰박, 살강, 멱둥구미, 푼주, 앵병, 자배기, 방구리……. 제 생김새와 쓰임새에 꼭 맞춤한 이름이기도 하지만 곱고 아름다운 말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 소리 내 불러 볼수록 입에 붙는 이름들이지요. 살림살이 공부와 함께 우리말 공부까지 한 번에 할 수 있어 더 좋은 책이 바로 ‘겨레 전통 도감-살림살이’입니다.
「이야기로 만나는 살림살이」
동고리 - “옛날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 그보다 더 먼 옛날 고리짝에는 …….”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늘 이렇게 시작하지.
할머니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고리짝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그건 ‘고리’라는 살림살이를 쓰던 옛날이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하신 말씀이었대. 이 고리 가운데에서도 조금 작고 둥글게 만든 것을 ‘동고리’라고 해.
방구리 -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한다’는 속담 아니? 방구리에 쌀이나 밀가루로 쑨 풀을 담아 두면 쥐가 풀을 먹으러 자꾸 방구리를 들락거린대. 어느 곳에 자주 드나드는 모습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야.
물두멍 - 콩쥐팥쥐 이야기 알지? 새엄마는 친딸인 팥쥐만 예뻐하고 날마다 콩쥐를 구박했어. 하루는 마을 잔치에 가면서 콩쥐한테 큰 독에 물을 가득 담아 놓으라고 시켰지. 콩쥐는 하루 종일 물동이를 이고 물을 퍼 날랐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이 찰 리가 있나. 콩쥐가 너무 속상해서 울고 있을 때 어디선가 두꺼비 한 마리가 나타나서 독 안에 들어가 구멍 난 곳을 막아 주었어. 덕분에 콩쥐는 금세 독을 가득 채우고 마을 잔치에 갈 수 있었다는 그 얘기.
이렇게 물을 담아 두는 큰 항아리를 물두멍이라고 해. 옛날에는 우물이나 샘이 부엌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집 밖에 있어서 집집마다 물을 길어다 채워 놓고 썼거든.
뒤웅박 - 옛말에 ‘끈 떨어진 뒤웅박’이라는 속담이 있지? 두레박 대신에 쓰는 뒤웅박에서 끈이 떨어지면 아무 쓸모가 없겠지. 또 우물물을 퍼내던 뒤웅박에서 끈이 떨어져 버리면 우물 속을 외로이 둥둥 떠다닐 수밖에 없잖아. 그래서 의지할 데가 없어져 외롭고 불안하게 된 신세를 두고 ‘끈 떨어진 뒤웅박 같다’고 해. 또 뒤웅박은 안에 넣어 두는 물건에 따라 쓰임새나 가치가 달라지지. 부잣집에서는 뒤웅박에 쌀 같이 귀한 것을 담고, 가난한 집에서는 여물 같은 것을 담아 윗목 천장이나 방문 밖에 매달아 둔대. 여기에서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생긴 거야. 그 밖에도, 되는 대로 만든 뒤웅박처럼 생김새가 볼품없고 미련해 보인다는 뜻으로 ‘뒤웅스럽다’라는 말을 해. ‘뒤웅박 신은 것 같다’는 말은, 밑이 둥근 뒤웅박을 신으면 제대로 걸을 수 없는 것처럼 어떤 일이 되어 가는 모습이 위태위태하다는 뜻이야. 이렇게 뒤웅박을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뒤웅박은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살림살이였나 봐.
함지박 - ‘해님과 달님’이라는 옛이야기 알지? 어린 남매만 집에 남겨 놓고 떡 장사를 나간 엄마가 돌아오는 길에 호랑이를 만나잖아.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던 그 무서운 호랑이. 그때 엄마가 떡을 담아 이고 가던 것이 바로 함지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