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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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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94g | 130*208*8mm
ISBN13 9788960212985
ISBN10 8960212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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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낙추
충남 태안에서 태어났다. 1989년부터 지방문학 동인지 『흙빛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그 남자의 손』(2006), 소설집 『복자는 울지 않았다』(2014)를 출간했다. 현재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jnch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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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의 힘


그래, 사랑하니까 흉보고 미워한다

더럭더럭 앓으면서 아프다고 하면 속 터지지나 않지 먹을 것 다 챙겨 먹다가도 딸네들 오면 괭이밥 먹듯 하고 골치를 싸맨다니까 툭하면 죽는 타령 하면서도 약이라면 환장하기에 약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고 했더니 대뜸 보약 한 번 사줘 봤느냐고 역정을 내더라니까 늙으면 애 된다고 하더니 꼭 미운 일곱 살이여 귀 어둡다고 해도 살짝 흉보는 귓속말은 귀신같이 알아듣고 따지러 든다니까

야, 이 잡것들아! 늙으면 다 그렇게 되는 거야 너도 늙어봐라 아마 그런 시어미 밑에서 보고 배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라

흉 실컷 보고 욕 실컷 해라 그래야 근력 난다
온종일 팔랑팔랑 부채질하는 콩잎에
맞장구치며 신명 난 아낙들
입 따로 손 따로 놀려도 일머리는 봄꽃 지듯 빠르다
여름 해 막 기울어서야
호미질 멈추고 입 다문 채 콩밭에서 나오는 맑은 얼굴들
저녁놀이 살짝 베물었다 놓는다

그래, 흉보고 욕하는 것도 사랑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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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낙추는 삶에 대한 긍정과 달관의 시인이다. 논두렁과 밭두렁, 장독대와 지게작대기, 못밥과 벼이삭 등의 농촌제재와 농촌 일상에서 체득한 삶을 단정하고도 구수한 서정으로 때로는 충청도 사투리로 엮어 표현한다. 그의 시에서 사람의 주름살은 그 사람이 평생 경작한 밭두둑과 밭고랑으로 비유된다. 여기에 씨앗을 심고 눈물을 주다가 햇빛과 달빛을 따라가는 게 인생이라는 것이다. 이런 인생에는 늙는 기쁨이 있는데, 이를테면 “시력이 약해지며/ 먼 곳의 소리를 듣게 됐고/ 가는귀를 먹으면서/ 세상이 넓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아름다운 통찰이 빛난다. 당연히 죽음에 대한 의연함도 드러난다. “오늘도 내가 아는 사람들/ 하나둘/ 서쪽으로 간다”는 진술이 그렇다. 물론 서쪽은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을 비유한다. 이런 긍정과 달관의 인생관을 형상하는 시인은, 가을날 낙엽이 불평 없이 져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관찰하여 모든 사물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공생의 원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토속적, 생태적, 자연주의적 삶을 몸으로 살아낸 시인만이 써낼 수 있는 긍정과 달관의 시집이다.


공광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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