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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두 얼굴의 남자 1

사막, 두 얼굴의 남자 1

제로노블(Zero Novel)-021이동
누리 | 동아 | 2016년 10월 2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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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508g | 147*210*20mm
ISBN13 9791155117194
ISBN10 115511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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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재미있는 짓을 했더군.”
“다 죽어 가는 사람들을 버리고 올 수는 없지 않습니까. 도와 달라고 한 이들인걸요.”
입 속으로 씁쓰레한 찻물이 흘러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사내가 만족한다는 듯 웃었다. 재미있다는 투가 한가득이었다.
“프레야 공작의 사람들이니 모두 버리고 올 줄 알았는데.”
“제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공을 생각한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데리고 와야 했죠. 그 인사를 받아 보는 것이 어디 흔한 일입니까?”
“그 사람들이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좋지 않다고 해야 할지.”
“운이 나쁜 겁니다. 굉장히.”
그는 입매를 올리며 말했다.
“빚지는 것을 싫어하는 분이시니 제게 어떻게든 보답을 하실 겁니다. 제가 보통 사람입니까? 꼴 보기도 싫은 놈에게 지는 빚은 끔찍하실 테죠.”
“너무 끔찍해서 모른 척할 수도 있겠는데.”
즐거워하는 지오반니를 바라보며 오키아가 한숨 섞인 웃음을 흘렸다.
“그래. 무엇을 부탁하려고.”
“적당한 보상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저는 공께서 아끼는 그의 가솔들을 구해 주었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가솔들 중 공이 가장 아끼는 이가 있었다는 겁니다.”
지오반니는 벌써 프레야 공작에게서 받을 대가와 보기 좋게 일그러지는 얼굴 따위를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만족해할지도 몰랐다.
“꽤 대단한 것을 요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무슨 의도냐 묻는 오키아의 말에 지오반니는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영애가 궁금해지지 뭡니까.”
“후!”
여태 심드렁하게 지오반니와 대화를 이어 가던 오키아에게서 비명 비슷한 부름이 튀어나왔다.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졌어요.”
“지오반니.”
오키아가 무서운 얼굴로 그를 불렀다. 오키아는 그것만은 안 되는 일이라는 얼굴로 지오반니라 불리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제 이름이 불리자 남자가 다시 한 번 눈을 접었다.
“그건 안 될 말이야. 장난으로 할 일이 있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이 있는데, 그 영애는 후자에 속해.”
“장난은 아닙니다.”
“그럼 이것이 진심으로 하는 소리란 말이야?”
“적어도 여자 문제에 있어서 장난으로 대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키아는 반박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에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지오반니의 말처럼 여자 문제로 난잡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주변이 들쑤셨을 뿐, 그는 고고하게 입을 다물고 상황을 관망했던 사람이었다. 상황을 관망했기에 더 소란스러웠는지도 몰랐다. 그는 무관심하게도 자신의 일이되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곤 했으니까.
“프레야 공이 운이 정말 나빴지. 최악으로 말이야.”
“제 눈에 띄지 않았으면 공가의 영애께선 그곳에서 더위를 먹었을 겁니다.”
“차라리 그게 나았을 걸세. 그 영애에게나, 프레야 공에게나.”
“야박한 말씀을.”
남자가 느리게 제 입술을 핥았다.
파라듈 무역권으로 이미 성이 날 대로 난 늙은이에게, 여자의 문제가 덧붙여지는 것이 무어 대수일까 싶었다. 최악인 놈에서 더 최악인 놈이 되는 것뿐이었다. 한 대 맞을 뺨을 두 대 맞는 것 정도의 차이겠지.
태연자약한 지오반니의 얼굴을 본 오키아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획 돌렸다. 프레야 공작과 웰시노 후작이 천하의 앙숙이라는 것은 이제 막 말을 시작한 제 아들도 알았다.
그 아가씨는 공가의 꽃이었다. 금으로 만든 꽃보다 귀했고 갖가지 보석으로 꾸며 놓은 그 어떠한 것보다도 화려하고 빛이 났다. 아마 프레야 가문의 저택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이고 공작이 가장 아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백이면 백, 사람들은 모두 프레야 가문의 아가씨라고 할 것이다.
“나는 프레야 영애만큼은 반대야.”
“충고는 새겨듣겠습니다.”
지오반니가 입매를 부드럽게 늘이며 대답했다. 그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을 거두지 못했다. 프레야 공작이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 그려져 그랬다. 이미 그의 머릿속엔 프레야 공작에게서 받을 대가와 보기 좋게 일그러지는 얼굴 따위로 가득했다.
아무튼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그와 공작의 신경전은 보는 사람조차 피를 말리게 하는 것이라, 이 이상으로 화가 번지지 않았으면 했다. 눈썹을 긁적이는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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