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와 한빛비즈(주)가 주최한 공모전에 서울, 광주, 부산, 성남, 안양 등 전국에 소재한 30여 개 문해교육 기관이 참여했다. 문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도움으로 두 달여에 걸쳐 480여 편의 시화와 산문 작품이 접수되었고, 최종 87인의 작품 89편(동일인의 두 작품 포함)이 선별되어 책으로 묶였다.
내 속을 누가 아까 함평생 술로 애를 매겨 속이 까마케 타부럿다 매일 드리마셔도 끗떡 엄따 길까에 누어잇쓰먼 동네사람덜 끄 오제 아이고 아들 보고 “아버지 느그가 대불고 가그라” 하니 “엄마 영감 엄마가 대꼬 사소” 합디다 미울 때는 지금지금 발꼬 싶퍼도 영감 자능 거 보먼 불쌍해서 국수에 콩가루 너서 마라 줏다 ---「김생엽, 「우리 영감」 」중에서
여름 반찬 별 거 있나요 댄장 한 수가락 푹 뜨다가 뚝바리에 담고 고치 한 개 뚝 뿌지러 여코 부뚝부뚝 끌여서 열무김치에 꼬이장 한 수까락 여코 석석 비벼 무모 맛잇서요 ---「조숙자, 「밥맛」 」중에서
며늘아 준영 애미야 니가 인자 살림 잘하는데 내가 너무 머라 한그갓다 머라 해서 미안하다 글로 사과하꾸마 날씨 덥다 머라도 잘 챙기 묵그라 ---「김시자, 「사과 편지」 」중에서
내가 글을 몰라 답답할 텐데 한 번도 불평하지 않는 당신 아이들이 숙제 물어면 이리 오너라 내가 봐 줄께 아무 말 없이 봐 주던 당신 계모임에서도 나를 세워준 당신 큰 수술할 때도 나를 기다려준 당신 글을 배우고 편지를 씁니다 당신 참 고맙습니다 ---「백금숙, 「당신에게」 」중에서
6심 평생 삼국시대 처음 아랐다 전라도가 백제 경주가 신라라대 합천 내 고향 가야국이 바로 우리 동내다 고구려가 억수로 널다 공부하니 유식해지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가야도 잇는대 사국이라 해야 안 대나 ---「허덕순, 「삼국시대」 」중에서
나 어릴 때 친구들과 공부하고 싶었다네 나이 먹고 공부하니 힘이 들고 어렵다네 이제라도 배운 공부 엄마에게 쓰려 하니 보낼 곳을 모른다네 하늘나라 가셨다네 연애하고 싶은 시절 글 몰라서 못 쓴 편지 칠십 대에 쓰려 하니 누구한테 보내볼까 늦게라도 배운 공부 즐겁고도 행복하네
위인의 인생 궤적은 위인전으로 남겨진다. 그러나 위인도 아니고 힘도 돈도 없는데 배움마저 모자란 ‘그저 그런’ 인생들은 침묵 속에 갇히고 만다. 여기 마침내 자신의 인생을 기록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이 있다. 글을 몰라 드러내지 못했던 심정을 서툰 글씨로 ‘삐둘삐둘’ 쓰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 표현하지 못한 마음이 침묵을 뚫고 쏟아진다. 평생의 한이 녹아내린다. 답답함이 사라진다. 한 편의 글에 한 명의 생애가 담겨 있기에 이 책에 수록된 89편의 글은 각자의 인생 기록과 다름없다. 이 책은 그분들의 위인전이자 자서전이다. 여기 ‘그저 그런’ 사람들의 인생이 있다.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있다. -노명우(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 책의 모든 글자는 ‘꽃’이다. 뒤늦게 깨우쳐 터득하게 된 한 글자 한 글자는 예사 글자가 아니다. ‘마누라’가 아닌 ‘마느라’는 순진하고 아름다우며 애달프다. 읽는 내내 연필로 정성스레 눌러 쓴, 진한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기쁘고도 촉촉했다. 그분들에게 글자는 그냥 글자가 아닌 꽃이고 새이며 초승달이셨으리. 내게 이처럼 아껴 읽은 글도 드물다. 꽃은 비로소 한 가지에 나란히 피어나 꽃가지로 벋어 꽃그늘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상교(아동문학가)
어르신들 글은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과 닮았고, 따뜻한 밥 한 숟가락 내미는 그들의 삶처럼 따스합니다. ‘책이란 우리 안의 꽁꽁 언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라는 카프카의 말에 기대어 말한다면 이 책은 내 안의 언 바다를 깨는 도끼입니다. 재미있어서, 감동이어서, 가슴이 먹먹해져서 웃고 울며 읽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래, 삶은 이래서 살아볼 만하구나!’ 용기가 났습니다. 이 책이 바로 아름다운 도끼입니다. -이용훈(서울도서관 관장)
글자를 읽어내지 못한다는 건 어쩌면 삶의 커다란 귀퉁이 하나를 허물고 사는 것과 같다. 그 아픔과 설움이 한두 해도 아니고 예순, 일흔 해를 넘겼다 생각하면 가슴이 짠하다. 그러나 부끄러움 무릅쓰고 글을 배웠다. 늦은 나이에 글을 배우는 일이 녹록지 않지만 새롭게 눈이 떠지는 경이로움과 기쁨이 더 컸다. 그래서 끝내 글을 읽어낼 뿐 아니라 글을 쓰는데, 세상에! 죄다 시인이다. 때론 어느 문장 하나에서 멈춰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문장에 담긴 삶의 매듭과 마디를 읽어내며 저절로 눈물이 났다. 그건 설움도 원망도 아닌 기쁨과 공감 그리고 화해의 눈물이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그런 눈물을 너무 많이 요구한다는 점이다. 힘겨운 삶을 버텨내고 그 삶과 세상을 용서하며 오히려 기뻐하고 감사하는 이분들에게 한없는 경의와 고마움을 표한다. 그렇게 고개 숙이는데 눈물이 또 흐른다. 아, 참 고약한 책이다. -김경집(인문학자)
글을 몰라 깜깜했던 평생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차곡차곡 겹겹이 쌓였던 삶을 글로 썼더니 어떤 시인도 흉내 낼 수 없는 시가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의 글에는 거추장스러움이 없습니다. 잘못 배워 가진 가식도 없습니다. 아쉬움과 고마움만이 따스하고도 가슴 시리게 전해집니다. 고통과 원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소리에 귀 기울여주세요.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의 한이 이 책으로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좋겠습니다. -문종석(푸른어머니학교 교장)
늦은 나이에 글을 배우고 익혀 자신이 살아온 삶의 경험을 시와 산문으로 고백해내는 것, 그것은 그 자신에게 엄청난 사건이며 기적입니다. 설움과 절망, 기쁨과 행복으로 써내려간 소중한 글들을 읽으며 삶의 목적과 문해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을 다시 한 번 고민합니다. 김종천 (제천 솔뫼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